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고향 친구 인균한테서 전화가 왔다.
상의할 일이 있어서였다.
지지난달이었다.
고향에서는 12명이 매월 정기적으로 만난다고 했다.
참 아름답고 좋은 일이었다.
고향을 떠나 있는 친구들이 한 번에 다 모일 수는 함께 하고 싶다 했더니 흔쾌히 응해줬다.
적당한 날에 대전과 서울 친구 몇이 고향으로 가 오붓한 시간을 갖자면서 그 자리는 미당 선생이 주관하겠다고 했다.
전화한 요건은 친구들 모이는 날이 다음 월요일 즉, 11월 8일인데 객지로 나가 있는 친구들이 올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불가능한 일이었다.
현업에서 떠난 친구들이 많지만 아직도 일선에서 일하고 있는 친구들이 있어 휴일이 아닌 평일에는 휴가를 내든지 해야 하니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친구들과 편안하게 만나는데 그런 제약을 받고 싶지는 않았다.
친구한테 설명했다.
다른 친구들과 날짜 조율도 안 됐고, 우선 당장 삼천포에 와 있는 내가 평일에는 시간을 낼 수 없는 형편이라면서 이달이 다 가기 전에 주말로 잡을 테니 양해해달라고 하였다.
그 자리는 내가 마련할 테니 기회를 달라고 했다.
그러자 반색을 했다.
지난달 모임에서 고향 친구들이 대전 친구들을 초청하기로 하였으니 그 문제는 더 이야기하지 말아 달라고 역제안을 했다.
모양새가 이상하게 됐지만 다음에 주선할 기회도 있는 것이고, OO 친구들이 만나서 놀자는 것은 엎어치나 메치나 마찬가지여서 받아들였다.
고향 친구들이 고마웠다.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고향 생활이 넉넉하지 못한 것은 여전하지만 잘들 지내고 있다면서 객지 나가 있는 친구들도 잘 지내야 한다고 당부했다.
우리도 같은 맘이라고 했다.
이 나이에 출세하겠느냐, 돈을 벌겠느냐 하면서 주어진 대로, 가진 대로 잘 지내고 있으니 함께 건강이나들 하자고 다짐했다.
양주 마시던 사람이 소주를 마시고, 소고기 먹던 사람이 돼지고기를 먹는다고 해서 안 좋을 거 하나도 없다.
좋은 거 못 먹는다고 몸이 탈 나는 것도 아니고, 없어서 굶는 것도 아니니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즐겁게 살자는데 이심전심이었다.
허덕일 것 없다.
갈구할 것 없다.
없으면 안 먹고, 비싸면 줄이고, 과분하면 단념하면 된다.
그런데 호사다마다.
잔잔한 평정심을 시험이라도 하듯이 돌을 던지는 것들이 없지 않다.
라면, 너까지 그러냐는 말이 나온다.
일 년 내내 먹어야 12개 정도에 불과한 라면이라서 라면 하나가 천 원을 하던 만 원을 하던 가계에 부담이 갈 것이 없다.
그래도 부담이 된다면 아예 안 먹고 딱 끊을 수 있으니 괘념치 않는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이긴다고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어렵다.
문제는 물가다.
누군가에게는 주식처럼 돼 있는 라면값이 오를 때는 나 홀로 오르는 것이 아니라 다른 것도 함께 오른다는 것이다.
물가가 심상찮단다.
국내외적으로 돈이 많이 풀렸고, 국제 원자재 가격이 오르니 당연하단다.
심각한 상황은 아니고 얼마든지 감내하고 억제할 수 있는 수준인 것 같긴 한데 자칫 잘못하면 호미로 막을 것을 삽으로도 못 막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으니 조심하고 조치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라면과 삼겹살.
얘들이 서민층과 중산층을 배신하고 있다.
삼겹살을 안주로 하여 소맥 폭탄 잔을 부딪치면서 연시 웃음 짓는 것이나 라면 하나 끓여 놓고 튕튕 불 대까지 들었다 놨다 하면서 소주 여러 병을 해치우는 것과는 다른 의미의 걔들이다.
그러지 말아 주길 부탁한다.
배신은 곧 응징당하여 죽음이자 폭망의 길이라고 꼭 집어 설명을 안 해도 알아 들을 테니 제발 준동하지 말고 살길을 찾아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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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전기안전기술사□PMP□사회복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