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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호두과자

by Aphraates 2021. 5. 8.

지역 특산품을 생각해 본다.

다른 동네 것은 말할 거 없다.

다른 동네에도 많지만 충청도 우리 동네 것만 해도 차고 넘친다.

인터넷만 치면 바로 튀어 나오고, 카톡 한 방이면 바로 주문이 되고 배송이 되니 가까이 있는 우리 동네 것을 음미하고 즐기면 된다.

 

우리 동네 칠갑산 자락 청양 고을은 뭐가 유명한가.

외지인들한테도 알려진 몇몇 특산품이 있다.

고추, 구기자, 표고버섯이 대표적이다.

이웃 동네도 있다.

공주 정안 밤, 부여 수박, 논산 딸기, 금산 인삼, 서산(태안) 어리굴젓, 서천(장항) , 예산 능금, 천안 호두과자, 보령 대천 해수욕장 생선회, 홍성 남당 대하와 석굴과 새우젓(광천), 당진 쌀, 아산(온양) 오천과 포도, 조치원(세종) 복숭아, 유성 배, 대전 칼국수와 설렁탕이 있다.

 

그런데 다른 지역들도 그렇지만 위의 것들이 충청도에만 있는 지역 고유 브랜드의 특산품이라고 호언장담하기는 좀 망설여진다.

특산품이 전국구로 짬뽕되어 어디가 진품이고 어디가 가품인지 구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전국 어느 고속도로 휴게소나 쉴만한 곳에 가보면 천안 호두과자가 있고, 제주도에 가봐도 공주 정안 밤이 있다.

원산지에서 공수해 간 것이 아니고 지역에서 자체적으로 생산한 것이다.

후발주자일지라도 선발주자인 본향의 천안 호두과자와 공주 밤 만 못하다고 할 수 없을 정도이니 호두과자와 밤이라면 우리 충청도가 독보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다.

 

요즈음은 고향 앞으로다.

대전과 삼천포를 오가면서 휴게소에 들려 호두과자를 사 먹는다.

둘이서 차에 앉아 오순도순 먹으면서 예산 출신의 백() 선생처럼 품평회도 한다.

금산 인삼 랜드 것은 인삼 냄새가 좀 나네, 덕유산 것은 껍질이 부드럽고 고소하네, 함양 것은 호두가 씹힐 정도로 실하게 들어가 있네, 산청 것은 앙꼬가 차지고 맛깔스럽네 하는 식으로 평가를 한다.

그 평가는 객관적일 수도 있고 주관적일 수도 있는 데 각자 입맛에 따라 다를 것이니 공정한 평가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여 거나 식사 대신에 간단한 것으로 요기를 하고 집에 서 밥 해 먹는 것이 생활화된 요즈음 경제적으로도 시간적으로도 이득이다.

 

글로벌 시대 도래와 한반도 일일 생활권 형성에 따라 특산품도 전국화가 돼 가고 있다.

고유한 것이 좋은 것인지, 범용이 좋은 것인지 아리송하다.

덕유산인가 산청인가의 휴게소에 공주 정안 밤을 판다는 프랭카트가 걸린 것을 보고 씁쓸한 웃음을 지며 농담을 한 적이 있다.

아무리 마케팅의 핵심 "고객 니즈" (Customer Needs, 고객중심)의 장사라고 하지만 충청도 밤을 전라도와 경상도에서 특산품처럼 파는 것은 영 안 어울리는 그림인 것이다.

 

옛맛을 되찾았다.

호두과자를 크게 좋아한 것은 아니었으니 그럭저럭 먹었었다.

그럴만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안 찾은 지가 꽤 오래 됐었는데 다시 찾아 입맛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입인 간사한 것 도 아니고, 변덕이 오뉴월 팥죽 끓듯이 하는 것도 아니다.

어려운 어릴 적에 하도 먹어 질려서 잊고 살던 보리밥을 다시 찾는 것처럼 옛날 입맛이 돌아온 것이다.

호두과자 맛도 새로워졌다.

오랜 시간에 걸쳐 장족의 발전을 하여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나 명실상부한 명품이 된 것 같다.

그렇다고 예수님도 당신 고향에서는 대접을 못 받았다거나 우리 것은 좋은 것이라고 하시던 공주의 박동진 명창 말씀을 거기에 갖다가 붙일 것은 아니고 천안에서 전국으로 지구촌으로 쭉쭉 더 뻗어나갔으면 좋겠다.

 

호두과자, 향촌

어제 먹다 남은 몇 알의 호두과자를 탁자 앞에 가져왔다.

() 루시아 자매님 조카 신부님이 집전하는 평화방송 새벽 미사에 참례하면서 따스하고 옅은 설탕물을 곁들여 먹는 호두과자 맛이 아주 좋다.

어린이 날로 시작하여 이어지는 어버이날과 다른 기념일들이 이어진다.

경노효친(敬老孝親)에 상경하애(上敬下愛)를 모르면 안 된다는 것은 만고의 진리다.

잘 하고 잘 해도 부족한 것이 사랑이다.

피치 못하여 그에 동행하지 못하는 불행한 처지의 사람일지라도 이런 때를 계기로 하여 부모님을 비롯한 조상님들의 은공을 기리며 자손들의 안녕을 위하여 기도하고 묵상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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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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