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월드컵 때다
한일 공동 주체였는데 그 열기가 대단했다.
일반 가정에서 대형화면 TV가 많지 않을 때다.
경기 시청 차 대형 스크린이 있는 식당, 사무실, 상가등을 찾았다.
붉은 악마 군단은 아니나 빨간 응원복을 입고 출동했다.
옹기종기 모여 치맥이나 음료수 같은 것을 먹으면서 시청하고, 응원하고, 함성과 탄식을 질렀다.
나날이 즐거웠고, 다음 날이 기다려졌다.
우리나라 팀이 또는 기대했던 팀이 잘할 때는 함께 기가 승하여 열렬하게 응원의 박수를 쳤다.
잘 못 하고 실수를 져지를 때는 재미가 없어 왜 저 모양이냐며 탄식과 핀잔도 했다.
나말이 열전에 열전을 거듭했다.
히딩크가 이끄는 우리나라는 사상 초유의 실적으로 4강에 들었다.
엿장수가 엿 한 가락 더 먹고, O개도 자기 집에서는 먹고 들어간다는 말을 부정할 순 없었지만 참 잘 했다.
근 한 달 여는 월드컵 때문에 해패했다.
시간 가는 것이 아까웠다.
그러나 뭐든 화무십일홍에 권불 십년이다.
월드컵이 끝날 즈음에는 열기도 식어 쓸쓸하고 허전했다.
월드컵도 끝나고 이제 무슨 낙으로 사느냐면서 낙담하기도 했다.
시끌벅적하던 장이 파하고 철시한 것 같았다.
너무 심취한 후유증이 나타나는 단계였다.
월드컵이 다가 아니니 이제는 태세와 분위기 전환을 해야 한다고 하였지만 잘 안 됐다.
그래도 일하는 사람은 생업에 전념하느라 조금 나았다.
하지만 일이 없는 사람은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여기저기 다녔지만 월드컵에 대적할 만 건이 없어 포기하고 집에서 구들장을 짊어지고 한숨만 쉬었다.
막이 내렸다.
대선(大選) 이야기다.
기울어진 운동장이어서 승패에 대해서는 무덤덤했다.
선거 때마다 나타나는 볼거리나 장래 희망 같은 것들도 미약했다.
허접한 마타도어에 분노하는 것으로 부족함을 겨우 메우곤 했다.
비정상이 정상되고, 몰상식이 상식으로 회복되기를 기대하는 양심들도 많았다.
다 끝났다.
월드컵이 끝났을 때처럼 실망스러워서 그런 게 아니라 그저 조용하다.
그런데 기대를 저버리지는 않는 것 같다.
선거가 끝나고,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하고, 해야 할 일들이 착착 되어가니 큰 것을 바란다거나 크게 걱정할 거 없이 그저 평범한 날들이 예상된다.
잔칫집에서는 노래를 부르고, 상갓집에서는 눈물을 흐리며 평범한 새로운 길을 가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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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 사회복지사/요양보호사/국내여행안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