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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사진

고개를 돌린다

by Aphraates 2024. 3. 9.

왕삽리 호랑나비 가수, 팬이 아니다.

맨발의 디바 가수, 역시 팬이 아니다.

그러나 신념과 소신이 뚜렷한 것에 대해선 박수를 보낸다.

나는 죽어도 왼쪽은 싫다, 나는 죽어도 오른쪽은 싫다며 앞장서서 그쪽으로 가는 것은 자유이니 이래라 저래라 간섭할 일 이 아니다.

 

그러나 자기 골대를 굳건히 지키고 상대 골대를 향해 질주하던 선수가 갑자기 상대 골대를 돌아서 자기 골대를 향해 질주하는 것은 절대로 인정할 수 없다.

경기장의 선수이든, 투쟁장의 학생이든, 선거장의 정객이든 비호감 영순위다.

자연과 인간 질서를 파괴하는 그런 변신, 배신, 변절, 전향은 절대로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도시락 싸 들고 다니면서 외치고 싶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처지가 못 된다.

팔다리의 힘도 빠지고, 우쭐하던 정의감도 희미해지고, 이 쪽이나 저 쪽이나 도찐 개찐인데 탓하지 말고 안아야 한다는 쪽으로 너그러워지고, 내 몸뚱아리 하나 간수하기도 힘든데 누굴 걱정할 여력도 없고, 무질서 속에서 질서를 찾아가는 진리도 알고 있고, 다 자기 잘난 맛에 사는 것이 세상이고, 남들한테 피해나 주지 말고 너나 잘하세요도 있고......, 내 세울 이유는 무궁무진하니  사서 몸과 맘을 혹사시킬 일은 0.0001%도 없는 것이다.

 

인천 어디선가 찍은 두 사람이 하께 한 사진이 있다.

비방하는 거 같아 차마 여기에 올리지는 못하겠다.

맘이 무겁다.

말없이 고개를 돌린다.

그리고 돌아선다.

참 촉망받는 얼굴이었는데 왜 그렇게 일그러졌는지 안타깝다.

보는 사람이나 뵈주는 사람이나 웃어도 웃는 게 아니다.

왕심리나 맨발처럼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가던 길을 죽 가야지 오뉴월에 팥쭉 끓듯이 하면 어쩌자는 것인지 속이 상한다. 

희극(喜劇)을 넘어  비극(悲劇)이다.

 

씨앗을 보면 부처님도 돌아선다고 했는데 바윗덩어리처럼 또는,  큰바위 얼굴처럼 꿈쩍도 안 할려나 그게 궁금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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