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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달라는 데도 많고, 줄 데도 많고

by Aphraates 2022. 7. 8.

오라는 곳은 없어도 갈 곳은 많다.

방랑 시인의 멋진 인생 행보다.

백수의 세상살이 걱정할 거 없는 삶의 여적이다.

 

서글픈 일이다.

오라는 곳이 없는 것은 자신의 부족함이지만 갈 곳이 없는 것은 자신의 포기일 수가 있다.

문제가 될 것은 없다.

백수 상대가 백수를 오라 할 것도 없고, 백수가 백수 상대한테 가자고 할 것도 없어서다.

 

달라는 데도 많고, 줄 데도 많다.

적당히 균형과 견제를 이뤄야 한다.

어느 한쪽이든 넘치면 문제다.

못들은 척했다가는 실컷 욕을 얻어먹는 것은 물론이고 잘못하면 쌍코피를 흘릴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생각 같아서는 쌈짓돈이라도 닥닥 긁어 주고 싶지만 그렇게 한다고 해서 달라는 측과 주려는 측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

갈등과 분란만 알 수도 있어 그러지도 못한다.

 

선출직 공직자들은 좋기도 하고 안 좋기도 할 것 같다.

부복한 국민을 향하여 우렁찬 목소리로 호령을 할 때는 천하를 다 얻은 것처럼 기분이 좋을 것이다.

하지만 가는 곳마다 지난번 선거에서 공약한 것을 이행해달라면서 붙잡고 늘어지면 할 말이 없어 얼굴만 붉혀지다가 붉으락푸르락 될 것이다.

공약한 것을 다 지킬 수 없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모른 체 하면서 빨리해내라고 하면 입장 난처하다.

텅 빈 호주머니를 털어 보이며 표 좀 얻으려고 한 것이니 양해해달라고 했다가는 결딴날 테니 그럴 수도 없다.

얼른 품위 있게 줄행랑치는 게 상책이다.

 

() 대통령님께서 대덕 연구단지에 다녀가셨단다.

얼마 전에 있었던 우주선 발사 성공을 격려하러 오신 것 같다.

환영과 환송 분위기가 사뭇 달랐단다.

발사하는데 고생했고 축하한다고 하실 때는 뭔가 잔뜩 기대했는데 가실 때는 커피 한 잔을 선물로 받은 연구원들은 실망스러운 눈치가 선연했단다.

합당한 대우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불만이 이번에는 해소되고 처우가 나아질 거라 은근히 기대하였는데 성사가 안 된 것 같다.

참 어려운 분들 많겠다.

그 정도면 먹고살 만하지 않으냐며 위만 보지 말고 아래도 좀 보면서 개선해 나가자고 하면 연봉 비교표를 들고나와 웅성웅성할 것이고, 획기적으로 올려주겠다고 하면 우선 당장 우뢰와 같은 박수를 받을지 모르나 곳간과 형평성을 고민하지 않을 수도 없을 것이다.

묵묵부답으로 전략적인 모호성을 유지하면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니지 뭐 그렇게 뜨뜻미지근하냐며 정체성을 명확히 하라 공격할 테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일 것이다.

황금을 돌같이 보라는 최영 장군을 롤 모델로 삼으라고 하면 무리일지 모르겠으나 그렇다고 위화도 회군하여 역성혁명을 이룬 이성계 장군을 추앙하라는 것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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