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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손발이 바쁜 사람, 눈동자가 바쁜 사람

by Aphraates 2008. 7. 25.
 

돈 버는 승부를 거는데 는 먹는장사와 물(술) 장사가 빠르다고 한다.

그러나 빠른 만큼 위험성도 커서 식당을 하겠다고 섣부르게 대들었다가는 큰 손해를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계절에 관계없이 손님들이 몰려오고, 호황과 불황에 관계없이 돈이 잘 벌려 돈 세는 것이 귀찮을 정도로 잘 되는 집이 있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 집은 저절로 그렇게 된 것이 아니란다.

거기까지 가기 위해서는 피땀 어린 고생과 밤잠 못 이루는 번민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 것을 가뭄에 콩 나듯이 잘 되는 그런 집만 보고 성공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와 상상만으로 식당을 개업했다가는 몇 달 만에 결판이 나 돈 몇 억 까먹는 것은 일도 아니라는 것이다.

식당에 손을 댔다가 실패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처절하다.

목 좋은 곳에 비싼 가게를 세내고, 막대한 돈을 들여 실내장식을 하고, 최고급 요리사를 모셔와 화려한 출발을 하였으나 기대에 미치지 못 하여 주인 내외 인건비는 고사하고 인건비를 포함한 공공요금 내는 현상유지하기도 어려운 형편이라면 한마디로 피가 마르는데 안 당해 본 사람은 그 절박한 심정을 모른다는 것이다.


소싯적에 한사코 말리는 것을 돈좀 벌어보겠다고 새퉁빠지게 엉뚱한 짓을 하여 적지 않은 돈을 날려 몇 년을 고생했는지 모르는 경험은 있지만 사업이라고는 손대본적이 없는 나로서도 식당을 하다가 실패한 사람들의 심정을 이해할 거 같다.

돈은 여기저기서 끌어다가 잔뜩 투자했지, 조류독감을 맞은 오리집이나 어패류 병이 돌은 횟집 같이 직격탄을 맞은 것도 아닌데 손님은 없지, 몇 달 그러다가 기를 펼 것이라는 희망이라도 보인다면 버텨보겠지만 요원하지 하다면 피가 안 마를 사람이 없을 것이다.

홀짝제 운행으로 버스를 타고 다니다 보니 불편한 점이 있긴 하지만 여러 가지 새로운 것도 느끼는 것이 많아 홀짝제가 해제된다하여도 동료들이 혐조해주신다면 계속 할까 하는 생각도 하고 있다.

버스를 타고 다니니 좋은 것들이 많다.

인사를 하거나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젊은 사람들과 같이 차를 타고 다니니 활력이 있고, 이삼십 분 걸리는 멀지 않은 거리이지만 운전에 신경 쓸 거 없이 내 맘에 드는 자리의 의자에 앉아 차창 밖으로 지나치는 모습들을 여유롭게 보는 것이 좋고, 시간 소비와 불편한 것을 감안하면 경제적인 이득이 크다고 할 수는 없지만 아무래도 절약이 되고, 그리 멀지는 않으나 버스 정거장까지 오가면서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이 많은데다 운동도 되어 긍정적인 면들이 많다.


오늘은 퇴근하면서 정차하는 정거장이 집에서 약간 떨어져 있는 번호의 좌석 버스를 탔다.

육교를 통하여 간선 도로를 건너 아파트 단지 앞의 지선(支線) 도로를 천천히 걸어오다 보니 성당을 오가며 늘 지나치던 거리이자 퇴근 후에 공적사적 모임을 할 때 자주 찾던 식당들이지만 퇴근 무렵의 거리 풍경은 사뭇 달랐다.

여러 가지가 새롭게 보였지만 가장 눈에 띠는 것은 손님이 들기 시작한 식당과 손님 맞을 채비를 하는 식당들의 모습이었다.

손님이 하나 둘 들기 시작한 식당은 벌써 에어컨을 틀었는지 문이 닫힌 안에서 서빙 하는 사람들이 손발을 바삐 움직이고 있어 천천히 걸으면서 식당 안을 쳐다보았다.

그러나 아직 손님이 안 드는 식당에서는 주인인지 종업원인지 모르는 아주머니들이 앞치마를 두른 채 식당 앞에 서서 이야기 하고 있고, 주방요원인지 하얀 가운을 입은 중녀의 남자는 식당 앞에 물을 뿌리면서 청소를 하고 있었는데 누가 오는지 쳐다보느라고 눈동자가 바삐 움직여 모른 체하고 훌쩍 지나쳤다.

그런가 하면 이빨 빠진 것 같은 중간의 어떤 집은 식당 간판은 그대로 있는데 불이 꺼져있고, 출입문에는 내부수리중이라는 팻말과 함께 임대 문의라는 전화번호가 크게 써 붙여져 있었다.


문을 열자마자 아니, 낮에부터 손님들이 들어 손발이 바쁜 집은 영업이 잘 되는 집일 것이다.

그리고 청소를 하며 손님이 오나 안 오나를 엿보기 위하여 눈동자가 바쁜 집은 영업이 잘 안 되거나 심야에 손님이 드는 집일 것이다.

또한 몇 달 안 가서 내부수리중이라는 팻말이 걸리거나 공사가 벌어지는 집은 손발은 물론이고 눈동자 움직이는 것보다도 못한 맹탕 집일 것이다.

한 집 건너 두 집이 그런 실정이니 남들이 잘 되는 것을 축하해주는 것은 복 받을 일이라면서 느긋하게 성인군자(聖人君子) 자세로 시간을 기다린다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메뉴가 어떻던, 맛이 어떻던, 값이 어떻던, 식당 노하우가 어떻든 간에 별스럽지도 않은 옆집은 손님이 메어 터져 인도까지 점령하며 아우성인데 우리 집은 움직이는 사람이라고 해봐야 종업원뿐이어서 적막하다면 눈이 안 뒤집히고 피가 안 마를 사람이 어디 있을까?


퇴근하는 길에 혹시 식당 안에서 술을 마시던 누가 나를 부르지나 않을 까하고 추접한 기대라도 하듯이 천천히 터벅거리며 동네의 식당가를 걷노라니 느껴지는 것들이 많았다.

특히 잘 되는 집과 잘 안 되는 집에 선명하게 나타나는 명암과 기운을 느끼면서 돈을 버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이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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