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푹푹 찌더니 이른 아침부터 비가 내린다.
성당 갈 때는 안 오던 비가 미사를 봉헌하고 나오니 비가 주룩주룩내렸다.
빗줄기가 제법 굵었다.
이런 날은 “돈 없으면 집에 가서 빈대떡이나 붙여먹지”이라는 노래가 어울릴 텐데......, 고기 타령을 해본다.
돈이 없어서 그런 게 아니라 분위기상 그렇다.
미당 선생은 고기 마니아는 아니다.
상황에 따라 웬만큼 먹는 수준이다.
그렇다고 채식주의자도 아니다.
간단하게 말하면 촌스럽고 조촐한 잡식가(雜食家)다.
고기타령이다.
고기 1근은 600g이다.
핵가족 위주의 도시에서는 한 끼 먹을 양만큼만 사는 경향이다.
정육점에서 반근을 사기도 하고, 먹기 좋게 다듬어 놓은 포장육을 매장에서 사기도 한다.
명절 때나 고기 맛을 보던 대가족 시대에는 동네에서 여러 집이 얼러서 잡아 나누거나 푸줏간에서 고기를 살 때는 데여섯근 작을 정도로 많은 양을 끊었다.
고기 1인분은 얼마나 될까.
통상 200g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란다.
기사와 자료를 보니 살펴보니 그보다 적었다.
돼지고기 삼겹살이나 항정살 가브리살 같은 경우에는 140g~180g, 양념의 경우에는 180~220g 으로 본단다.
소고기는 120~ 150g이란다.
남성 기준으로 정육점의 고기 한 근이면 식당에서는 3인분이 되는 셈이다.
이것은 식당 기준으로 한 것이다.
그렇다면 1인 분을 먹으면 배 두드리며 잘 먹었다고 하까.
아니란다.
먹는 고객 측으로 볼 때 1인분 기준이 다르단다.
성인 남성의 경우에 보통 250g~300g 즉 반(1/2) 근으로 잡고, 여성의 경우에는 150g~ 200g 즉, 1/3 근으로 잡는단다.
그러니까 식당에 가서 삼겹살을 먹으면 남성은 2인분을, 1인분을 먹어야 제대로 먹었다는 소리가 나온다는 계산이다.
삼겹살 너마저 배신을 때는가.
서운하다.
삼겹살은 우리나라 국민 대표 외식 메뉴다.
쇠고기면 더 좋을텐데 서민이나 중산층에게는 무리다.
전국 어디를 가도 들판이나 산자락에 소를 키우는 우사가 시야에 쫙 들어오듯이 한우가 많은데 그 많은 한우를 누가 먹는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요즈음은 산지 한우 값이 폭락했다고 한다.
축산인 들이 소를 몰고 여의도나 용산으로 가 시위를 한단다.
큰맘 먹어야 진짜배기 한우 몇 점 먹어보는 처지에서는 폭락했다 해도 여전히 넘사벽이다.
푸줏간이나 식당 소고기 가격은 안 내리고 그대로인데 뭐가 폭락이란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삼겹살 가격도 만만찮다.
한우가 오르니 한돈도 오르는 것인지 아니면, 한우가 비싸서 못 먹고 돼지고기를 많이 찾으니 오르는 것인지 모르지만 너무합니다 이다.
삼겹살 1인분에 평균 2만원을 돌파한 곳도 있단다.
비싸도 먹을 땐 먹어야 하니 음식 앞에서 비싸다고 투정부릴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계산을 해보면 얼마나 비싼지 답이 나온다.
한참 먹어댈 때 삼겹살 1인분에 1만 원대였다.
그 때 “우리 삼겹살에 쐬주 한 잔 합시다” 하고 식당에 가 넷이서 하 테이블을 차지하고 배부르고 얼찐하게 먹고 나오면 1인당 보통으로는 한 2만원, 특별하게는 한 3만 원 정도 계산서가 나왔다.
크게 부담이 안 됐다.
3천 원씩 하는 술 소주와 맥주는 두당 2-3병꼴이었다.
그렇게 계산하면 1차 삼겹살 파티는 술값을 포함해 두당 2-3만원이면 족했다.
물론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는 삼겹살 1인분으로는 부족했지만 알뜰살뜰하게 고기판에 밥을 볶아 안주 삼으면 부족한 것이 어느 정도 커버되었다.
넷이서 식당에 들어가 삼겹살-소주 세트라면 많아야 3만원X4인=12만원, 적으면 2만원X4인=8만원이 들어갔다.
지금은 그 정도로는 어림도 없다.
많으면 4만원X4인=16만원 12만원, 적으면3만원X4인=12만 원 정도로 그 이상이면 이상이었지 이하로는 불가능하다.
물가가 오르고 화폐가치가 떨어진 것을 감안하면 그 정도로라도 삼겹살-소주를 즐길 수 있는 것이 다행일지 모른다.
하나 안 오르는 것은 봉급과 용돈 밖에 없다는 자조적인 말이 나오는 판을 가볍게 볼 것은 아닌 듯하다.
이제 삼겹살 이야기는 끝내고 다른 측면으로 이야기하려고 한다.
삼겹살이 비싸거나 싸거나, 돈이 있거나 없거나, 안 먹거나 팡팡 먹거나를 불문하고 1인분도 제대로 못 먹는다는 이야기다.
없어서 못 먹는다고 해도 서글플 텐데 눈앞에 있어도 먹는 양이 줄고 먹고싶은 생각이 전같지 않아 먹는 것이 줄어든다며 고기를 들었다 놨다 하는 약한 보습도 서글프기로는 난형난제가 아닌가 한다.
어제는 신계룡(新鷄龍) OB팀 모임이 월평동 B 버섯 집에서 있었다.
11명의 회원 중에 8명이 참석했다.
4인 테이블 두 개에 버섯 오리탕 하나씩을 시켜 놨다.
저거 한 냄비 갖고 누구 코에 붙이냐고 할 때도 있었지만 어제는 먹다 먹다 다 못 먹었다.
탕(湯)은 의구하거나 더 나아졌다.
반면에 탕을 먹는 인(人)은 안녕하지 못하고 더 약해졌다.
해는 기울고 종점이 다가오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실력이 녹슬지 않은 측면도 있었다.
치아와 피로 때문에 골골하는 미당 선생만 술잔을 들었다 놨다 했지 다른 분들은 제법 실력발휘를 하셨다.
청탁불문 주당 몇 분이 계시어 소주, 버섯술, 맥주 합쳐 두당 두 병 꼴로 해치웠다.
비록 어찌나 즐비하게 많았는지 빈 술병을 세는 것이 자꾸 틀려져 몇 번이고 세야했던 전에 두주불사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표지만 나름대로 선방했다.
그러나 탕의 고기는 먹는 게 부실했다.
호탕하게 술잔을 권하고 맛있게 먹었어도 채 1인분도 제대로 못 먹었다.
상황이 그리 됐다.
활력 없는 브라보를 외치며 허세부리는 우리 OB들의 한계인 것 같았다.
세월과 인생무상인데 어쩌겠나.
“아, 엣날이여” 하고 붙잡고 늘어지기보다는 “황성 엣터”를 부르며 조용히 지내는 것이 어울릴 것 같다.
형국이 갈수록 팍팍하다.
덩달아서 행색도 갈수록 초라해진다.
안 되는 것을 억지로 하려고 하면 주책바가지가 될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포기하고 은둔의 잠수를 찰 순 없다.
결국은 가족과 함께라든가, 친지 및 지인들과 함께 하며 즐기는 연습을 끝까지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은데 그런다고 해서 개인의 삶이 윤택해진다거나 성공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없는 것이 딜레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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