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돼야 할텐데......,
첩첩산중이다.
가도 가도 끝이 없다.
명대사의 주인인 고인들을 소환하는 것이 죄송스럽지만 기억을 남겨준 분들이나 기억하는 분들이나 좋은 인연이 아닌가 한다.
그리고 세상살이는 언제나 이런 회한을 남기는 것들이 많고, 그를 통하여 보다 나은 장미빛 내일을 기다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연말이나 돼야 망년회를 통하여 쓰던 다사다난이란 말이 일 년 내내 상수로 남아 쓰이는 형편인데 그 또한 누가 대신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해결하며 나아가야 하는 명제가 아닌가 하는 것도 간단히 여길 것이 아님을 새삼 깨닫는다.
[예능史④] '우리 회장님', 한국형 시사 풍자 코미디의 시작
코미디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단골손님이 있다면 바로 풍자 개그다.
지난해 9월 터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한동안 침체됐던 시사 풍자 코미디에 다시금 활기를 불어넣었다. KBS 2TV '개그콘서트'에서는 '민상토론2'와 '대통형'을 선보이며 탄핵 이슈를 풍자했고, tvN 'SNL코리아9'는 이르게 찾아온 대선을 맞아 '미운 우리 프로듀스 101'로 풍자 코미디의 부활을 알렸다.
떼려야 뗄 수 없는 조합인 풍자 코미디는 1980년대에도 유효했다. '유머 1번지'의 간판 코너였던 '회장님 회장님 우리 회장님(이하 '우리 회장님')'은 한국 최초의 시사 코미디 코너로 당대의 정치, 경제, 사회, 현안들을 소재 삼은 풍자 개그로 시청자의 큰 사랑을 받았다.
'우리 회장님'은 비룡그룹이라는 가상의 재벌그룹 회의실에서 회장과 이사진이 중역 회의를 갖는 모습을 통해 대한민국 재벌을 개그로 풀어냈다. 국산품 애용 운동, 북한, 국회 5공 비리 청문회 등 80년대 중후반 당시의 주요 이슈를 풍자함과 동시에 권력 순종적인 상류층을 희화화해 한국형 시사 풍자 코미디의 포문을 열었다.
1986년 11월 첫 방송을 시작한 '우리 회장님'의 거침없는 풍자는 당시 전두환 군사정권의 미움을 받기도 했다. 군사정권의 압력으로 인해 '우리 회장님'은 1987년 4월 방영 중단이라는 위기를 맞았으나, 두 달 뒤 전국적으로 벌어진 반독재, 민주화 운동에 힘입어 1987년 7월 방송을 재개했다.
'우리 회장님'에서 비룡그룹 회장을 연기한 故 김형곤은 시사 풍자 코미디의 개척자다. '우리 회장님'이 방영되던 당시 김형곤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우리 사회도 이런 류의 풍자 코미디가 정착할 때가 됐다. 사회 및 정치 현실과 코미디를 접목하려는 노력이 어느 정도 결실을 봤다"며 개그맨으로서의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특히 "정치인 흉내는 정치 풍자가 아니다. 풍자의 중요한 요소인 공격대상이 빠져 있기 때문"이라던 故 김형곤의 확고한 철학은 30여년이 지난 지금도 깊이 새겨볼 만하다.
비룡그룹 간부 역으로 김형곤 회장의 양옆을 지키던 김학래, 엄용수, 정명재, 양종철 등은 숱한 유행어를 만들어 내며 사랑받았던 최고의 스타 개그맨이었다. '우리 회장님'에서 아부의 쌍벽을 이룬 '엄 이사' 엄용수와 '김 이사' 김학래는 각각 "회장님의 영원한 에밀레. 뎅~~~~", "저는 회장님의 영원한 종입니다. 딸랑딸랑"이라는 화제의 유행어를 탄생시켰다. 이외에도 회장님의 "잘 돼야 할 텐데. 잘 될 턱이 있나", "잘 될까~", 양 이사의 "밥 먹고 합시다" 등은 한국 예능사에서 빼놓을 수 유행어다.
'우리 회장님'은 2013년 3월 코미디 40년 특집으로 방송된 '개그콘서트'에서 부활했다. 이는 2006년, 심장마비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故 김형곤을 향한 후배 개그맨들의 추모로 시작됐다. 개그맨 유재석이 나레이션을 맡으며 더욱 화제를 모았다. 김준현은 故 김형곤의 뒤를 잇는 비룡그룹의 김회장으로 추대받아 선배 김학래, 엄용수와 호흡을 맞췄다.
'유머1번지'의 연출을 맡았던 김웅래 감독은 YTN Star에 "'우리 회장님'은 재벌을 중심으로 한 풍자 코미디였다. 정치를 직접 다룰 수 없으니 당시 군부 정권과 밀접했던 재벌을 중심으로 풍자를 선보였던 것"이라고 '우리 회장님'을 회상했다.
김 감독에 따르면, 당시 정치인을 따라 하기란 쉽지 않았다고. 그는 "정치인보다는 정치를 풍자해야 했는데 그것은 통치자, 즉 대통령에 대한 풍자나 다름없었다. 대통령을 마음껏 풍자하고 싶었지만, 당시에는 금기시되는 일 중 하나였다"고 설명했다.
'우리 회장님'은 정치 풍자 대신 차선책으로 재벌 풍자를 선택했다. 김 감독은 "재벌 총수를 대통령과 같은 인물로 봐도 무방하다. 재벌에게 펀치를 날리면 힘없는 서민들이 좋아했다. 일반 국민과 달리 코미디언들에게는 권력을 가진 자와 그들의 정치를 비판할 수 있는 숨통이 약간은 열려 있었기 때문"이라며 "김형곤은 그걸 이용해 재벌 풍자 코미디를 선보이며 정치 탄압을 피해갔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우리 회장님'의 김 회장 故 김형곤을 추억하기도 했다. 그는 "김형곤이 동국대 국문과 출신이다. 당시 전문대학이 아닌 4년제 대학을 나온 개그맨이 많지 않았다. 김형곤은 어휘력이 풍부해 시사 풍자 코미디에 적격인 연기자였다"고 밝혔다.
또 "풍자란 '어'해 다르고 '아'해 다른 어감을 잘 살려 표현해야 감칠맛 나는 의미를 전달할 수 있다. 김형곤은 예민한 사건을 쉽고 코믹하게 잘 표현하는 재주가 있었다"며 "다른 연기자가 했으면 문제가 됐을 사건도 요리조리 잘 피해 가며 세상을 풍자했고 답답한 서민들의 가려운 데를 시원하게 긁어줬다. 그게 많은 사람들이 그를 추억하는 이유"라고 전했다.
YTN Star 김아연 기자 (withaykim@ytnplus.co.kr)
[사진 = KBS '유머1번지', '개그콘서트'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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