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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목포

by Aphraates 2021. 9. 2.

전국을 많이 다니는 편이다.

여행이기도 하고, 문학 기행이기도 하고, 시간 활용이기도 하다.

한때는 업무적으로 전국 곳곳을 다녔으나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더욱이 코로나가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에서 발길 닿는 대로의 정처 없는 나들이는 쉽지 않다.

직접 대면을 피하고 드라이브 슬루 하는 방식으로 전라도와 경상도를 번갈아 우회하며 대전과 삼천포를 오가고 있다.

 

다니다 보면 끌리는 곳이 있다.

맘만 먹으면 언제든지 갈 수 있다.

가보고 싶지만 이제는 그 꿈을 접어야 할 거 같은 남미와 안데스와 파타고니아 지역, 중앙아시아의 실크로드와 파미르와 코카서스 지역, 남태평양의 피지와 타히티와 사모아 지역과는 결이 다르다.

 

왜 그렇게 끌릴까.

특별한 것은 없다.

남다른 인연이 있다거나 관심을 가질만한 것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생각하면 그립고, 가보면 정겹다.

뭔가 할 말이 있고, 뭔지 미련이 남고, 왠지 좋은 일이 있을 것만 같다.

제주도의 서귀포, 전라도의 군산과 목포와 해남, 경상도의 삼천포와 밀양, 강원도의 영월과 정선과 평창, 경기도의 가평과 청평이다.

 

그런데 아쉽다.

그리워하는 곳이 아프다.

쭉쭉 뻗어나기보다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일출보다는 일몰을 이야기해야 어울릴 듯하다.

수도권이 점점 불어나는 것과는 정반대다.

수도권 집중은 지방 분권과 전 국토의 균형적인 발전에 문제가 많으니 시정돼야 한다고 주창하지만 잘 안되고 갈수록 격차가 더 심화하고 있다.

걱정스럽다.

미당 선생이야 먼 길 종점을 향해 가고 있으니 그렇다 치더라도 많은 장점과 특성을 가진 좋은 곳이 옛 영화를 그리워하는 곳으로 돼 가는 것이 맘 아프다.

 

목포 유달산 & 삼학도, 다음

대학 명칭을 변경하는데 목포 지명을 빼지 마라라고 한다는 기사가 눈물겹다.

찬반 양론이 팽팽한 것 같다.

현지 주민들은 전통과 지역성을 생각하여 단연코 목포를 넣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전국화를 시도하는 측에서는 그렇게 지역으로 묶어서는 안 된다고 반발하는 것 같다.

아픈 목포를 이해하고도 남는다

 

정이 들면 타향도 고향이라고 했다.

고향은 발전도 하고, 옛모습도 살렸으면 한다.

두 손에 떡을 든 격이지나 그래도 그리 되기를 바란다.

 

그립던 삼천포에서 3년차 살고 있는 미당 선생은 삼천포가 안타깝다.

한려수도의 아름답고 아늑한 동네로서 그 장점이 살아나지 못 하고 있다.

바다를 무대로 하여 발전해야 할 항구 도시가 어업이나 해양 산업의 배후도시 역할이 미미하다.

본업을 미루고 어정쩡한 1, 2차 산업의 부업으로 버티니 근근하다.

 

동병상련(同病相憐)이다.

이름마저 사천으로 통폐합된 삼천포 명예시민(?)으로서 대학교명 변경에 목포를 넣기를 바란다.

이루어지기를 바란다는 이면에는 이루어질 수 없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일 수도 있는 것이어서 아프더라도 더 목청을 높인다.

 

미당 선생의 본향 칠갑산 고을 대학도 아프다.

텔레비전만 틀었다 하면 얼굴이 비치는 백() 세프의 부친께서 대학장으로 계실 때만 해도 번성했었다.

번성이 오래 지속하진 못 하는 것 같다.

지방이 위축되는 것에 비례하여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주변 여건이 미흡한데 조그마한 대학 하나 세웠다고 해서 획기적인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인근 홍성에 위치하면서 그런대로 유지되던 대학도 수도권에 분교를 설립하여 나아가려 하고, 대전 인근에 있는 대학도 살아남기 위하여 지역 발전의 명제를 뒤로하고 수도권에 분교를 설치하여 무게 추를 옮겨가고 있다.

사람은 낳으면 서울로 보내고, 말은 낳으면 제주도로 보내라고 하였는데 이제는 말도 서울로 보내야 할 판이다.

낙후된 농어촌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되게 하려고 설립한 도립 청양 대학이 충남 도립대학으로 교명을 변경하였다.

그게 끝이 아닐 수도 있다.

이제는 충청권이 아니라 전국을 아우르는 교명으로 바뀔지도 모른다.

OO 심정은 OO가 알고, XXX 심정은 XXX가 안다고 하듯이 목포와 청양의 대학이 서로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도 같다.

 

지지버버했으면 좋겠다.

지킬 것은 지키고, 버릴 것은 버리자는 것이다.

개발한다고 다 뒤집어 놓았다가 옛 모습대로 복원했다는 목포의 상징과도 같은 삼학도와 유달산처럼 지킬 것은 지켰으면 좋겠다.

막연한 희망 사항이 아니었으면 한다.

고양이 쥐 생각하는 소리는 안 들렸으면 한다.

사랑하기에 헤어진다는 이상한 소리를 하면서 작별하는 신파극처럼 안 됐으면 한다.

 

그나저나.

기울고 저물어가는 목포를 돕겠다고 나섰다가 부동산 논란 광풍에 휘말려 곤혹스러워 하던 마포의 손(孫) 여사님은 어찌 지내고 계신지 또 한번 "처음처럼" 의 깃발을 날려야 하는 것이 아닌지 궁금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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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전기안전기술사PMP사회복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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