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빙빙 돌려 어렵게 얘기할 거 없이

by Aphraates 2008. 8. 8.
 

조직과 다른 조직원들과 융화를 하지 못하는 외톨이가 있다.

사사건건 분란을 일으키고 밖으로만 나돌고 있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면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고 하였듯이 가정적으로나 사회적으로도 줄줄 새고 있는 것 같다.

참 재미없이 살고, 새는 것이 도를 넘는 거 같아서 면담을 하였다.


我) 나이들만큼 들었고, 조직생활 할 만큼 했으니 콩이냐 팥이냐 따질 것이 아니지만 요즈음 왜 그렇게 어렵게 살지?

彼) 제가 결함이 있다는 것은 알지만 저는 저대로 열심히 하고 재미있게 지내려고 하는데 제가 설 자리에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저도 저대로 스트레스를 받고 될 대로 되라는 심정입니다.

我) 그래? 사람은 다 장단점이 있는 거야. 당신을 따돌림 하는 단계를 넘어 무관심 하는 다른 직원들도 장단점이 있고, 그런 대상인 당신도 장단점이 있는 거야. 한 뱃속에서 나온 형제들끼리도 트러블이 있고, 자기 부모를 잡아먹는 살모사 같은 사람들도 있는 것이 세상이지만 그래도 그런 것을 극복하여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고치면서 서로 이해하고, 타협하고, 도우면서 사는 거야. 그게 안 되고, 한두 사람도 아니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당신을 싫다고 한다면 당신한테 문제점이 더 큰 거야. 내가 볼 때는 당신의 장점은 살리지 못 하고 단점만 노출되지만 그를 잘 인식하지 못하고 대처를 하지 못하는데 근본적인 문제가 있어. 그러니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일 것 없이 조직원으로서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인지, 일이 되게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긍정적인 자세로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 다른 사람들과의 유대도 잘 가져 봐. 그래도 문제가 해소가 되지 않는다면 내가 도와주고, 책임지고 조치해 줄게.


그렇게 이야기를 하고 나자 누구는 어떻고, 무엇은 어떻고 하면서 해명을 곁들인 변명을 하였다.

그래서 빙빙 돌려서 어렵게 얘기할 거 없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는데 당신이 융화를 못 하고 어려워하는 것은 당신의 결함이고 당신 책임이니 항상 그를 염두에 두고 모든 일을 하라고 결론지었고, 최선을 다 하겠다는 다짐을 하며 면담을 끝냈다.

그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 보라고 두 달 정도의 말미를 줬다.

자기가 살아남으려면 잘 할 것이라고 믿으면서도 잠재된 결함과 불만을 해소시키는데 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할 텐데 잘 해낼지 모르겠다는 우려도 되었다.


신앙인 증가가 답보상태라는 통계를 본 적이 있다.

지역적으로는 신흥개발지는 신자가 너무 넘쳐서 문제고, 기존 지역은 신자가 쑥쑥 빠져 나가서 문제라는데 전체적으로는 변화가 없는 것이니 그런 편차야 큰 문제라고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전체적으로 답보상태라면 어디엔가 문제가 있는 것이고, 신자가 늘어나야 할 곳에서 줄어든다면 그 또한 어디엔가 문제가 있는 것이니 진단과 처방을 잘 하여 치유해야 한다.

물론 그런 위기 현상에 대해서 노심초사하면서 치유를 하기 위하여 각자의 위치에서 나름대로의 다각적인 노력을 하는데도 단기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없고, 장기적으로 보이는 것이 없으니 아주 남감하고 고통스러운 일이다.

잘 안 되는 것을 보면 여기도 고양이 목에 누가 방울을 달지 몰라 빙빙 돌려서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거 같다.


답보상태로 빙빙 겉도는데 무엇이 문제일까?

확대재생산하면 자꾸 커지고, 축소소비하면 자꾸 작아질 수 있는 것이다.

즉, 생각하고 행하기에 따라 문제라면 문제일 수도 있는 무거운 것일 수도 있고, 아니라면 별 것도 아닌 가벼운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되는 것도 없이, 안 되는 것도 없이 뜨뜨미즈근하게 흘러가니 신앙의 맛을 모르고 최소한의 역할에 안주하는 것이다.


너나 할 거 없이 왜들 빙빙 일까?

내 탓이라고 가슴을 치며 통회하면서도 나는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데 다른 사람들과 다른 일 때문에 그렇다며 네 탓 공방 벌이는 것을 부끄러워 할 줄 모르니 다시 한 번 반성해야 할 일이고, 당신의 말씀은 영원불변한데 시대흐름이 그런 것을 우리라고 어떻게 하느냐며 체념하고 좌절하니 그 또한 창피한 줄 알아야 한다.


나도 빙빙 돌렸나?

맞아, 빙빙 도는 세상의 여러 면에서 나도 그런 경험과 노하우가 적지 않으니 자신도 모르게 빙빙 돌리는 기술이 뛰어난 거 같다.


돈을 빌릴 처지가 아닌 사람한테 돈을 빌려달라고 하는 것은 여간 곤혹스러운 것이 아니다.

다급한 것을 생각하면 얼마간의 돈이 필요하니 빌려달라고 해야겠는데 차마 그런 얘기로는 입이 안 떨어져 엉뚱한 소리만 한다.

집의 강아지는 잘 크는지 모르겠다느니, 오늘이 견우직녀 만나는 칠월칠석인데 예전 시골 동네 씨름판에서 몰래 훔쳐보던 노란 원피스 차림의 순이 생각이 난다느니, 앞 산 밤나무 밭에서 약을 뿌리는 저 가족들은 참 덥겠다느니, 선배님네 아이가 취직시험을 포기하고 퓨전음식점을 냈는데 잘 되기를 바란다느니, 내일 베이징 올림픽 개막인데 우리들이 치룬 88 올림픽은 대단했다느니 하면서 할 말을 못 하고 빙빙 돌리기만 한다.

내가 왜 이러는지 상대방이 알아채고 먼저 이야기를 꺼내주면 좋을 텐데 무슨 얘기를 하려고 뜸을 들이는 것인지 다 알면서도 입장 곤란하니까 일부러 그러는 것인지 내가 꺼내는 화젯거리마다 더 말을 많이 하니 이거 사람 답답해서 죽을 지경이다.

그렇게 예정시간 보다 길게 한참을 끌다가 이번에는 본론으로 들어가 돈을 빌려야 하는 사정을 빙빙돌려가며 명확한 결론 없이 구구절절 이야기 한다.

그러자 이번에는 상대방이 답답하여 참지 못 하고 “그러니까 새로운 기계를 들여와야 하는데 돈 얼마가 부족하니 빌려주면 매달 이자는 계좌 이체시키겠다는 것이지?” 라고 되묻자 선처를 바란다는 눈빛으로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떡인다.


오픈 마인드(Open Mind)가 아니고 빙빙 돌려 어렵게 얘기하거나 벙어리 냉가슴 앓듯이 말을 못하는데 는 다 그럴만한 사정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게 오래 지속되다보면 일은 일대로 안 되고, 여기저기서 수군대며 인심은 인심대로 흉흉해지니 일이 되게 한다는 기본 전제하에 빙빙 돌려 어렵게 얘기하지 말고 무엇이 문제고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확 터트려 여럿의 지혜를 모으는 것이 필요하다.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뽕짝이 척척 잘 맞으면  (0) 2008.08.11
할머니, 우리 계약은 아직도 유효하지요?  (0) 2008.08.09
나이롱환자  (0) 2008.08.07
호들갑  (0) 2008.08.07
헛발질  (0) 2008.0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