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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이번에는 묘(猫)가

by Aphraates 2008. 7. 27.
 

얼마 전에 동료가 강아지 티는 벗은 정도의 개를 한 마리 들여왔다.

생긴 것이 음침하고 털도 부 한 것이 볼품이 없어서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그 동료는 정성스럽게 다루었다.

그러는 것이 좀 못 마땅하여 동물을 사랑하는 것은 좋지만 개는 개처럼 키워야지 뭘 그렇게 공을 들이느냐고 하였다.

그랬더니 그 개는 주인한테서 버려져 거리를 헤매다가 구청 단속반에 잡혀 임시로 보호되던 개를 분양받아 온 족보가 있는 개이기 때문에 잘 키워야지 무슨 문제가 생기면 구청의 조사를 통하여 동물 학대 죄를 받을 수도 있어서 그렇다고 하였다.

여름철이면 우리에 가두어 키우던 개들 수 십 마리도 쥐도 새도 모르게 잡아간다는 데 행정기관이 나서서 임시로 보호할 정도로 놔두는 것인지 앞뒤가 안 맞는 거 같지만 초라한 모습으로 거리를 방황하다가 교통사고 같은 것을 유발시키는 것보다는 백번 나은 거 같다.


나는 동물을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고 보통이다.

하지만 동물을 실내에서 키우는 것에 대해서는 상당히 부정적이다.

날리는 털, 나는 냄새, 오물, 소란스러움, 사람 흉내 내는 모습 등이 싫다.

그런 모습들을 생각하면 정이 뚝 떨어져서 애완동물을 키우는 집에 가는 것과  음식 먹는 것이 꺼려진다.

내가 아는 몇몇 집에서도 애완견도 아닌 일 반 커다란 개를 몇 년인지 모르게 오랫동안 키우는 집이 있다.

그 집에 가려면 나는 먼저 아직도 개가 있느냐고 물어보고, 상대편에서는 내가 싫어하는 줄 알기 때문에 겸연쩍게 아직도 있다고 하는데 그럼 밖에서 만나서 볼 일 보자고 합의가 되곤 한다.

그 집들도 개와 관련하여 애로사항이 있다.

주인장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실내에서 개를 키우는 것이 여러 가지로 불편하지만 키우다 보니 정이 들었고, 아이들이 좋아해서 어쩔 수 없이 키운다고 한다.

그런 것을 내가 싫다고 뭐라 할 수도 없는지라 제발 그러지 말고 그놈들한테 명예로운 퇴진의 길을 열어주라고 한다.


애완동물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양계보다 미국을 비롯한 서양계 사람들이 더 좋아하는 것 같다.

특히 여자들이 더 좋아하는 것 같은데 그 이유는 모르겠다.

이름난 외국의 늘씬한 글래머 연예인들의 화보나 동영상을 보면 남자는 안 보여도 고양이나 개와 함께 있는 경우가 많다.

애완동물들과 키스와 스킨십을 하고, 함께 자고, 함께 식사하고, 함께 차를 타거나 걸어서 외출하곤 한다.

그런 것을 보면 아무리 유명한 연예인일지라도 고양이 냄새가 나는 거 같고, 성격이 고양이 같이 이상한 거 같이 느껴져서 싫다.


도시나 농촌 어디를 가도 비슷한 현상이지만 우리 아파트 주변에 고양이들이 많다.

주변을 어슬렁거리다가 사람들을 보면 슬금슬금 피하기는 해도 놀래서 도망가지 않는 것이 원래 야생 고양이는 아니었던 것 같다.

어떤 놈은 새끼를 뱄는지 배가 축 늘어져 잘 걷지도 못 하고, 어떤 놈은 어디엔가 새끼를 두고 먹을 것을 구하러 나왔는지 금방 젖이 나올 거 같은 모습이다.

그런데 그 놈들 역시 이미지가 안 좋고, 기분이 언짢다.

밤에 술에 취해서 천천히 걸어오는데 차 밑이나 정원에서 커다란 고양이가 튀어 나오면 취했던 술이 확 깰 정도로 섬뜩하고, 날이 궂거나 비가 내릴 때 어디에선가 숨어서 어린 아이 울어대듯이 울어대면 금방 무슨 불길한 일이라도 벌어질 거 같이 여간 기분 나쁜 것이 아니다.

거기에다가 그런 것이 보기 싫어서 쫓아버리려고 하면 슬금슬금 도망가면서 뒤를 돌아다보는 것이 여차하면 대들 거 같은 태세여서 아주 재수 없는 날이라는 나쁜 생각이 스쳐 지나가기도 한다.


개와 고양이를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은 특별한 연유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특별하게 사랑할 것도 특별하게 미워할 것도 없지만 좋아하지 않는 것은 타고난 성품인 거 같다.

장대같이 내리던 비가 그치고 아직 덜 갠 음침한 날씨가 계속되는 주일날 새벽이다.

제 시간에 잠이 깼는데 아파트 주변 여기저기서 고양이가 기분 나쁘게 울어대어 날씨만큼이나 상큼하지 못 했다.

오늘 하루만이라도 좋게 생각하고 바르게 행동하야 마음이 편한 주일날이기 때문에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저 놈들이 배가 고픈가 아니면 새끼나 동료들을 잃어버렸는가. 왜 저렇게 울어대며 초를 치고 간을 하는 것인지 누가 좀 나가서 그놈들을 멀리 쫓아버렸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그러나 아무도 그런 사람이 없었고, 더욱더 소리가 커지는 것 같았다.

그래서 베란다로 나가서 방충망을 열고 에이 하는 소리와 함께 호미로 새시를 한 번 탁 때렸더니 잠잠하였다.

그리고 잠시 후에는 제 놈들을 싫어한다는 나의 경고 신호가 먹혀들어갔는지 아니면, 날도 밝아오고 하니 제 놈들 스스로 물러날 때가 되었는지 울음소리가 공원 쪽으로 작게 들리는 것이 이동하는 것 같았다.


지난주에는 우리 젊은 아이들이 곤한 잠을 깨우더니 이 번 주에는 잠에서 깨니 고양이가 심기를 불편하게 한다?

그렇다면 연속되는 주일날의 시련인가?

묵상을 하고 글을 쓰면서 마음이 약해질 만한 특별한 것은 없지만 안 그래도 될 텐데 아이들 소란과 고양이 울음소리에 신상이 들볶이는 것은 너무 신경이 예민해진 것이 아닌가. 반성도 해 보았다.

그러나 그렇게 너무 확대해석할 것은 아닌 거 같으니 평화로운 하루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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