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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친정

by Aphraates 2024. 7. 10.

남원 현장 토목 담당이던 김() 상무님께서 다녀가셨다.

부흥기술단과 공동 감리단을 꾸린 소속사 프로텍타 코리아의 신울산 현장과 신마산 현장을 오가시며 담당 업무를 계속하고 계시다.

바쁜 와중에도 20231년여 동안 EPC와 변전 토목 감리를 담당하던 신남원에 오셨다.

출장의 표면적인 이유는 신마산 철구 PostBeam 도면 정보 수집이다.

실제로 다른 이유도 있었다.

열정적이었던 신남원 ESS의 준공 모습을 한번 보고 싶으셨던 게다.

춘향 파크 건너편 광한루 인근에 있는 의령 소바집에서 재회했다.

잔류 감리단 일행과 점심을 함께하시고서는 이백면 신남원 현장에 오셨다.

잠시 차 한잔 나누며 필요한 설계 정보를 받고 나가셨다.

() 상무님과 난장판에서 핀 한 떨기 꽃처럼 청아한 자태로 자리 잡은 설비와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동고동락하던 현장 감리단 사무실 터를 비롯하여 주변을 돌아보셨다.

다 마치고 뭔가 이야기를 나누며 싱글벙글하시는 모습을 먼발치로 바라보노라니 참 보기가 좋고, 흐린 날이지만 힐링이 되는 기분이었다.

 

대전 시내 곳곳에 붙어있는 친정엄마와 23이라는 연극 포스터가 떠올랐다.

연극 내용은 자세히 모른다.

그래도 포스터를 보는 것만으로도 내용이 뭘지 짐작이 간다.

충남대학교 출신으로 친정어머니 역인 탤런트 강부자 씨의 정겹고 후덕한 모습과 오버 랩 되었다.

강 배우님은 1941년생의 고령이시다.

몸이 불편하시다는 소리도 들었다.

건강하시고 더 오래오래 그 연극을 하시어 언젠가는 우리도 한 번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친정은 여자들만의 것이 아니다.

우리 모두의 것이다.

친정은 고향과 함께 어떤 이유로든 싫어하거나 미워할 수 없는 안식처다.

그를 기리는 것은 당연한데 행여 어떤 문제가 있을지라도 절대로 욕되게 할 수 없는 그립고 고귀한 존재다.

그런 친정을 부정하는 것은 사람이기를 포기하는 고나 마찬가지다.

어떤 사람들은 친정에 눈을 흘기는 것을 넘어 자기 먹던 우물에 침을 뱉는 5(五無)에 빠지면서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태연자약하기도 한데 악담하는 것이 아니라 천벌을 받을 일이다.

 

그러나 실망할 것은 없다.

다 그런 것이 아니다.

극히 일부가 그런다.

그들이 좀 부끄럽긴 하지만 그들 때문에 세상이 오염되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작은 인연과 짧은 해후에도 감사하고 기뻐하는 사람들이 있어 세상을 밝고 아름답게 하는 것이다.

맘껏 누리며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것이다.

먹고 살기 위하여 객지 생활을 하다 보면 친정이 많아진다.

바로 직전의 친정도 있고, 원래의 친정도 있다.

누구는 그 친정이 손가락으로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을 수도 있다.

그래도 새내기든 묵은 술이든 간에 친정은 친정이다.

 

김 상무님, 반년 만에 오셨는데 어떻게 한 잔......, 교룡 산장에서도 기다리실 텐데 어떻게 구미가......,” 하고 결말을 못 내면서 말끝을 흐리며 망설였다.

그러자 맘은 굴뚝같은데 다시 마산을 거쳐 울산에 가셔야 하는 것이 부담스러우셨던지 다음에 하자 기약 없는 약속을 하고는 가셨다.

즐겁게 일하시면서 잘 지내시기를 바란다.

미당 선생과 동년배로서 적지 않은 나이에도 활력이 넘치는 날들을 보내고 계시지만 언제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는 것은 동병상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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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yyhm@hanmail.net)

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 사회복지사/요양보호사/국내여행안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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