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식희소식(無消息喜消息)이라고 했다.
그런데 그도 세월 따라 변하는 것 같다.
구버전이 그렇다는 것이고 신버전은 좀 달리하고 있다.
한전에 급전소(給電所)라고 있다.
예전에는 중앙급전지령소/대전배전사령실/보선사령실이라는 으스스한 이름이었다.
중앙-권역-지역별로 위치하여 연중무휴 24시간 내내 담당 전력 계통과 설비를 운용, 관리, 조작, 감시하는 업무를 총괄하는 곳이다.
그곳은 정말로 무소식으로 조용해야 최고로 좋다.
거기가 바쁘고 소식이 날아오면 문제다.
전력 계통에 이상이 있거나 사고가 났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급자든 하금자든 밥 먹고 꾸벅꾸벅 졸아도 좋으니 제발 바쁘게 움직이는 상황을 만들지 말라고 농담을 하곤 한다.
첨단고도 산업 시대인 요즈음도 그 기조는 유지가 될 것 같은데 안 그런 경우도 적지 않다.
까치가 울면 기쁜 소식이 올 거라 동태를 살피며 조용힌 기다리고, 까마귀가 울면 슬픈 소식이 올 거라며 훠이훠이 쫓아내던 시절 즉, 지금처럼 정보통신매체가 발달하지 않고 역마나 봉수대로 전갈하던 때하고는 다르다.
손가락 하나 까딱하거나 손바닥 한 번 쓱 밀면 총천연색 얼굴을 마주 보며 특약대로 무한정 화상 대화를 할 수 있는 판에 제들끼리 울고 짖는 까치와 까마귀를 보며 길흉을 점친다는 것은 안 맞는 것 같다.
예전에는 무소식이면 무탈한 희소식이 될 가능성이 80%라면 요즈음은 변고로 비소식(悲消息)이 될 확률이 50% 이상 된다고 봐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모임에 잘 나오던 사람이다.
전화도 종종 하던 사람이다.
찾을 사람 찾고 맞이할 사람 맞으면서 예의를 잘 지키던 사람이다.
파안대소하며 환하게 웃거나 대로하여 얼굴을 찡그리거나 하며 기복이 심하던 사람이다.
그런데 어느 날 얼굴이 안 보이고 목소리가 안 들리면 탈이 난 것이다.
어디가 아프거나, 집안에 우환이 있거나, 이국만리로 이민을 갔거나, 실직하거나 부도를 맞았거나, 세상만사 다 싫어서 잠적하였거나, 큰집에 들어가 있거나,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 벽면 수도하거나,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먼 길을 갔거나......, 불길한 예감에 안 좋은 징조다.
미당 답박골 홍(洪)이 많이 아픈가 보다.
어제 세종의 교장 친구 sns 전갈을 보고 아침에 출근하여 전화하니 연결이 안 된다는 멘트가 들렸다.
충청도 여자가 경상도로 내려가 경상도 여자가 다 되어 굴곡진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면서도 늘 밝고 활달하던 사람이었는데 외부와 연락을 끊고 있는 것을 보면 심각한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된다.
청춘에 어렵게 살았으면 노후라도 건강하고 안락하게 지내야지 왜 그러는 것인지 화가 치밀기도 하는데 뭐 하나 도와주지도 못하고 맘만 아프다.
몸과 맘이 괴로운데 무슨 말을 한들 들리고 무슨 위로가 필요하겠는가.
다 필요없다.
불문곡직하고 억척스러운 옛날 모습으로라도 돌아오라 소리 지른다.
스토리 없고 사연 없는 인생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거 저런 거 다 잊어버리고 제발 강한 경상도 악센트로 입을 가만히 두지 않는 홍(洪)으로 돌아와 그 좋아하는 술 한 잔 못하고 눈만 멀뚱거리는 미당 장터의 한(韓)과 함께 마빡이 터지도록 쌈하는 모습이 돼 달라 희망한다.
그리고 그리 이루어 주시라고 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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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