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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구름떼처럼, 간드랑간드랑

by Aphraates 2024. 3. 30.

끝장을 봐야 할 게 있다.

고춧가루가 좀 뭍은 자격증 둘이다.

좀 무리이긴 하나 지금처럼만 건강이 허락하고 머리가 돌아가면 취득이 가능할 것 같은데 장담할 순 없다.

있으면 좋겠지만 꼭 필요한 자격증은 아니다.

그럼 왜 그를 취득하려고 고집을 부리냐고 묻는다면 다리 답할 것은 없고 깔끔하게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어서 그런다고 답을 할 순 있다.

 

 

그중에 하나를 취득하기 위해 가양동 시험장에 갔다.

들어서면서부터 놀랐다.

산업OOOOO 하나만 보는 시험장인데 남녀노소 가릴 거 없이 응시생들이 구름같이 몰려왔다.

학교 곳곳은 23중 주차는 보통이었다.

재작년에 낙방할 때는 안 그랬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 시험을 보러 오다니 이게 웬 일인가 싶었다.

도대체 응시생이 몇이나 되는지 시험교실을 알리는 게시판을 통해 교실 수와 인원수를 들여다봤다.

1 교실에 16-20명씩인데 교실이 30개였다.

대전에서만 응시생이 500명 정도가 된다는 계산이다.

미당 선생은 4층 다른 교실을 곁눈질하며 왔다 갔다 했다.

시험본부에서 감독관들한테 교육하는 강당에 몰래 들어가 디에 앉아 수강도 좀 했다.

교실을 힐끗힐끗 보니 수험생들은 못다 한 부족한 공부를 하는지 자리에 앉아 심각하게 책이나 노트를 보고 있었다.

 

복도 끝 사람이 없는 후미진 곳을 피신했다.

먼 산과 함께 대전 동구와 대덕구와 대전역 쪽의 다운타운을 바라보면서 응시생이 몰리는 이유를 생각해봤다.

생각이 바로 떠올랐다.

안전 분야가 대세인 것이다.

안전을 중시하는 국가 사회적인 분위기와 맞물려 그 자격증 수요가 많아졌다는 결론이 나왔다.

 

불공장 YBOB들도 여럿 만났다.

선배님이 시험장에 나오셨을 때는 합격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추켜세우는 후배님도 있었다.

좀 창피했다.

그게 아니라 사실은 생경한 과목이라서 눈깜땜감하러 왔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합격자 발표 날에 망신살 뻗치게 생겼으니 올 해는 그만 함구하고 내년에 가서나 시험보러간다고 떠벌려야겠다.

물론 시험 본다고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도 동참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되던 안 되든 떠벌리는 것인데 효과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시험장에서의 만남에서도 미당 선생은 단연코 최고였다.

실력이라던가 체면불구의 뻔뻔함이 최고라는 게 아니다.

나이가 으뜸이었다.

마스크를 써서 노땅인지 잘 몰라봤지 벗고 다녔다면 놀랐을 것이다.

응시생들이나 감독관들이 저 할아버지는 왜 시험 치르러 온 손자 손녀 도시락을 들고 시험장까지 들어왔나 하고 오해할 뻔도 했다.

 

잠시만요.

인파를 구름떼처럼 표현한 것은 그냥 한 것이 아니다.

실제로 응시생들이 많은 것도 그렇지만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세 과목 중에서 두 과목을 면제받기 때문에 실제 문답풀이 시험시간 90분 중에서 30분이 되면 퇴실해야 한다.

30분이 되자 젊은 감독관이 답안지 제출하고 빨리 나가라는 눈짓을 했다.

명령에 따라 조용히 나와 옛날 동고동락하던 용전동 불공장 사옥 앞을 지나 집으로 오는데 교통방송에서 진행자와 기상 캐스터가 구름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구름이 무엇이고, 어떻게 형성되고, 어느 때 비나 눈이 되어 내려오는 구름 현상을 자세히 설명하면서 1 크기의 수직형 구름 무게가 500톤이란 연구결과가 있다고 했다.

그게 상승기류에 의해 우리 머리 위를 두둥실 떠다니다가 기압 변화가 있으면 눈이나 비가 되어 지상으로 내린다는 것이었다.

거기에서 많은 응시생들과 구름떼를 연관시키기 된 것이다.

 

오늘 점심은 대전 칠갑산 동지들이 모이는 날이다.

참석 못한다고 사전 양해를 구했다.

보고 싶기도 하고, 목도 컬컬하여 가고 싶지만 참았다.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는 말씀에는 좀 어긋나나 참는 자에게 복이 있다는 말씀을 실천하는 것이다.

시간상으로는 참석이 가능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피곤도 하고, 저녁에는 부활 성야 미사와 부활 축하도 가져야 하니 낮에는 남원에서 갖고 온 자료를 검토하면서 푹 쉬고 싶었다.

잘못하다가는 남원에서의 피로가 대전으로까지 이어져 탈이 날 수도 있으니 미연에 방지하는 것도 잘 하는 처신일 것이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한만큼 나오고, 아는 만큼 쓰는 거다.

객관식은 모 아니면 도다.

주관식처럼 60점 합격점에서 40점이 될 수도 잇고, 70점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객관식은 모 아니면 도다.

한 과목만 본다고 유리한 것도 아니다.

세 과목이면 모자란 것을 서로 보충하면 되는데 1과목은 선택의 여지가 없어 그냥 골인이거나 에러다.

특히 세 과목 중에서 가장 과락(40)이 많은 과목이 그 과목이라면 여간 어려운 시험이 아니다.

수고했다며 정성스럽게 말아준 잔치 국수 한 그릇 때리고 나니 나른했다.

저녁 부활미사를 생각하여 한숨 자고 일어났더니 개운했다.

시험결과가 조금 궁금했다.

오후에 가답안을 발표했을 텐데 이걸 맞춰봐 말아 하고 망설이다가 혹시나 하고 맞춰봤다.

결과는......,

간드랑간드랑이니 52일 날 뚜껑을 열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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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yyhm@hanmail.net)

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 사회복지사/요양보호사/국내여행안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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