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 라인이라고?
그래? 난 모르겠는데,
몸매를 가꾸어 일부러 만들은 것도 아니고, 타고난 것이 그런지 커가면서 그렇게 된 것 같은데 그게 뭐 어째서 왜들 그렇게 요상한 눈으로 바라보는 것인지 이해가 안 되네.
젖가슴이 크면 미련하고, 엉덩이 크면 아이 쑥쑥 잘 낳는다는 소리를 들어 여자로서 기분 좋을 거 없는가 하면 남들 보기는 어떤지 모르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불편하기만 하여 내세울만한 것이 못 된다.
그런데 어찌하여 자기들 맘대로 그를 미화하여 S라인이니, 섹시하니, 예쁘니 하는 것이지?
흥부가 기가 막혀서 시리... 잘 다듬고 가꿔서 앞뒤로 살살 흔들고 다녔으면 큰일 날 뻔 했네.
좋게 애기한다는 것이 남의 취부를 들춰내는 것일 수도 있다.
내 입장에서 균형 잡힌 몸매의 여(女)한테 S라인의 글래머라고 하며 칭찬하고 부러워하는 것이 그 녀한테는 아무 소용없는 말로서 오히려 구속받는 것이라면 내 감정대로 표현할 것이 아니라 그녀의 감정을 건드리지 않고 가만히 바라만 보는 편이 훨씬 나을 것이다.
캐주얼 데이(Casual Day)이어서 옅은 줄무늬 티를 입고 나갔다.
그랬더니 한 사람이 다가와서는 잘 어울린다고 칭찬 한 마디 하고 나서는 계속 긁는 소리를 하였다.
키가 작으시니 가로 줄무늬는 안 어울리고 세로 줄무늬가 어울린다, 골프도 안 치시면서 왜 비싼 골프복을 사 입었는냐, 유명 골프 웨어가 좋긴 한데 엄청나게 비싸서 제대로 갖추기 어렵다 하면서 뭔가 더 이야기 하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
칭찬하는 것인지 아니면, 남을 빗대어 제 자신을 추켜올리는 것인지 아무런 상관도 없는 말을 하며 은근히 스트레스를 받게 하였다.
한 번 일갈하여 잠재울까 하다가 그래봐야 나만 더 스트레스를 받을 거 같아서 “그래? 난 모르겠는데. 내가 뭐 아나? 집사람이 다 알아서 사다 줘서 입기만 하는 걸”하고는 얘기를 끝냈다.
옷이 색다른 것이고 좋아 보이면 가볍게 멋있다는 인사 한 마디만 하면 될 것을 왜 구성없는 이야기로 흠집 내며 사람을 열 받게 하는 것인지 나는 아무런 관심도 없는데 S라인이라고 수군거리는 것이나 다를 바가 없었다.
언젠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S라인 몸짱이라는 연예인이 텔레비전 대담 프로그램에 나와서 S라인으로서의 애로사항을 토로하는 것을 보고는 정말 자기 의사와는 관계없이 꼼짝달싹 못 하고 그렇게 되겠구나 하는 동정이 되었다.
그 녀 이야기는 이랬다.
연예인으로서 몸매 관리를 안 한 것은 아니지만 S라인으로 튀기 위하여 일부러 만든 것이 아니라 어렸을 적부터 그렇게 된 것이고, S라인 이라고 하면 자기를 떠 올리지만 그게 인기 관리에 도움이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싫다는 것이었다.
자기도 S라인에 구속당하지 않고 아무렇게나 입고도 다니고 싶은데 그런것 조차도 S라인의 매력이라고 하니 그러다가 매력이 시들어 언제 낭떠러지로 떨어질지 몰라 불안하기도 하다는 것이었다.
정작 나는 아무렇지도 않고 별거 아닌 S라인인데 극성팬들과 입방아꾼들이 야단이라는 이야기인데 즐거움보다는 괴로움이 더 클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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