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시대가 그럴지라도

by Aphraates 2021. 9. 21.

평화방송을 통해 추석 미사를 봉헌하고 바로 고향으로 갔다.

기다리는 가족들과 함께 벼락치기로 성묘를 했다.

큰집 형수님께서 입원해 계시고, 줄기차게 내리던 비가 잠시 멈춘 틈을 타서 성묘를 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차례를 성묘로 대신하고, 다시 내리는 비를 맞지 않기 위해서는 그렇게 약식으로라도 서두를 수밖에 없었다.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그래도 그렇게 간편하게 조상님들을 공경하는 것이 맘에 걸렸다.

오가면서 성묘객이 드문드문 조차도 잘 안 보이는 것이 맘을 더 무겁게 만들었다.

잠시 해가 반짝 든 틈을 타 한복을 입고 나들이하는 젊은 부부와 두 아이의 모습에서 아무리 각박해도 저 정도는 돼야 하는데 생각이 들었다.

 

귀전길, 공주에서 공차 한 잔

우리 시대가 지나면 제사고 성묘고 의미가 없을 것이라며 긴 한숨을 내쉬시던 어른들도 이제 얼마 안 계신다.

그런 소리를 안 들었으면 모르지만 들으면서 함께 걸어온 세대로서 중한 것이 뭔가를 생각해본다.

이렇게 돌아가는 현실이 정상이라던가 비정상이라던가 논란을 일으키는 것 자체가 죄송스러운 일이다.

실사구시와 풍요 안락으로 흘러가는 시대가 그럴지라도, 그 시대에 맞춰 함께 해야 하는 흐름이 그럴지라도 미당 선생 세대 정도는 너무 앞서가면서 관혼상제를 재단할 것은 안 되는 것인데 잘 안 된다.

도도한 시대 흐름을 거역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미당 본가, 선영, 초등학교 일원 지도

 

http://blog.daum.net/kimjyyhm

http://www.facebook.com/kimjyyfb

http://twitter.com/kimjyytwt

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전기안전기술사PMP사회복지사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흉내  (0) 2021.09.23
나른 나른해질 때까지  (0) 2021.09.22
이런 대목은 처음이다  (0) 2021.09.20
보원이덕  (0) 2021.09.20
어깨  (0) 2021.0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