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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정리 整理

by Aphraates 2023. 1. 22.

여행객들은 사진을 많이 찍는다.

기념사진이다.

즐겁든 피곤하든 여행하고 나면 나중에 남는 것은 사진뿐이란 것이다.

그러나 정리 보관은 잘 안되는 것 같다.

전에 비하면 카메라나 휴대폰이나 성능이 좋고 사용하기 편리하여 가는 곳마다 보이는 대로 팍팍 찍어대는데 막상 여행을 마치고 오면 그것으로 끝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출력하여 앨범에 보관한다거나 액자에 걸어 놓기보다는 생각나거나 필요하면 그때 한 번 다시 찾아보는 정도이지 넘버링을 해가면서 사진 정리를 하지는 않는 분위기다.

 

공사 사진도 많이 찍는다.

증빙자료로 삼으려는 것이다.

특히 한 번 하고 나면 현상 파악하기 어려운 지하 굴착과 매설물이나 콘크리트 타설 같은 공정은 사진이나 비디오 촬영하여 보관하며 사용하는 것이 규정으로 돼 있다.

보관하고 관리하는 것이 기념사진과는 사뭇 다르다.

 

초저녁에 잠이 들었다가 자정 무렵에 깼다.

까치 까치 설 날을 기다리는 동심은 아닐 텐데......,

근래 보기 드문 혹한은 다가온다고 하고, 얼어붙은 경기는 안 풀린다고 하고, 냉각된 국내외 정세는 고착화돼 가고 한다지만 조상님들께 은혜의 감사를 표하면서 이웃과 더불어 다정한 시간을 갖는 것은 빠트릴 수 없는 일인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권고와 압박이 아닌가 한다.

누적된 피로가 밀려오는 징조인 것 같다.

전형적인 노땅 스타일이어서 습관으로 굳어지면 곤란하니 앞으로 그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이 오지 않고, 귀향할 시간도 남아 사진 파일을 정리했다.

2012년 이른 봄에 갓난 엄니께서 돌아가셨으니 2011년이나 2010년 사진일 텐데 막내며느리와 함께 갤러리아 백화점에서 찍은 사진이 잠에서 깨어 눈을 비비고 있는 막내아들을 내려다 보고 계신 사진 영향을 받아서 사진을 정리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오랜 기간에 걸쳐 찍은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사진이 연도별로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는데 최근에는 하지 못했었다.

시간이 없거나 복잡해서 그랬던 것은 아니고 맘이 없었던 것인데 오늘 새벽에 맘이 돌아선 것이다.

파일 정리만 했지 사진을 펼쳐본 것은 확인차로 몇 장뿐이었다.

 

기왕 나선 길이었다.

이메일 주소와 전화번호도 그룹별로 정리했다.

그것은 대충 했다.

그 또한 양이 만만치 않아 완벽하게 정리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 조금씩 해야지 지쳐서 하다가 내팽개치면 다시 얽히고설켜 복잡해진다.

흘러가고 잊혀진 사람들한테 이메일도 몇 개 날려봤다.

기억하실지 모르지만 뭐 하던 대전의 아무개라면서 이메일을 정리하다가 아직도 유효한 것인지 몰라 추억에 젖어 그리운 맘에서 인사를 드린 것이니 끈이 이어진다면 메일이든 전화든 연결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기술했다.

물론 메일을 보고서 기분이 나쁘다거나 스토킹을 당하는 듯한 그런 관계의 상대는 아니다.

오히려 이 양반이 아직도 여전하시네하면서 반가운 마음에 얼른 선을 넣을 그런 정겨운 사람들이다.

정리하기 죄송하고 안타까운 이메일과 전화번호도 있었다.

고우나 미우나 오랫동안 함께 하던 분들인데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먼 길로 가신 분들의 이메일과 전화번호다.

이승에서의 인연은 참 소중했다면서 이승과 저승과의 인연도 여전하니 통공으로 이어가자면서 평안하시라고 기도를 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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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yyhm@hanmail.net)

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 사회복지사/요양보호사/국내여행안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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