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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다둥이 아빠라는데

by Aphraates 2023. 4. 6.

어제 옆 사무실과의 저녁 회동에서는 비교적 젊은 층에 속하는 분이 한 테이블에 동석하셨다.

자주 근면 협동을 주창하는 미당 선생과 그런 새마을정신을 들어보긴 했으나 별 관심이 없는 MZ 비슷한 세대가 합석한 것이다.

소원 수리나 애로사항 청취 차원에서 일부러 자리를 그리 배치한 것이 아니라 오리백숙과 옻닭을 구별하여 자리에 앉다 보니 그런 구도로 청노(靑老)가 조율된 것이었다.

 

공장 얘기 즉, 공사 현장 이야기는 안 하고 일상적인 이야기들이 오갔다.

어느 분이 그분을 소개하면서 아이 셋을 둔 다둥이 아빠라고 했다.

오랜만에 들어보는 소리이자, 근래 드물게 만난 다 가족 가장이었다.

대단하시다면서 다둥이 아빠라는데 어떤 혜택이 주어지냐고 물었다.

다자녀 출산을 권장하면서 그에 합당한 혜택을 준다는 언론 보도를 익히 들어본 바여서 실질적으로 뭣이 이루어지는지 궁금했다.

 

그러나 실망이었다.

고개를 저으며 거의 아무것도 없다면서 사무룩해하셨다.

힘깨나 쓴다는 사람들이 입만 열었다 하면 인구감소가 심각하니 애를 많이 낳자고 이야기하는가 하면 낳아야 한다고 강요하기도 하면서 획기적인 혜택을 준다고 들었는데 다둥이네 집은 깜깜무소식이라니 그럼 그런 소리가 다 맆서비스였느냐고 하였더니 이번에는 고개를 끄떡였다.

 

() 선생이 떠올랐다.

헛소리하는 허무맹랑한 그러나, 그게 사실로 드러나 꾸준히 일정한 인기를 누리는 비결이라는 장본인이다.

애 몇 명을 낳으면 몇억인가를 현찰로 즉시 지급하고, 복지국가 편람과도 같이 된 요람에서 무덤까지 책임진다고 하여 웃었는데 그 이상을 해야 할 지경에 이른 것이다.

수출이 안 되고, 생산과 유통과 소비의 내수가 침체하고, 세수가 부족하고, 부채가 증가하고, 열강들의 압박이 심하고, 국제 경제 전망이 어둡고, 자원과 식량 무기화가 진행되고, 가뭄이 심각하고, 산불이 잦고......, 그래서 어떻게 하자는 것인가.

 

남의 일인 양, 강 건너 불인 양 바라만 봐서는 아니 된다.

한 잔 찌끄리고 관중석에서 소리만 질러대는 관중이 돼서는 곤란하다.

애를 많이 낳으라고 옆구리만 찌를 게 아니다.

실사구시가 필요하다.

뜨겁다.

우선 발등에 떨어진 불을 털어내야 한다.

이어서 교육에서 뿐만이 아니라 인구에서도 백년대계를 세워야 한다.

부족하고 어려울지라도 밀고 나가야 한다.

인구절벽으로 신음하던 선진국은 점차 회복돼간단다.

그런데 우리는 왜 역행하고 있는 것인가.

사실을 파악하고, 원인을 규명하고, 계획을 세워 방향을 제시하고, 실행에 들어가고, 점검과 개선을 하고, 올바른 결과가 나오도록 지속해서 임해야 하는 데 미흡하여 아쉬움이 크다.

 

이탈리아 기자가 분석한 우리나라 저출산 원인은 남녀 갈등이라는 조언이 부끄럽다.

이러다가 한국이 없어질지도 모른다고 말한 일본인이 섬뜩했는데 추축국(樞軸國)의 나머지 한 나라 독일은 우리나라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모르겠다.

 

다둥이 아빠, 힘냅시다.

도와드리진 못하지만 공감하는 것으로 대신함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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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yyhm@hanmail.net)

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 사회복지사/요양보호사/국내여행안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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