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 하면 떠오르는 그 사람 모습은?
대번에 좋은 면이 튀어나오면 좋겠다.
하지만 그 사람의 이미지가 무엇인지 한 참 생각한 후에 나온 것이 나쁜 것 정도라면 몰라도 이름만 대면 “아, 그 사람...” 하면서 고개를 돌리는 정도가 돼서는 안 될 것이다.
적어도 이 정도는 돼야 하지 않을까?
아주 매너 좋고 친절하여 함께 하고 싶다.
어딘가 부족한 듯하지만 멀리 할 수는 없다.
머리가 명석하고 무엇이든 시원시원하게 처리한다.
타고난 재능은 많지 않은 거 같지만 매사에 적극적이다.
많아도 그 정도는 되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아주 매너 없고 지저분하여 함께 한다는 자체가 스트레스다.
뭔가 끌리는 면이 있는 것도 같은데 가까이 하기에는 영 부담스럽다.
생각이 짧아 뭐든지 했다하면 일을 그르치고 말썽을 일으킨다.
타고난 재능을 발휘하는 분야가 있긴 하지만 도무지 하는 것이 없다.
김(金)씨 정도는 돼야 한다.
도림 마을 홀로 사시는 노인 집에 쌀이 떨어질 만 하면 아침에 일어나 보면 쌀과 밑반찬 통이 놓여있다는데 천사라도 다녀가셨는가?
귀신 곡할 노릇이고 누구인지 모르지만 얼마나 갸륵하고 복 받을 일인가?
동네 사람들은 겉으로 나타나지 않고 그런 선행을 하는 사람이 건너 마을에 사는 날품팔이 하며 살아가는 착한 김씨라는 것을 떠올리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자기 살기도 바쁜 이 험한 세상에 그런 일을 할 사람은 오로지 그 사람뿐이라는 칭송을 받는 것은 누구인지를 확인하기에 앞서 잘 사는 인생이자 행복한 사람이다.
모(某)씨 처럼은 되지 말아야 한다.
학바위 마을 누구네 집 외양간에 매 놓은 소(牛) 한 마리가 간밤에 감쪽같이 없어졌다는데 웬일이지?
그 동안 우리 동네에 그런 일이 없었는데 이 무슨 조화속이지?
동네 사람들이 그렇게 수군거린다.
확증은 없지만 분명 그 사람 짓일 거라며 평소 행실이 나쁜 어떤 사람이 떠올라 지목하고 일거수일투족의 행동거지를 감시하게 된다면 그 사람은 소를 훔쳐갔는지의 여부를 따지기에 앞서 실패한 인생이고 불행한 사람이다.
무슨 작은 일만 있어도 그 사람과 연관지어 생각하게 되고, 또 나중에 결과를 보면 실제가 그렇게 되어 지탄받고, 기피당하고, 인정받지 못 하는 사람은 불쌍한 사람이다.
본인이 그렇다는 것을 어느 정도 알면서도 고쳐보려고 해도 안 되고, 더 어렵게 되어 결국에는 문제를 일으켜 좀 더 깊은 구렁 속으로 자꾸 빠져 들어가는 사람을 보면서 어쩌다가 그렇게 몹쓸 피를 타고 태어났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대로 둬서는 안되기 때문에 나서는 사람이 있긴 하다.
문제아를 인정해서가 아니라 별의별 사람일지라도 조화를 이루고 살아야 하는 세상이기 때문에 또, 자신도 누군가로부터 그런 부정적인 이미지로 안 보일 거라고 장담할 수 없는 것이 인간관계이기 때문에 잘 해보려고 시도를 하는 것이다.
그런 생각으로 다른 사람들한테 “탁, 하면 떠오르는 그 사람의 모습이 뭐지?” 하고 물었을 때 일언반구도 없이 슬슬 뒤꽁무니를 빼는 상황이라면 어떤 유능한 해결사가 나선다 해도 속수무책일 것이다.
아니다, 그런저런 생각을 하는 자신이 스트레스일 것이다.
그래서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흘러가는 대로 두면 혼돈 속에서 질서가 서기도 하는데 무관심한 것이 속이 편하긴 하지만 골병드는 사람은 더 골병이 들으니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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