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배가 부른 거야

by Aphraates 2023. 1. 21.

설 연휴 전이라 푹 쉰다.

징검다리 휴일이라 거른다.

손님 없는 날이라 문 닫는다.

번거로워서 그만둔다.

그런 거 아니어도 할 일이 지천인지라 차라리 안 벌고 만다.

기름 값이나 발품팔이도 안 되는데 짜장 한 그릇은 배달 안 한다.

우리 집 애가 입학하는 날이라 거기 간다.

지금은 강아지 산책시켜야하니 저녁 때 와라.

그거 해서 몇 푼 번다고 그러는지 번잡스럽게 안 나선다.

손님 같지도 않은 게 앉아서 상전 노릇하는 거 꼴 보기 싫어 사절이다.

, 여름, 가을, 겨울 정기 휴가철이라 영업 안 한다.

몇 시까지 브레이크 아웃이니 5시 이후에 오시라.

그 정도 팔아서는 타산은 고사하고 인건비와 전기료도 이 안 나오니 안 팔고 만다.

 

그렇게 자기 맘대로면 돈은 언제 버나.

우선 나를 먼저 생각하는 거야 당연하겠지만 그 거는 속으로 그런 것이지 겉으로나마 손님은 왕이다라고 표명해야 하는 거 아닌가.

나름대로 사정과 이유가 있겠지만 장사 마인드가 영 엉망이다.

동전 한 잎만 보여도 물불 가릴 거 없이 득달같이 달려가고, 내 것이다 싶으면 내 몸이 망가질지라도 대들고, 내 재산 불리는데 도움이 된다면 냄새나는 바짓가랑이 밑으로 기어 들어가고, 부를 이루기 위해서는 먹고 싶은 거 입고 싶은 거 다 잊어버리고......, 돈이 된다면 무슨 일이라도 해야 하는 것이 장사의 기본일 거 같은데 아닌가 보다.

일이 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다.

이래서 문을 닫고, 저래서 쉬고, 그래서 포기하고 하면서 일이 안 되는 쪽으로 간다.

 

왜 그러는 거야.

배가 부른 거야.

한 방에 튀겨야지 그런 코흘리개 돈으로 언제 부자가 되겠어.

평안 감사도 저 하기 싫으면 안 한다는데 장사의 기질을 살리라고 타이르거나 강요한다고 해서 되겠어.

 

소맥폭탄(燒麥爆彈) 작전처를 찾는데 몇 군데 퇴짜를 맞았다.

설날을 기점으로 다시 한파가 몰려올 거라는 기상예보가 맞는지 삭풍에 삭신이 흔들리는 고초를 겪었지만 전쟁터 찾기가 쉽지 않았다.

동네 주민으로 동네 사정에 어둡다는 것이 불찰이긴 하나 장사하는 사람들 마인드가 전같지 않다는 것을 알수 있어 씁쓸했다.

한 집에 전화를 했더니 전화는 안 받고 광고 안내 아가씨만 씨부렁거린다.

다른 집에 전화를 넣었더니 연휴 하루 전부터 연휴 끝 하루 후까지 영업을 안 한다는 양해 부탁의 녹음테이프만 열심히 돌아간다.

그럼 그 때 그 집으로 가볼까 하고 갔더니 새 단장을 하는지 불빛은 안 보이고 창문틀을 뜯어낸 자리에 판자 가림막이 붙어있다.

네 번째 집에 서야 겨우 작전을 전개할 수 있었다.

경기가 얼어붙은 세밑 추운 날씨라는 것을 감안한다 해도 놀자 골목이나 먹자골목으로 통하는 곳이 그렇게 폐점휴업이라니 뭔가는 잘못됐다.

다행히 화기애애한 소맥폭탄 작전이었기에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쌍 시옷() 발음 터질 뻔 했다.

 

생업이 여가 선용의 심심풀이가 아닐 텐데 뭔가 본분을 망각하는 게 아닌가.

남들 잘 때 같이 자면, 남들 쉴 때 같이 쉬면 돈은 언제 버나.

아예 문에 대못질을 하고 장사를 안 하면 모르지만 문을 열었으면 비가 오나 눈이오나 한결같이 생글생글 웃으면서 장사해야 하는 거 아닌가.

코흘리개 꼬맹이가 동전 들고 눈깔사탕 사러 와도, 꼬깃꼬깃 접어 꼬쟁이 주머니에 넣은 지폐 한 장 꺼내려면 한나절은 걸리는 꼬부랑 할머니가 영감님 드실 쌔주 한 병 사러 와도 쌍수를 들어 환영하고 고개를 숙여 절을 해도 모자랄 거 같은데......, 애석하게도 세상이 달라졌다네요.

 

HTTP://kimjyyhm.tistory.com

http://blog.daum.net/kimjyyhm

http://www.facebook.com/kimjyyfb

http://twitter.com/kimjyytwt

kimjyyhm@hanmail.net

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사회복지사국내여행안내사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반 토막  (2) 2023.01.23
정리 整理  (0) 2023.01.22
갈 곳도 많고, 할 것도 많다  (0) 2023.01.20
한 테이블  (0) 2023.01.19
노자  (0) 2023.0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