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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홍예와 예홍이는

by Aphraates 2024. 2. 24.

건너 편 동네 이야기다.

우리 동네 이야기나 다름없다.

집안 일 같기도 하다.

치부를 드러내고 싶지 않다.

하지만 상황이 안 그렇다.

새로운 것이 아니라 구태인지라 누가 고자질을 안 해도 다 안다.

 

외면해도 오다가다 아니, 가만히 있어도 다 알게 된다.

모를 수가 없다.

알게 되니 문제다.

그냥 두고만 보다가는 분을 참지 못하고 무슨 일을 저지를 것 같다.

남을 원망하기 전에 자신을 반성하면서 무슨 작은 것이라도 기여해야한다는 생각으로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다 해본다.

북이고 장구고 다 찢어지 수도 있겠지만 악화일로를 치닫는데 작은 걸림돌이 되어야 하는 보통사람으로서의 책무까지 져버려서는 안 된다.

 

세상이 아무리 변했을지라도 이건 아니다.

근본 있는 양반이 근본 없는 노비로 추락하고 있다.

아사리판(阿闍梨判) 판이다.

이전투구(泥田鬪狗) 장이다.

청군이고 백군이고 가릴 거 없이 무슨 충성 경쟁이라도 하듯이 그런다.

피땀으로 얼룩진 엄청난 대가를 치르고 이제는 좀 자리를 잡아가는가 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혼전에 혼전을 거듭하고 있다.

천신만고 끝에 세워 놓은 탑을 일순간에 무너트리고 있다.

안면몰수다.

철면피가 천연덕스럽다.

내가 뭘 하고 있는지 감조차도 없어 보인다.

 

꽃이 가엾다.

연꽃처럼 진흙탕에서 한 떨기 꽃을 피우겠다는 것일까.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말처럼 선거는 이런 진통을 겪고서야 이루어진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일까.

불신과 증오로 가득 차 있다.

배신에 배신을, 변절에 변절을, 악담에 악담을, 이단공단에 이단공단을......, 안 좋은 쪽으로 굳어져 가고 있다.

실망과 좌절이다.

더욱더 못 견디게 하는 것은 그런 것을 불식시키고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겠다면서 이상한 행보를 거리낌 없이 자행하는 것이다.

하던 것도 같은 방법으로 하면 식상한 지 하루가 멀다 하고 해괴망측한 것이 등장한다.

말이나 하덜 말 지.

날이 갈수록 천박한 게 기승을 부린다.

자기 잘난 맛에 떠들어대지만 그게 곧 나는 십 원짜리 잔전푼도 안 됩니다. 가문의 영광은 고사하고 가문의 수치입니다하고 양심고백을 하는 것  같다.

주인은 객이 되어 인내력 테스트 대상으로 전락하고 있다.

 

양반전이 소환된다.

조선 후기 연암 박지원 선생님의 작품이다.

거기에서 신랄하게 비판받던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후 몰락한 양반 사회의 산물을 소설이 아닌 현실로 리마인드해야 한다니 이 무슨 얄궂은 운명이자 역사인지 어안이 벙벙하여 말을 잊은 그대이다.

 

토박이 양반이 서운하다.

화도 치민다.

몽둥이를 들고 다니면 한 번 털어내던지, 내 눈에 흙이 들어가지 않는 타락한 양반은 용서할 수 없다고 하소연을 하던지 무슨 구정을 내야겠다.

가는 대로 그대로 뒀다가는 독버섯처럼 번질 것 같다.

 

얼마 전에는 선비 고을 유성이 시끄러웠다.

배은망덕이니 자업자득이니, 변절이니 배신이니 하면서 야단법석이었다.

그 진통의 여진인 계속되고 있는데 이번에는 양반 본향 예산과 홍성이 소란스럽다.

미당 선생 본가는 예홍이네 이웃이고, 거주지는 유성 갑천 건너편이다.

두 곳에 담가진 발에 맘이 무겁다.

 

예홍이와 홍예의 양반이 유감이다.

그들과는 남남이 아니다.

사돈에 팔촌이 아니더라도 끈이 닿아 있다.

덕담은 몰라도 험담은 하지 않겠다.

하지만 그게 진정 국가와 민족, 양반과 양반 동네를 위한 길인지는 묻고 싶다.

 

유성의 양반도 만만치 않기로는 난형난제다.

충청의 지연과 대학의 학연과 종교의 교연(敎緣) 때문에 그럴 사이인지라 비난은 삼가겠지만 처신을 왜 그렇게 하느냐고 따져보고 싶다.

말을 하면 할수록 올무를 옭매는 것이고, 누워서 침 뱉는 것이고, 졸가리 안 닿는 궤변이다.

무슨 구차한 말이 그리 많은지 그 입 좀 다물라 말해주고 싶다.

 

정치가 뭔가.

입신양명이 뭔가.

이렇게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선량(善良)을 괴롭히는 법을 잘 이용하는 악량(惡良)은 누구라도 냉엄한 심판을 받아야 한다.

진사와 생원들이 도포를 입고 왕래하는 모습은 옛날일지라도 그 근본은 살아있는 것인데 자신의 안위와 영달을 위하여 지조와 절개를 손바닥 뒤집듯이 하는 행태는 용납되지 않는다는 것을 염두에 둔다면, 경상도와 전라도를 잇는 88고속도인데 그런 영호남 동서화합은 화해무드의 차원까지는 아니더라도 예산과 홍성에 걸쳐있는 내포 신도시를 생각한다면 창피한 일이다.

 

자기가 좋아서 그런 걸 뭐라 하겠는가.

그러나 다른 곳은 몰라도 예홍이외 유성이는 그래선 안 된다.

뭐라 제대로 표현하지도 못 하고 왜 그런 대유하는 탄식을 귀담아들어야 할 것이다.

언제 한 번 알아봐야겠다.

서울 상도동에서 예산으로 오신지 5년이 넘은 작은 형님께, 갈마동에서 홍성으로 가신 요셉 수녀님께 거기 민심이 어떤지 알아봐야겠다.

유성 전반에 있는 지인들을 통해 OX를 물어봐야겠다.

박수를 칠지 눈을 흘길지 모르지만 일그러진 화상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조직의 생리를 안다면......,

조직의 쓴맛을 본다면......,

추세의 흐름을 본다면......,

처세의 자세를 안다면......,

수긍의 대가를 안다면......,

반항의 결과를 본다면......,

 

많이 해묵었나나 아직 더 할 수 있다거나 라는 말은 안어울린다.

그거 참이라는 말로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 동네에서 떨어지고, 떨어지고 또, 떨이지고 하면서 만년 야당 꾼으로 알려졌던 인사가 어느 날 갑자기 입신양명했다.

수자원 공사는 큰 댐을 관리한다.

농어촌 공사는 작은 저수지를 관리한다.

공사가 아니라 무슨 조합 형태로 있을 때 거기 농진공 사장으로 가서 그를 발판으로 몇 차례 당선됐다.

당 요직도 맡은 경험이 있어 안정적이고 아름다운 노년이 보장되는가 싶더니 갑자가 돌발변수가 생겼다.

임전무퇴이 정신으로 힘찬 진군을 표명했으나 낙마의 길을 가고 있다.

역부족인 셈이다.

이제는 운을 다했는지 작별 인사하는 사진을 보니 세상 참 거시기하다.

오늘 유성에서 청양 아그들 모임이 있다.

일부러 짠 것은 아닌데 유성과 예홍과 청양이 묘하게도 엮였다.

모임 참석 여부는 불투명하다.

양반 체면 손상시키는 건들이 싫어서 그런 게 아니다.

그에 우선하는 피치 못할 사정이 가로막고 있어서 그렇다.

어지간하면 가서 아그들과 함께 우리 양반이, 우리 고을이 왜 이렇게 됐느냐고 비분강개해야 한 주가 잘 마무리될 텐데 그를 허하지 않을 것 같다.

 

아닌 것은 아닌 데 양반 체면에 막 나설 수도 없다.

그 길이 아니고 이 길이라 알려주고 싶지만 말하는 입만 아플 수가 있다.

누가 좀 나서서 해결해주라 읍소하고 싶지만 다들 한통속일 수가 있다.

이래저래 어거주춤하는 양반은 서글프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는다고 했다.

우리 유성 출신 인간기중기 이 봉걸 선수는 지금도 줄이고 줄여도 1인분이 보통사람 10인분라는 변동 고스톱방에서의 스탠스가 여전한지 그렇다면, 작금의 유성 사태는 어찌 생각하는지 어서 말을 해봐야겠다.

이별도 해본 사람이 한다고 했다.

우리 홍성 광천 출신 윤항기/복희 남매는 지금도 "나는 어떡하라고"와 "왜 돌아보오"를 열창하시는지 그리 하면, 작금의 홍예 현상을 뭐라 규정할 것인지 물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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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yyhm@hanmail.net)

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 사회복지사/요양보호사/국내여행안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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