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 또는, 인연이 있는 “재수”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있다.
금방 뽑아봐도 몇 명이 나온다.
고등학교 동창이자 직장 동료였던 중리동의 J 재수가 있다.
좀 특이한 친구로서 막걸리 마니아에 주식 전문가이기도 하다.
퇴직 후 동창회 모임에 가끔 나오더니 요즈음은 소원하여 어찌 지내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문단에서 시 낭송을 함께 하던 작가님이 늘 애틋하고도 자랑스러운 동생으로 여기며 곧잘 이야기하던 둔산동의 L 재수도 있다.
그런 동생을 두고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먼 길을 가신 누이나 사랑하는 누이를 졸지에 보낸 동생의 비통함을 생각하면 가슴이 저미어 당신의 자비와 은총을 청한다.
기구한 운명과 묘한 인연이었으나 끝이 매끄럽지 않게 끝난 장평의 P 재수 형도 있고, 재선이지만 3선급 이상의 중진 같은 친문 핵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부산의 Ch 재수 의원도 있고, 학사-석사-박사-육사-보안사-여사 체계로 회자되면서 막강 파워를 자랑하다가 주춤하는가 싶더니 급기야는 비참하고도 안타까운 순간을 맞이하여 그래서는 안 됐다는 탄식의 소리를 듣는 L 재수 장군도 있다.
또 다른 재수도 있다.
재물이나 좋은 일이 생길 수 있는 운수를 가리키는 재수(財數)다.
운수대통인 재수이다.
미당 선생 인생에는 재수가 있었던 것인지 어떤 것인지 잘 모르겠는데 무탈하게 살고 현상 유지하면서 곱게 나이 들어가고 있으면 그게 재수가 아닌가 한다.
이런 재수도 있다.
한 번 배웠던 학과 과정을 다시 배우는 것, 특히 입학시험 결과에 만족하지 못하고 다음 시험에 대비하여 공부하는 재수(再修)다.
미당 선생도 1970년대 초 종로 2가 종각 건너편의 화신백화점 뒤편에 있는 대일학원에서 주경야독하는 재수를 한 경험이 있다.
성격이 다른 재수도 있다.
왕재수(王財數)다.
성이 왕 씨인 재수가 아니다.
재수가 좋다는 것이 아니라 재수가 억세게 없다는 기분 나쁜 표현이다.
뭔가 좋은 것을 기대했다.
그런데 길 닦으니 누가 먼저 지나간다는 식으로 뜻밖의 재수 없는 사람이 지나간다면 침을 탁 뱉어버리며 “에이, 왕재수!”라고 외치는 그런 재수다.
인기 포크송 가수이자 입심 좋은 방송인이자 동갑내기인 양(楊) 선생이 지금은 불후의 명곡이지만 처음에는 금지곡이었던 “아침 이슬” 이야기를 하면서 왕재수를 소환했다.
우연히 만났다는 담당 관료인지 권력 기관원인지 모를 금지권자라고 자처하는 사람을 기억하며 불쾌감을 토로하고 내뱉은 말이 왕재수이다.
듣는 왕재수도 좀 서운할지 모르겠다.
그가 문화 예술 검열과 금지의 하수인이었든 책임자였던 어찌 보면 그도 군사 문화와 권위주의 시대의 피해자일 수 있다.
자의적이 아니라 먹고 살기 위하여 지시대로 이행한 것이 왕재수라는 비난을 받으니 기분 좋을 리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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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