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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강냉이죽

by Aphraates 2021. 7. 5.

강냉이죽 세대들이다.

초근목피(草根木皮)의 후예들이다.

아버님 날 낳으시고 어머님 날 키워주시어 감사하다는 노래를 진지하게 부르면서도 때로는 우리 조상님들은 왜 그런 심심산천에 자리를 잡으시어 고생 고생들 하시다가 그를 자식들한테까지 대물림해주셨느냐고 눈물로 하소연하는 사람들이다.

먹어도 먹어도 기가 막히게 맛 좋은 뽀얀 분유도 가끔 배급받았다.

사기 밥주발에 고추장 종기를 박은 도시락을 보자기에 싸서 메고 다니는가 하면 어떤 때는 삶은 감자나 찐 고구마를 도시락 대신 갖고 다녔다.

그도 저도 어려워 점심시간이 되면 학교 울타리 안 모퉁이에 있는 우물가로 가 두레박에 물을 퍼 배를 채우고 운동장을 뛰어다니기도 했다.

어지간히도 가난하던 지긋지긋한 그때였다.

우리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다들 그렇게 살았다.

하지만 비굴하진 않았다.

다들 그런 줄 알았지 배곯는 서러움이 얼마나 크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강냉이죽, 다음

지금은 생각하기도 싫을 것 같은 그때 그 시절임직도 하다.

그러나 아니다.

그의 정 반대다.

그리워하면서 그래도 그때가 좋았다고 한다.

산천은 의구하되 인걸은 간데없다는 말을 실천할 정도로 큰 틀에서는 변함이 없지만 다 맞는 것은 아니고 사천이든 인걸이든 상전벽해(桑田碧海) 식으로 확 달라진 면도 적지 않다.

그래도 그런 것에 상관없이 고향을 찾고, 친구를 찾고, 거기에서 함께 하다가 영영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가신 분들을 회고하고, 인생무상에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면서 귀소본능(歸巢本能)에 젖어 있다.

 

그게 누구인가.

다름 아닌 1950년 전후를 해서 태어난 칠갑산(七甲山) 아그들이다.

칠순이 넘은 친구도 있고, 칠순아 돼 가는 친구도 있다.

나이에 안 어울리게 건장한 친구도 있고, 아직 상노인은 아닌데 폭삭 늙은 친구도 있다.

불의의 일로 이미 작고한 친구도 있다.

 

전국적으로 칠갑산 자락같이 근근한 동네와 그를 터전으로 하여 살아온 사람들이 무수히 많을 것이다.

가끔은 돌연변이가 일 듯이 개천에서 용 난 것처럼 입신양명한 사람도 있고, 운수대통하여 한 평에 몇만 원 하던 문전옥답이 몇백만 원이 되고, 가져가라고 해도 거들떠보지도 않던 산과 자갈밭이 금싸라기 땅이 되어 가만히 앉아서 벼락부자가 되어 졸부 노릇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지만 대개는 참 어려운 세월을 살아오면서 나름대로 밥숟갈이라도 뜨는 자수성가한 세대들이다.

 

선진국, 다음

그런 우리가 만년 개도국(개발도상국) 지위를 벗어나 선진국 그룹에 편입됐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57 년만이란다.

좁은 국토, 작은 인구, 빈약한 자원 빼고는 여러 면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지구촌 10위권 국가로 통하니 당연하다.

천우신조(天佑神助).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것이다.

피땀 어린 노력으로 일궈낸 나라의 쾌거이자 민족의 자부심이니 맘껏 환호하고 자축해도 좋을 것이다.

그리고 한번 이루어 놓았다고 해서 저절로 굴러가는 것이 아니고, 가는 길에 수많은 난관과 장애물들이 도사리고 있으니 그에 대비해서도 우리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뭉치고 힘을 모아야겠다.

또한, 도량에 맞는 처신을 하면서 어려웠던 과거를 생각해서라도 이웃고 상부상조하여 함께 잘 살아가는 공생 공존하는 덕목도 기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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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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