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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괘씸죄에 미운털

by Aphraates 2008. 7. 22.
 

죄 중에 가장 무서운 죄가 괘씸죄이고, 털 중에 가장 고약한 털이 미운털이라고 한다.

실제로 존재하지도 않는 그 죄와 털이 사람을 그리도 두렵게 만들고 사람을 은근히 옥죄는 것은 왜 일까?

별 탈 없이 내내 잘 나가도 까딱 잘못하면 그 죄와 털의 올가미에 매여 꼼짝달싹하지 못 해 헤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괘씸죄에 걸리고 미운털이 박혔다.

그리고 거기에다가 코드가 잘 안 맞고 찍히기라도 한다면 뭘 잘 할 수가 없고, 잘 한다 해도 인정을 받지 못 하여 웬만하고 어지간한 사람이라면 꼬챙이처럼 안 마르고는 견디지 못할 것이다.


괘씸죄와 미운털은 다분히 주관적이고 편향적(偏向的)인 측면이 강하다.

따라서 그를 빌미로 누군가를 구속하는 사람이나 그로 인하여 누군가로부터 구속받는 사람이나 모나지 않게 잘 사는 사람이라고 할 수는 없다.

또한 실제는 그렇게 구속하고 구속받을 만한 것이 아닌데 당사자들은 아무런 하자가 없는 것처럼 당당하게 나오는 것은 오류(誤謬)를 범하는 것이다.


너는 나하고는 도저히 함께할 수 없는 원초적인 코드 불일치의 인자를 갖고 있어서 나는 네가 무조건 싫다.

네가 대통령이라 해도 부러워할 것이 하나도 없고, 너로 인하여 내가 삼수갑산(三水甲山)을 간다해도 네가 상관할 일이 아니니 서로가 아는 체 할 것도 없다.


이렇게 누군가를 괘씸죄로 걸고 미운털을 박는다면?

상대방의 모든 것이 잘 못된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런 미움과 증오는 많은 문제를 파생시키고 인간관계를 황폐화시키다.

그러니 괘씸죄가 강도를 더 하고 미운털이 더 깊이 박히기 전에, 건드리면 자꾸 커지고 성하여 걷잡을 수가 없는 단계에 이르기 전에 적정한 선에서 죄를 면하고 털을 없애도록 해야 한다.

그대로 두면 악순환이 연속되어 극한 지경에 이르러 상대방도 같은 괘씸죄와 미운털을 들고 나오기 마련이다.


네가 뭔데 그래?

네가 나를 못 마땅하게 여기는 것처럼 나도 너를 마찬가지다.

그러니 내 스스로 괘씸죄를 벗어나고 미운털을 뽑으려고 노력할 것이라고는 꿈에도 바라지 말아야 한다.

너는 너의 생각과 행동이 다 옳다고 여기는가본데 천만의 말씀이다.

내가 볼 때는 숨 쉬는 것 빼고는 제대로 된 것이 아무 것도 없는데 그런 것은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


이렇게 이해와 양보와 타협이 없이 막보기로 나오면 쇳덩어리 부딪혀 불꽃 튀듯이 하여 너도 망신 나도 망신이고, 너도 손해나도 손해일 뿐이다.


그 사람 있어서는 안 될 사람이다.

그 사람 아주 형편없는 사람이다.

그렇게 반목할 것 없이 스스로 알아서 정리될 문제들이다.

하지만 괘씸죄와 미운털을 주고받으며 쌍심지를 켜고 있 사람들을 보니 답답하고 인간적인 비애를 느낀다.

당사자가 아니니 느끼는 온도 차이가 있을 것이고, 나름대로의 애로사항이 있겠지만 최악으로 생각해도 그렇게 확대해석할 정도는 아닌 것 같다.

한 시간만 투자하고, 열 자 앞만 내다볼 줄 안다면 별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것을 극복하고 사는 것이 인생이거늘 나는 옳은데 네가 글러서 이럴 수밖에 없다고 하니 양측에 문제가 있다고 할 수 밖에 없다.

박이 터지든 말든 자기들 몫이어서 누가 대신할 것도 아니고, 누가 나서서 해결해 줄 것도 아니지만 왜들 그렇게 살아 당사자들은 물론이고 주변 사람들까지도 피곤하게 만드는 것인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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