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픈 설움, 집 없는 설움이라고 했다.
아픈 설움도 해당될 것이다.
인생역정(人生歷程)에서 뼈저리게 또는, 소소하게 체험하고 느낀 설움이다.
설움은 그치지 않는다.
계속 이어진다.
노력하기에 따라 어느 정도 약해지도록 희석시킬 수 있겠지만 완전히 종식시키는 불가능한 것 같다.
방 빼.
집주인이 그런다.
그래야만 하는 이유를 설명하며 점잖게 양해를 구하지만 칼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나오는 일방통행 명령이다.
세입자는 백기 항복의 복종이다.
O째라며 객기부리고 버텨봐야 소용없다.
방(房)이 곤혹스럽다.
예견된 일로 준비도 하고 있었다.
막상 닥치니 야속하기도 하고, 야박스러움애 심기가 불편하다.
방을 빼라는 입장에서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셋방살이를 골탕 먹이려고 한다거나 억하심정이 있어 그런 것은 아니다.
마무리 단계에서 불가피하게 벌어지는 철수 과정이다.
그런 사정을 알지만 방을 빼야 하는 입장에서는 영 아니다.
강행군이 못마땅하다.
쇠뿔은 당긴 김에 뺀다는 식으로 전쟁이 난 것처럼 급박하게 움직인다.
이해득실 계산 차원이 주요인이다.
연속성이나 편리성 같은 것은 뒷전이다.
강제 철거하다시피 한다.
돈독하던 호형호제의 관계가 언제 봤느냐는 식의 맞보기와 안면박대 수준이다.
인생살이 고달프다.
다사다난했던 남원살이 1년 반이었다.
혁혁한 성과도 올렸다.
그런데 부드럽게 흘러가던 것이 한 달 남은 깔딱고개에 이르러 수난을 당하고 있다.
본질적인 것이 아니라 부수적인 것 때문에 번잡스럽다.
방 임대차 계약 만료 단계가 매끄럽지 않은 절차의 악재로 소란스럽고 어수선하게 됐다.
이전하여 잠시 정착할 곳은 음지다.
사무실이 아니다.
기기가 설치된 방이다.
정착 없이 떠돌아야 하는 낭인 신세처럼 고약한 더부살이 하게 됐다.
햇볕은 없고, 통풍도 잘 안되고, 소음 규제 수준을 넘고, 줄이고 줄인 사무실 집기를 놓기에 협소한 곳이다.
잠시 왔다 갔다 하는 것도 아니고 한 달여를 온종일 그 자리에서 근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사무실은 개문 휴업한 채 자택 근무를 할 수도 없다.
막판에 호된 시집살이를 하게 됐다.
싫다, 싫다.
음침한 구석으로 가야 하는 것 싫고, 마지막 피치를 올려야 할 업무처리가 중단 내지는 지연되는 불편함도 싫다.
집주인의 요청을 거절할 수 없다.
셋방살이가 참으로 곤궁하고, 구차하고, 치사스럽다.
6.29 민주화 선언 기념일은 내일모레다.
그 기쁨과 기대를 뒤로한 채 6.29 독재화 선포의 기념일로 남게 되는 오늘이 슬프다.
우리는 지금 바람직하지 않은 과거 회귀의 복고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그런데 어찌하여 그런 것까지 되돌아가서는 아니 될 옛날을 닮아가는 것인지 임차인이나 임대인이나 좀 더 성숙한 면모를 보여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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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 사회복지사/요양보호사/국내여행안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