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日子)와 날짜를 챙기는 사람은 용케도 잘 챙긴다.
남들은 관심도 없고 모른데 어쩌면 그렇게 잘 알고 챙기는지 신기하다.
체부 책에 적어 놓고 슬쩍슬쩍 봐가면서 아는 것처럼 줄줄이 열거를 한다.
오늘은 누구네 할머니 제삿날이다.
오늘은 누구 생신이다.
오늘은 입추다.
역사적인 날이나 24절기, 국가 대사나 사건의 날짜같이 잘 알려지거나 공적인 날짜가 아니라 주로 사적인 날짜를 기가 막히도록 그렇게 잘 기억하고 알려준다.
지금은 심신이 불편하여 요양변원에 계신 미당 본가 옆집 OO이 할머니가 대표적인 사례다.
동네 사람들이 오늘이 무슨 날인 것 같은데 기억이 안 날 때는 쪼르르 달려가 그 분한테 오늘이 무슨 날이냐고 물으면 무슨 무슨 날이잖느냐고 시원시원하게 말씀해주신다.
머리와 기억력이 뛰어나셨는지는 모르지만 간신히 한글을 터득할 정도인데 동네의 달력 역할을 하시는 것을 보면 참으로 신통방통이다.
오늘은 뜨거운 먹거리가 잘 어울린다는 이열치열의 날 초복이다.
24절기나 명절에 속하지 않은 잡절이지만 한국인이 여름철에 가장 잘 챙기는 절기의 하나라는 백과사전의 설명 머릿글다.
우리 소맥 폭탄 부대도 우연히 그저께 초복치레를 했다.
어제 무주 적상산(赤裳山) 자락 아래 명당에 자리한 요한 대자(代子)의 별장에서 추억에 남을만한 근사한 복(伏)들이를 한 것이다.
초복, 중복, 말복을 알고 그날로 정한 것이 아닌데 지난 번 소맥폭탄 작전 종료 회의에서 행사 날짜를 잡은 것인데 이심전심인지 그 날이 복날이 된 셈이다.
어제도 오늘이 초복인지 모르고 복치레를 했다.
대전 집에 수북이 쌓아 놓은 폐기서류도 겨울 땔감으로 가져다 드릴 겸 해서 미당 본가에 갔다.
성당 안나 회장님이 만들어 제공해 주신 삼계탕 두 팩과 냉면 다섯 봉지와 틈틈이 사다가 쟁여놓은 과자/빵을 심고 미당 벙타 집에 갔더니 문이 닫혀 있었다.
어디 가셨느냐고 전화를 해봤더니 형님과 형수님 두 분이 동네 회관에서 초복치레를 하고 계시다는 것이었다.
초복인줄 알고 삼계탕과 냉면을 갖고 찾은 것이 아닌데 결국은 초복 인사가 된 셈이었다.
묘한 그러나, 놀랍지 않은 우연의 일치였다.
서천-공주 고속도로를 통해 대전 집에 오면서 내일이 복날인지 몰랐고, 몸도 피곤하지만 그래도 복날을 자축하는 인사치레는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우리야 푹 쉬는 게 복날 행사이자 주일 안식일이 아니냐면서 올해는 초복 행사를 하지 말자고 정중하게 거절했다.
진짜 초복인 오늘은 어떨지 모르겠다.
밤에 잠깐 눈을 붙이고 새벽에 일어나 준비를 하고 4시 전후를 해서 남원을 향해 남도 삼백리 길(131km)을 떠난다.
어제를 감사드리고, 오늘도 평화롭고, 내일도 찬양하는 날이 되게 해 주시라고 청하면서 나서는 향촌 집이 참 좋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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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 사회복지사/요양보호사/국내여행안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