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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선근

by Aphraates 2022. 1. 30.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격언을 검색하다 보니 선근이라는 불가의 가르침이 있었다.

명절이 다가오면서 그 말씀이 더 절실하게 와닿아야 할 텐데 거꾸로 흘러가는 모습이 보인다.

 

악행에 회심의 미소를 짓는 모습이 싫다.

인성과 이성이 의심된다.

맘이 무디어지고 삭막해졌다.

자행하는 당사자들이나 관조하는 국외자들이나 측은지심이다.

누구도 그 올무에서 벗어날 수 없을 텐데 뭐가 그리 좋아서 희희낙락하고, 뭐가 그리 안 좋아서 좌불안석하는 것인지 이거는 아니다 싶다.

 

왜들 그러시는가.

무슨 영화를 보고, 뭘 구원하겠다고 그러시는가.

 

인연은 소중하다.

소중하면 간직해야 한다.

그런데 개념조차도 희미한 것 같다.

인연을 악연으로 만들어가는 즐거움에 길든 것 같다.

 

안면몰수다.

생사고락을 같이하던 동지를 적으로 만들고, 함께 마시던 우물에 침을 뱉고, 자라고 큰 친정을 욕하고, 모시던 상사를 비하하고, 거느리던 부하를 비판하고, 충성을 맹세하던 군주를 배신하고, 사랑을 속삭이다 떠나고, 동고동락하며 도움을 나누다가 뒤통수치고. 그렇게 구차하고 비굴한 이율배반으로 무슨 큰일을 하겠다고 나서는 것인지 후안무치다.

 

세상이 야속하다.

언젠가는 사필귀정이 되겠지만 고통을 준다.

도태되어야 하는데 오히려 득세하는 기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신상이 불편하다.

혼돈의 시간을 거쳐 누군가는 성공하고 누군가는 실패할 것이다.

결론이 난 뒤로는 어떻게 할 것인가.

영원한 것은 없는데 그 위치와 자세가 바뀌면 어찌할 것인가.

한때는 백의종군이라는 충무공의 말씀을 호도하더니 이제는 필사즉생(必死卽生) 필생즉사(必生卽死)의 그 말씀을 오남용하고 있다.

안 그런 척하지만 사실이 그렇다는 것을 본인들만 모른다.

조금만 비켜서서 보면 그대로 다 들여다보인다.

 

선근과 함께 인과응보라는 말씀에는 뭐라 답할까.

궁금할 것은 없다.

뻔할 뻔 자다.

굳이 알려 할 것도 없다.

슬픈 더듬이보다는 아픈 깜깜이가 더 낫다.

 

그래요.

내 인생은 내가 사는 것이니 댁의 인생은 댁이 사시구려.

 

안 아픈 데가 없는 것처럼 몸이 무거워 잠이 깼다.

시험은 잘 못 봤지만 그래도 해야 할 것은 해야겠기에 평화방송을 틀면서 노트북을 열었다.

글 쓰는 묵상에 들어가기 전에 화면에 펼쳐진 뉴스 타이틀을 보니 처음 눈에 들어온 것은 첫 타이틀인 국() 가의 양 대표의 다툼 기사였다.

두 분이 그럴 사이가 아닐 텐데 변했다.

인연을 져버리고 목전의 이익에 눈이 어두워지고 정신이 흐려진 것이 아닌가 싶다.

서로 자기가 맞다고 한다.

누가 옳고 누가 그른지는 살펴봐야 알겠지만 안 봐도 훤하다.

도토리 키재기일 것이다.

인연을 악연으로 만들어가는 모습이 싫어 얼른 닫아버렸다.

그래도 공당의 대표인데 환영은 못 할지라 묵인 정도는 해야 국민 된 도리가 아니냐는 생각도 들었지만 바로 사라졌다.

국민 된 예의가 부족하다.

국민이라는 타이틀을 쓰는 것이 부적절해 보인다.

당사자들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하나 자의든 타의든 그런 모습을 보고 접하는 사람 중에는 그게 바로 국민을 오염시키고 국가를 모독하는 역설이라고 보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위로받아야 하는 것은 그들이 아니다.

눈을 감고, 귀를 막고, 입을 닫은 사람들이라는 답이 바로 나온다.

 

그러는 게 아니다.

원수를 은혜로 갚는 결초보은의 성인군자는 못 될지라도 은혜를 원수로 갚는 배은망덕의 오합지졸이 돼서는 아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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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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