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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죄송합니다

by Aphraates 2023. 7. 19.

춘향골 남원의 공사 규모가 엄청나다.

부지도, 설비도, 인력도, 장비도 대단하다.

그러다 보니 여기저기서 크고 작은 문제가 자주 발생한다.

대추나무에 연 걸리듯이 한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

 

그래도 공사는 진행된다.

거부하거나 피하거나 늦출 수 없는 문제다.

문제는 문제대로 해결해 나가면서 일을 진척시켜야지 돌부리에 치었다고 해서 주저앉으면 하세월이다.

 

일을 하다 보면 별일이 다 있다.

붉으락푸르락하다가 푸는 일도 있다.

격노하여 큰소리칠 때도 있고, 우리가 남이냐 하면서 소주잔을 기울일 때도 있다.

뺨을 때리고 어르는 일도 있다.

묵사발이 되고 눈물이 찔끔 나오도록 질타받을 때도 있고, 어려운 여건하에서 잘 해결했다고 칭찬받을 때도 있다.

 

늘 있기 마련인 도전에는 적절한 응전이 필요하다.

이럴 때 처신이 문제가 된다.

처신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문제가 술술 잘 풀릴 수도 있고 더 복잡하게 엮일 수도 있다.

특히 칭찬받을 때보다는 질타받을 때 처신을 잘 해야 한다.

일은 벌어졌다.

어떤 답이어야 하는지도 이미 나와 있다.

순리에 따라 유연하게 처신해야 한다.

그런 게 아니라면서 다른 답을 내려고 하면 문제가 더 커진다.

문제와 해결에 개념이 없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이 나타나면 유무형으로 견제하면서 그러지 말라고 주지를 시켜도 안 먹힌다.

주책바가지가 된다.

우쭐하여 신바람이 난 듯이 열변을 토한다.

일이 끝나고 나서 뭐라고 한다.

그러지 말라는데 왜 자꾸 나서서 일을 키우느냐며 성토한다.

그러면 아차 싶었는지 머리를 긁적이며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다짐하지만 허사다.

나중에 또다시 그런다.

상종하지 못하겠다고 젖혀놔도 어떻게든 비집고 들어와 주책을 부린다.

 

O싸고 자빠졌네/다음

뭔가 이상하고 잘못됐으면 잠자코 있는 게 좋다.

죄송합니다라고 하면서 고개 숙여 반성하는 그림이 좋다.

무조건 잘못했다 빌고 몸을 낮추는 자세가 필요하다.

자숙하는 자세와 태도가 문제 해결에 보탬이 된다.

정황이나 사실로 봐서 다들 이것이라고 규정하고 사태추이를 관망하고 있는데 누가 잘한다고 할까 봐 총대를 메고 나서면서 그게 아니라고 동문서답하는 것은 화를 자초하는 것이다.

 

그런 모드는 백기사든 흑기사든 불문이다.

안 하느니 못하면 안 나서는 게 낫다.

불을 꺼야는데 부채질을 하는 것은 자해 행위다.

 

한 젊은 정치권 인사가 뭔가 응원하려다가 된통 터지고 있다.

뭘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호위무사를 자처했다는 비판이다.

그 정도는 알만한 인사인데 안타깝다.

어쩔 수 없이 그러겠지만 않은 것은 아니다.

억울하고 할 말이 있겠지만 침묵은 금이라는 격언을 지키는 게 좋다.

좀 비겁하긴 하나 바람이 거셀 때는 고개를 숙이고, 좀 황당무계하지만 불리하면 영구 없다하고 얼른 몸을 숨기는 것도 위기 탈출을 위한 하나의 전략이자 전술이다.

 

실수들이 참 많기도 하다.

인심 잃는 것이 훤히 다 보인다.

움직였다 하면 먼지 푸석거리며 냄새가 진동하고, 말했다 하면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에 와글와글이다.

잘 해보겠다는 것이 그 수준이고, 만회해보겠다는 것이 그 정도이다.

본전 다 드러나고 밑천 다 떨어진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입을 꾹 닫고 안 움직이는 편이 훨씬 나을 거 같다.

악마가 아닌 한 흉흉한 것을 좋아할 사람은 없다.

누구라도 평온을 좋아할 것이다.

독사 새끼처럼 고개 바짝 쳐들고 대들거나 째려보는 것은 금물이다.

올려다 보는 독사의 독기보다 내려다 보는 사람의 화가 더 쎄다.

 

아니라고 하면 그렇다 믿고, 그렇다 하면 아니라고 믿는 불신이 있다면 아무런 말이나 몸짓을 하지 말고 가만히 있는 게 최상이다.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고쳐매면 명쾌한 답이 나오는 게 아니라 오해를 사고 의혹만 더 증폭될 소지가 크다.

 

평온이 흉흉을 진압하기 위해서는 이런 말이 필요하다.

 

죄송합니다.

그리고, 죄송합니다.

,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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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yyhm@hanmail.net)

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 사회복지사/요양보호사/국내여행안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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