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시작된다는데 언제부터인지 구름 한 점 없다.
연이어 30도 중반대를 상회하는 땡볕이라더니 아파트가 점점 달아오르는 것 같다.
베란다 창을 열고 의자에 비스듬히 앉아서 책을 보고 있자니 머리 위로 내리쬐는 태양 빛의 열기가 후끈하다.
버티기 힘들었다.
극기로 인내할 것도 아니다.
얼른 들어와서 그늘진 거실문 앞에 선풍기를 틀고 책상으로 쓰고 있는 밥상에서 책을 보니 한결 시원해진 느낌이었다.
잠이 실실 왔다.
소맥 폭탄 그리워할 상황도 아니고 가만히 있으면 더 졸릴 거 같아서 스마트 폰을 쓱쓱 밀었다.
OB 지인과 감리 현장 정보도 교환하고, 기술사 시험 이야기도 하고, 칠갑산 고랑 동창과 대전과 전국 모임도 의견을 나누고 하다 보니 1시간이 훌쩍 넘어갔다.
별일이다.
“알라는? 밥 묵자! 자자!” 라는 세 마디가 전부라는 무뚝뚝한 경상도 사나이는 아니지만 조잘거리는 편이 아닌데 말이 참 많아진 것 같다.
나이 들면 정기가 손으로 입으로 올라간다는데 실현이 되는 것 같기도 한데 그렇다고 큰일이라고 오두방정을 떨 것은 아니다.
피곤한 눈을 마사지해주면서 눈앞에 있는 구닥다리 에어컨을 보니 정림동에서의 대모님 말씀이 생각났다.
더위를 버티다가 큰일 나니 리모델링이고 뭐고 다른 거는 다 그만두고 성능도 좋고 전기요금도 적게 나오는 신형 에어컨 좀 하나 사라고 권하셨다.
우리 에어컨이 내용 수명이 다하긴 했다.
에어컨 장사가 알면 선생 같으면 에어컨 장사 다 밥 굶는다고 할 것이다.
입주할 때 설치한 에어컨이니 30년이 다 돼 간다.
골동품 수준이지만 작동은 그런대로 된다.
시동 때에 들리는 대포 쏘는 것 같은 소리에 작동 중에도 요란하여 어지간하면 사용을 안 하고 꽁꽁 묶어둔 지 오래됐다.
정 견디기 어려우면 켠 적은 있으나 갓난 엄니를 모시고부터는 입고 직전처럼 취급하면서 사용을 안 하고 있다.
전기요금도 무시하지 못한다.
우리 집은 할증요금 대인 월간 400-500 kWh 사용대인데 거기서 에어컨을 켠다거나 전열기를 사용하면 전기요금이 껑충 뛰어 부담스럽다.
하여거나 에어컨이 문제다.
돈이 없어서 에어컨을 못 산다거나 생활비가 많이 들어가 전기를 절약해야 한다거나 하고 압박을 받을 정도는 아니지만 잘 안 된다.
일 저지르기를 좋아하는 체질인데도 어찌하여 그거에는 별 의향이 없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더위를 못 참는 사람이 삼복더위에도 에어컨을 그리워하지 않는다는 것은 묘한 변화다.
인공 바람보다 자연 바람이 좋다는 것이 올해 통할지 의문이다.
요 몇 년간은 해안가 삼천포에 있어서 더위에 대해서 크게 고민을 안 했는데 내륙 깊숙이 자리 잡은 대전에서 올여름을 날라면 새로운 선택이나 각오가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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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사회복지사□국내여행안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