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매니저를 비롯한 금융인들이 어제는 증권폭락에 환율급등으로 찬바람이 불어 줄초상 난 기분이라며 어디론지 도망가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었다.
그런데 오늘은 증권폭등에 환율급락으로 훈풍이 불아 겹경사 난 기분이라며 누구라도 만나서 이야기를 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한다.
경제 규모가 작고 덜 안정적인 나라에서만 경제지표의 폭등과 폭락이 있는 줄 알았는데 규모가 크고 안정적인 나라에서도 마찬가지인 것을 보면 역시 경제는 살아 움직이는 동물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공황상태에 이를지도 모른다고 우려가 되던 미국의 금융위기가 미국 연방정부에서 과감한 금융지원대책을 강구하고 있다는 발표와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들이 미국발로 야기된 세계적인 금융 불안 사태 해결에 백기사를 자처하고 나섰다는 소식에 주가는 폭등, 환율은 안정, 유가는 폭락하여 반 토막을 향하여 가고 있는 상태라고 한다.
그 여파로 국내 경제에서도 몇 겹경사를 맞이하는 지 모를 정도로 모든 경제 연건이 급속도로 호조 내지는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하니 기분이 좋다.
조금 있는 여유 돈을 간접 상품인 펀드에 넣어 놓고서 이러다가는 정말로 반 토막 나겠다고 걱정하며 식음을 거른 채 얼굴이 누렇게 떠 갖고 다니던 사람들도 이제야 밥맛이 도는지 몇 숟가락 뜨면서 안도의 한 숨을 내 쉰다.
제발 금융 위기 같은 것은 바로 진정되어 사람들을 불안하게 하지 말았으면 좋겠는데 살아있는 동물인 경제가 어디로 갈 것인지는 예측하기 쉬운 일이 아니어서 불안감을 말끔하게 해소시킬 수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 있는 사람들은 내 것이 반 토막 날까봐 걱정이고, 없는 사람들은 이러다가 근근하게 유지하고 있는 밥통까지 부서질까봐서 걱정이다.
오늘은 길일인가 보다.
날씨가 그렇게 화창하지는 않지만 나에게 있어서는 조(趙) 베드로 대자 결혼과 가까운 민(閔) 선배님 자혼이 있는 겹경사 날이다.
몇 블록 떨어져 있고 시간차가 있는 두 결혼식장에 가면 성당 사람들과 회사 사람들을 많이 만날 테니 큰 기쁨일 것이고, 그 분들과 함께 점식식사를 하고 나서는 부부동반으로 보은 속리산 인근 메밀 꽃 피는 마을에 다녀오려고 하니 그 또한 은은한 정취가 좋을 것이다.
또한 돌아오면 저녁에는 대전 종친회 월례회에 나가서 집안 이야기꽃을 피우며 판안대소할 테니 그 기쁨 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삶의 중요한 세 축인 가정, 성당, 회사의 겹경사가 있는 날이다.
이런 기쁘고 좋은 날에는 눈치코치 없이 그럴 리는 없겠지만 혹시라도 내 몸뚱이가 뭐라고 할지도 모르는 일이니 조금은 배려를 해야 할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