사또) 이 O! 네 좌 네가 알렸다. 이실직고하고 벌을 받아라.
이방) 네, 사또. 살려주십시오.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백성) 어, 이방이 무슨 죄가 있나. 법에 따라, 명에 따라 해야 할 일을 한 것인데 사악하게 모사를 부린 것도 아니거늘 분위기 쇄신한다며 괜히 애먼 사람 잡는구먼. 저 사람은 그렇다 치더라도 식솔들은 어찌하나.
사또) 그런 건 모르겠고, 곤장을 쳐 변방으로 내쫓아라.
사극(史劇)에서 가끔 보는 장면인데 현대극에서도 다르지 않다.
신계룡(新鷄龍) 멤버인 장(張) 선배님께서 종종 하시는 말씀이 있다.
공직자를 포함한 조직원은 종이 한 장도 아니고 글자 한 줄에 왔다 갔다 하는 인생이란 것이다.
인사 발령에 따라 움직이며 희비가 엇갈리는 부초 같은 신세의 조직원을 탄식하시는 것이다.
그런 처지가 안 돼 본 사람들도 허다하니 어쩌면 그도 달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할 수도 있지만 조직원이라면 장 선배님은 물론이고 다들 겪어본 바일 것이다.
반가운 일은 아니지만 그를 부정하거나 폄하하지 않고 받아들였는데 그런 게 어디 조직뿐이겠는가.
세상살이가 다 그렇다.
사극에서 나오는 금부도사도 연상된다.
금부도사는 조선 시대 의금부에 속한 벼슬아치로서 오늘날 검찰의 검사나 검찰 사무원을 말한다.
무시무시한 직책이다.
더 찬바람 홱홱 부는 임무도 있었다.
어명을 받아 사약을 들고 가 집행하는 것이다.
직책상 해야 할 일을 한 것이지만 나중에 세상이 바뀌면 분풀이 대상이 되어 거꾸로 역적으로 몰려 사약을 받거나 귀양 가는 신세였다.
그러니 공식적으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이지만 악역을 담당해야 하는 그 자리를 원하는 관리는 그리 많지 않았을 것이다.
아무리 왕명을 받아 업무를 집행하기 위하여 사약을 갖고 가는 것은 참형을 집행하는 망나니나 다를 바 없어 선뜻 받아들일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하기 싫어도 누군가는 해야 하는 금부도사 역할이었다.
아무런 잘못이 없이도 정상적으로 행한 업무 자체가 반역 행위가 되어 사지로 나가야 한다.
중앙과 지방의 행정국(과)장은 선임 국 과장으로 요직이다.
전에는 내무국(과)장이라고도 했다.
요직도 태풍에 휘말리면 미관말직만도 못하다.
서울시의 행정국장의 좌천성 인사 발령을 놓고 갑론을박이다.
금부도사 격이 된 셈이다.
다른 명분과 책임이 있는지 모르지만 누가 봐도 희생양으로 삼은 것이다.
다시 있어서는 안 될 불미스러운 일과 후속 처리 때문이기도 하고, 악몽을 떨쳐버리고자 하는 조치인 것 같은데 인사를 하는 측이나 당하는 측이나 참으로 못할 일인 것 같다.
그러나 피차가 세상이 다 그런 것 아니냐면서 받아들일 것 같다.
그때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이 화근인 것을 글자 한 줄 인생이라고 자책해봐야 아무 소용 없을 것 같다.
이제는 왈가왈부하지 말고 조용한 처리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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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