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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KKOT

by Aphraates 2023. 6. 8.

몇 년 전이다.

초등학교 동기동창회 sns 단체방을 개설하였다.

활동이 활발했다.

별의별 이야기들이 다 오갔다.

가입한 40여 명의 친구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고 몇몇이 적극적이었다.

허물없고 부담 없이 마구 쏟아내다 보니 과열 상태였다.

잠시도 쉴 새 없이 sns가 삑삑거렸다.

 

소란스러웠으나 부정적인 면보다는 긍정적인 면이 컸다.

졸업한 지 반세기가 넘었다.

각양각색으로 살아 온 노학동들이 만났으니 할 말이 얼마나 많겠는가.

동기동창이니 위아래 따질 거 없다.

나이 들어가다 보니 나 잘나고 너 못났다는 고집 또한 만만치가 않다.

변덕스럽기도 하다.

오뉴월에 팥죽 끓듯이도 한다.

좋아 죽겠다고 헤헤거리다가도 무슨 말 한마디에 노발대발하며 들어왔다 나갔다 하는 못난이 친구들도 있다.

 

그래도 좋다.

할 얘기 안 할 얘기 다 한다.

소리 공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왕성하다.

그 정도가 심각하여 자중하자는 불만을 표하는 친구도 있다.

미당 선생은 sns를 조용히 하자는 데 반대다.

언론 정화한다고 언론을 통제하며 자기 입맛대로 끌고 가려는 시도에 항거하는 판국에 개인적으로 찧고 까부는 것까지 막는다면 순작용보다는 부작용이 크다는 것을 이미 경험한 터인데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 경고한다.

못하도록 막는 것은 그대로 두느니만 못할 것이 뻔하다.

시끄럽다고 볼멘소리하는 친구한테는 원래 그런 것이니 흐르는 물을 되돌리려고 무리하지 말라고 달래기도 한다.

너무 과도하지만 않고 상식적이라면 모르는 체하고 지켜보는 것도 잘하는 것이라며 정 귀찮으면 들랑날랑하며 소란 피우지 말고 진동으로 해놓거나 다른 방법을 찾아보라고 부탁한다.

 

우여곡절을 겪으며 버텨온 벌거숭이 친구들 단톡방이 지금은 소강상태다.

신선감이 떨어진 측면도 있고, 몇몇 문제아의 돌출행동을 싫어하는 영향인 측면도 있다.

큰 문제는 아니다.

그런대로 안정돼 있다.

할 사람은 하고, 보는 사람은 보고, 안 보는 사람은 안 본다.

일부에서 오버 내지는 언더하여 분위기를 흐리는 경우가 없지 않으나 다른 친구들이 많이 이해하고 있어 그러니라 하고 넘어가는 것 같다.

시도 때도 없이 왜들 그러느냐며 제발 잠 좀 자자고 일갈하고는 나가버린 친구도 있고, 수준이 높거나 낮이 맞지 않는다며 무관심한 친구도 있고, 누가 뭐라고 하거나 말거나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는 친구도 있고, 하고 싶어도 쑥스럽거나 할 줄을 몰라 못하는 친구도 있지만 그럭저럭 유지되고 있다.

그 정도면 됐다.

상업적으로 유용하게 이용할 것도 아니고, 나를 내세울 것도 아니고, 나 좀 도와달라고 할 것도 아닌 것을 너무 잘할 것도 너무 못할 것도 없으니 지금처럼만 가면 될 것 같다.

 

오히려 엉뚱한 데서 문제가 터졌다.

문명의 이기에 따른 공해를 너그럽게 이해하는 데도 힘겨운데 이번에는 좋든 싫든 늘 함께 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스마트 폰을 꺼놓거나 진동으로 해놓을 수가 없다.

한 번 신호가 왔다 하면 얼른 열어봐야 한다.

왜 그런가 하면 항상 비상대기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야 하는 처지다.

언제 어디서 무슨 연락이 올지 모르는데 스마트 폰을 방치하는 것은 자신의 위치와 책무를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조용하게 살 팔자는 아닌가 보다.

운전하다가도 신호가 오면 열어봐야 하고, 눈이 스르르 감기며 낮잠이 들었다가도 신호가 오면 깜짝 놀라 확인하고, 한밤중에도 신호가 오면 뭔지 들여다봐야 한다.

 

미당 선생은 저리 가라 할 정도로 대단한 사람들 많다.

현장 하나에도 늘 귀와 눈과 입을 열고 있어야 하는데 여러 가지 일해야 하는 사람들은 거미줄처럼 얽히고설킨 sns망을 어찌 관리하는지 모르겠다.

나름대로 노하우가 있을지라도 어려울 것 같다.

 

오늘도 그랬다.

노곤한 몸을 달래려고 편안한 자세로 누웠지만 눈을 붙이진 못했다.

잠이 들라치면 울려오는 KKOT때문이었다.

그렇게 급한 일은 없으니 이제는 괜찮겠지 하고 다시 누워도 조금 있으면 다른 일로 신호가 와 가물가물하던 잠이 확 달아나버린다.

사정이 그러면 자신이라도 누군가는 관종(관심종자關心種子)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sns날리는 것을 좀 줄여야 할 텐데 줄어들지 않는다.

 

외국 sns에 밀린다는 KKOT기사가 있어 들여다봤다.

그 자체로도 고민이 많은가보다.

잘 극복했으면 한다.

국익이니 공동의 이익이니 하는 문제가 아니라 체질상 우리 것은 좋은 것이라는 말을 흘려버릴 순 없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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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yyhm@hanmail.net)

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 사회복지사/요양보호사/국내여행안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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