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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어제만은 못했지만

by Aphraates 2021. 10. 2.

부리나케 삼천포에서 올라와 동네 병원에 갔다.

몇 달 전부터 불편하더니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아픈 팔뚝과 어깨 때문이었다.

대학병원에 가 진료를 받으면 더 나을 것이고 실비보험처리도 하여 경제적이고 이득일 것이다.

그러나 절차와 단계가 복잡하여 번거로울 것 같아서 일단은 의원급에서 초진을 받아보기 위해서였다.

전에 다른 데가 아플 때도 그런 방식으로 진료와 처방을 받아 손쉽게 나은 경험을 살려 쉬운 길을 택한 것이다.

접수하고 친분이 있는 원장 선생님께 증상을 설명했더니 바로 진단 결과가 나왔다.

선생님이 코로나 예방 주사 맞으셨을 텐데 그 후유증이라며 뼈에 이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주사한 바이러스 균이 신체의 취약한 부분을 공격하면서 발생한 것이라며 주사 맞으시고 약을 드시면 괜찮아지실 거라고 하셨다.

저스트 모먼트(Just moment, 잠시만요)를 외쳤다.

오늘 꼭 한 전 해야 할 일이 있는데 주사는 오늘 맞고 약은 내일부터 먹으면 어떻겠느냐고 했더니 사정이 그러시다면 그래 하셔도 좋다고 말씀하셨다.

 

한 방 찌르고 나니 금방 나아지는 기분이었다.

주사약 성분이 체내로 한 바퀴 돌지도 않았을 텐데 너무 오버하는 것 같았지만 왜 아팠던 것인지 원인 바로 나오고 잠시 후면 소맥 폭탄 부대 작전이 개시되는데 가벼운 몸과 맘으로 참가할 수 있으니 싱글벙글하는 것은 당연하다.

주사를 맞고 난 후에 후유증이 있을 것 같으면 병원에 가시라는 삼천에서의 담당 의사와 간호사 선생님 권고를 조금이라도 알아들었더라면 팔이 아파서 옷을 입기도 불편한 정도까지는 안 됐을테네 몇 달을 참았다니 참 미련 맞기도 하다는 반성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정도의 실수는 언제든지 있을 수 있고 견딜만한 것이 아니냐며 너그러워지기도 했다.

 

2차 접종까지 다 마친 소맥 폭탄부대 특공대원 다섯이서 방역지침을 준수하면서 펼친 작전은 화기애애했다.

편의점 카페에서의 길거리표 2차와 해장국집에서의 해장국과 오징어 튀김으로 이어진 3차는 당차게 벌이는 오징어 게임을 하는 분위기였다.

술술 잘도 넘어갔다.

몸이 후끈 달아오르고, 목소리가 커지고, 발걸음은 비틀거렸지만 조금도 걱정이 되거나 흠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시월의 첫날은 참 좋았다.

문제는 다음 날이었다.

아침과 점심도 거르고 청양과 논산을 다녀왔다.

백제문화제가 열리는 웅진(공주)와 사비(부여)는 차가 밀릴 거 같아 외곽으로 움직였다.

낙상하여 자택 치료 중이신 큰형수님과 큰 수술 후에 자택에서 몸조리를 하는 친구를 찾아간 것이다.

두 분의 병환은 다 아는 것이어서 그에 대해서는 별다른 얘기를 안 했다.

각자의 근황을 이야기하면서 정을 나누었다.

농담도 했다.

그리고 다 잘 될 테니 너무 걱정들 하시지 말고 긍정적인 생각과 가벼운 행동으로 이겨내자고 하였다.

이번에도 청양과 논산을 거쳐오면서 밤, 김치, 호박, 양념거리 등등 한 트렁크 싣고 왔다.

짐꾼 팔이 자유롭지 못하여 먼저 올라가 손수레를 갖고 내려온 화주(貨主)와 함께 실어서 올렸는데 그 많은 것을 어찌 다 처리할 것인지 모르지만 화주는 싱글벙글한다.

 

대충 짐 정리를 하였다.

데보라가 짐을 옮기느라 거실을 왔다 갔다 하다가 소파에 앉아있는 사람을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어제만 못하네하면서 얼찐하여 객기를 부리던 어젯밤을 소환했다.

어제도 오늘도 강행군이고, 소맥 폭탄부대 작전 여파가 남아있으니 피곤할 것은 뻔한 것이다.

붜라 마셔라 하던 어제만은 못했지만 오늘도 좋았고 보람 있었잖아. 내일은 자네가 향촌 댁 환우를 찾아보고, 둘이서 금산 환우네도 한 번 가봤으면 하는데 그는 다음 주에 해도 될 것 같네

라고 하였더니 우선 편안한 자세로 좀 쉬라며 자리를 펴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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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전기안전기술사PMP사회복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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