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보라와 함께 프란치스코 신부님 댁 인사를 갔다가 곧바로 칠갑산 대전 아그들 0903 만남의 장소 헌팅에 나섰다.
대상 지역은 유성 온천 거리였다.
사전 인터넷 검색으로 청춘들의 만남의 장소인 유성 궁동 대학가와 둔산 갤러리아 건너편 청춘 광장을 살펴보고 몇 군데 점찍어 놓기도 했었다.
하지만 칠순 노땅들이 분위기 살리고 기분 낸다고 번쩍이는 환락의 거리에 진군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젊은이들이 민원(民怨)을 일으킬 것 같고 자신이 없어 헌팅 목록에서 뺐다.
국군휴양소(계룡스파텔) 이면 도로는 양쪽으로 주차장을 만들어 놔 스루 드라이빙으로 둘러보기가 영 불편했다.
이러다가 자칫 방심하면 꽈당! 작품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유념하면서 인터넷으로 미리 검색한 몇몇 군데를 살펴봤다.
위치를 재보기도 하고, 찾기 쉬울지 어려울지도 가늠해보고, 주변과 해당 식당의 분위기가 어떤지도 둘러보고, 예상한 막걸리와 전문 음식 메뉴가 뭔지도 따져보고 하면서 주변을 샅샅이 뒤져봤다.
신경 써가면서 열심히 뒤져봤으나 답이 바로 나오질 않았다.
이게 어느 정도 조건에 충족되면 저게 부족하고, 이게 부족하면 저게 충족되고 하는 식으로 딱 떨어지는 곳이 안 보였다.
결론을 뒤로 미루고 귀가하였다.
헌팅 작전은 미완의 실패였다.
어떤 집인지 잘 알지 못하면서 선뜻 결론을 낼 수는 없었다.
식당에 실제로 안 가 보고 인터넷상으로 또는 상상이나 탁상공론으로 추진한 맹점이 드러났다.
충대와 카이스트가 있는 대학촌이고 유성 관광지이기 때문에 우리가 원하는 집 정도는 쌔고 쌨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큰소리친 것이 무색하게 되었다.
알만한 사람한테 물어보거나 구청(동사무소) 같은 행정기관 사이트에 들어가 정보를 얻을 수도 있지만 그 역시도 입맛을 안 다져본 상태에서는 섣부르게 결론 낼 일이 아니었다.
데보라가 한 때 명성을 날리던 법원 앞 식당가와 만년동 음식 거리나 좀 피하고 싶긴 하지만 찾기 쉬운 동네 인근 도심지를 생각해보라고 하면서 저녁을 먹고 동행해줄 수도 있다고 하였으니 썩 맘이 내키질 않았다.
서울 친구가 소풍오는 날이다.
미당 학교를 졸업하고 일가를 이루고 난 한 참 후부터 수많은 만남이 있었지만 모르는 것이 많기도 했던 대전 친구들이 기다리는 날이다.
가성비 좋고 근사한 장소를 물색하여 아기자기하게 시간을 함께하고 싶은데 영 마땅치가 않다.
우리가 세월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인지 세상이 너무 빨리 가는 것인지 모르지만 동행하지 못하고 따로국밥인 것이 서럽지만 그게 현실이고 인생인 것을 너무 아쉬워할 것은 없다.
만남의 장소 헌팅도 한 방에 끝낼 수 있을 것 같다.
한 잠 자고 일어나니 언뜻 집 앞의 사리원이 떠올랐다.
미당 선생이야 자주 가니 좀 지루하지만 가끔 가는 입장이라면 그 집 한정식도 꽤 좋은 편이다.
거기로 정하면 될 걸 비싼 기름 태워 가면서 유성을 헤매고, 또 다른 곳으로 가 볼 양이었으니 상당한 비효율이었다.
맞다.
그렇게 하면 되겠다.
가상으로나 실제로나 여기저기 쏴 다녔지만 돌고 돌아 결국은 동네에 있는 집으로 결정할 단계에 이르렀다.
다음 주 초에 대전 친구들 의견을 수렴하여 생각한 대로 마무리 짓고 싶은데 무슨 특별한 변수는 없을 듯하다.
돌고 돌았지만 무거운 짐 하나 던 것처럼 홀가분했다.
인터넷은 야단법석이다.
언젠가 한 방에 훅 간다는 붉은 색 구호를 내걸고 변화와 혁신을 주창하던 모모의 후신인 새끼 모모가 법원의 각하와 인용 한 방에 아직도 그 구호를 외치고 있다는 기사가 전면을 도배하고 있는 가운데 갈등과 분란을 끝내고 새로운 지평을 연다는 또 다른 모모에 관한 기사가 쓴지 단지 모를 양념으로 간간이 실려 있었다.
엄마 찾아 삼만리도 아니고, 만남의 광장 찾아 방황하는 미당 선생도 아닌데 왜들 그렇게 첫 단추를 잘 못 끼우고 돌고 돌다가 제자리로 돌아와 너덜너덜한 옷을 벗고 단추를 다시 끼우려고 땀을 흘리는 것인지 모르겠다.
일을 어렵게 생각할 것이 아니다.
되는 것은 되는 것이고,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것이라는 대원칙하에 순리대로 맞춰나가면 된다.
그런데 그에 역행하면서 머리를 쥐어짜고 열심히 손발을 움직여 봐요. 돌고 돌아 제 자리라는 것을 알면 무리수와 낭비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게 그렇게 쉽지가 않아 이론대로 되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 우리의 한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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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사회복지사□국내여행안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