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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돈 좀 되겠는데

by Aphraates 2024. 1. 15.

경쟁력을 키워라.

일등이라는 정신으로 임하라.

사람이 하는 일인데 안 되는 것은 없다.

 

성공한 사람들이 그렇게 이야기하지만 어려운 일이다.

그렇게 자신만만한 사람도 자기가 어떻게 해서 거기까지 갔는지 생각하기 싫을 정도로 고난의 길이었지 영관의 길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첫째와 꼴찌가 엄연히 존재하는 현실에서 뒤처진 것보다는 앞서가는 게 희망 사항이 아닌가 한다.

 

세상은 안 어려운 것이 없다.

시원한 감나무 아래 누워있는데 잘 익은 홍시가 입으로 쏙 들어가도록 떨어지는 것은 비정상이다.

쉽게 저절로 되는 것은 없다.

들어간 만큼 나온다.

자고 일어나니 갑자기 유명해졌다고 말한 영국 시인 바이런의 말은 승자의 여유이지 사실이 아니다.

시 한 귀로 많은 사람의 심금을 울리도록 유명해지기까지는 수많은 날과 헤아릴 수 없는 우여곡절이 있었을 것이다.

 

다들 파리 날리고 있다.

그런 저 집은 왜 저렇게 맨날 문전성시로 북새통일까.

먹고 살기 위하여 다른 생각 안 하고 하다 보니 그리됐다고 쉽게 말하지만 그 말을 믿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럴만한 이유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명성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쌓이고 쌓인 것이 증폭되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상승효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아비는 아비대로 간다.

그만큼 노력하고, 정성을 기울이고, 최선을 다하고, 본연의 자세를 유지하며 가치를 갖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자기가 하는 일에 자부심을 품고 온 정열을 다 바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만 그렇게 해도 살아남기 힘든 세상에 요행을 바라거나 눈속임을 하는 것은 망하기를 자초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경기가 안 좋다, 장사가 안된다, 도와줘야 한다......, 하면서 세상을 원망하거나 남 탓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기 전에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모르거나 잊은 과오이자 실수라는 것을 알고 변함없이 꾸준히 잘해 나가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예산은 양반 고을의 본향이라고도 한다.

충청도 한 가운데에 있는 영향인지는 몰라도 윤봉길 의사를 비롯하여 수많은 애국지사를 배출했다.

가톨릭에서는 당진과 함께 사제와 수도자를 배출하는 성소(聖召)의 못자리라고 알려져 있다.

지금은 서울 기운이 쭉쭉 뻗어 내려오는 충청 북부의 천안과 아산과 축 처지는 듯한 비 경인 지구인 충청 남부의 중간에 끼어 어정쩡한 상황에 놓여 발전이냐 퇴보냐를 놓고 뭐라 규정해야 모를 정도로 아사 무사하게 돼 있다.

 

예산에는 전국적으로 유명한 한우 갈빗집이 셋 있다.

부친이 교육감 출신의 명문가 출신인 백() 선생도 그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이 가능한 대목이다.

갈빗집 셋 중에 소 O 갈비와 삼 O 갈비는 읍내에, O 갈비는 예산에서 서산 당진 가는 면 소재지에 있다.

삽다리와 내포 신도시 옆이다.

 

어제는 두 형님네를 모시고 고 O 갈비로 가서 점심을 했다.

대전-청양-예산-고덕-예산-청양-남원을 달려오니 꼭 300km였다.

하루 주행으로는 무리였다.

상당한 거리였으나 피곤하진 않았다.

갈 때는 좀 걱정이 됐다.

시골 마을에 있는 갈빗집인데 옛 명성을 유지하고 있을까, 한 대에 4만 원 하는 고가의 갈비를 먹으러 그 먼 곳을 가는 것이 맞을까, 이름과 소문뿐이지 헛물켜고 오는 것이 아닐까 했으나 기우였다

어른들을 모시고 먼 길을 달린 보람이 있고, 회복되지 않은 입맛을 되살리는 멋들어진 갈빗집이었다.

돈 많은 부자들이라면 몰라도 보통 사람들이 점심 한 끼니에 수십만 원을 들이는 것은 안 어울린다.

그러나 흡족했다.

날마다 그러는 것도 아니고 특별한 날에 그럴 수도 있고, 그렇게 쓰려고 어렵게 돈을 버는 것인데 그런 때 안 쓰면 그도 잘못이라는 위안이 됐다.

 

동네 옛 본전통 길가에 있는 식당은 허름하고 협소했다.

간판은 빛이 바랬고, 내외부 모습에는 신경을 안 쓰는지 실내장식 같은 것하고는 거리가 멀었다.

반면에 갈비는 일품이었다.

수더분한 서빙과 간단한 촌스러운 밑반찬도 괜찮았다.

갈비 굽는 냄새와 명성에 안 어울리는듯한 식당 내부가 오히려 잘 어울리는 느낌이었다.

살살 녹는다는 말은 이런 때 쓰는 것이 맞을 것 같았다.

고기라면 젓가락이 잘 안 가는 데보라조차도 근래 보기 드문 갈비였다며 만족스러운 표정이었다.

대기 번호표를 받아 들고 있는 기다리는 사람들을 보니 돈 좀 되겠는데하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것을 돈과 연결해 생각하는 것이 천박하긴 했으니 사실이 그랬다.

테이블 회전율도 빨랐다.

한 사람에 한두 대를 먹으면 바로 일어나 나가는 손님들이었다.

소주잔을 기울이며 노작거리는 사람들도 없었다.

테이블 나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입에 넣은 고기를 우물거리며 자리를 내줘야 할 정도로 빨리 일어나야 했다.

 

https://youtu.be/kWjC1Zn9iiU?si=lkYgMHfXg1tlus3F

삽다리 - 조영남(1979),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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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 사회복지사/요양보호사/국내여행안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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