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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곡식이 잘 되려면

by Aphraates 2008. 9. 18.

가을 햇볕이 따갑다.

그늘에서 드높고 푸르른 하늘을 보면 영락없이 전형적인 가을 날씨다.

그런데 그늘을 벗어나면 햇볕이 이마빡 벗겨지도록 따가워서 한여름 같다.

회사원인 친구가 날씨가 이런 기상이변도 인간들이 만들어 낸 재앙으로서 이렇게 덥다가 바로 겨울의 문턱으로 들어서게 되는 것이나 아닌지 모르겠다며 걱정하였다.

그래서 지구의 환경보존을 위해서 노력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며 사는 것이니 그렇게 땅 꺼지는 듯한 걱정이랑 하덜 말라고 일렀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예전과 다르게 여름과 겨울이 길어지고 봄과 가을이 짧아졌다는 생각은 들기는 하지만 그렇게 심각한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이다.

내가 이렇게 날씨가 화창하고 따가우니 다른 거는 몰라도 곡식은 잘 될 거 같다고 하였다.

그랬더니 농부인 친구가 반색을 하며 지금 날씨가 햇볕과 물은 풍부하지만 바람이 적어서 곡식이 잘 익는 것이 아니라 곯을 수 있다며 요즈음 같이 이상한 날씨가 계속되면 농작물에 악영향이 미칠 것이라고 하였다.

뭐든지 많으면 좋을 거 같아도 그런 게 아니라 적당하게 있어야 좋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농작물 수확기에 접어들어 줄기를 통하여 풍부한 수분과 영양분이 팍팍 올라가고, 그 것들이 햇볕을 받아 탄소동화작용을 일으켜 알맹이에 차곡차곡 쌓여 질 좋고 맛 좋은 곡식과 과일이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런 것들을 적당하게 조절하면서 적절하게 말려줄 바람이 부족하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자연 현상에서 3 가지가 다 완벽하게 일치하기는 어려운 것이겠으나 거의 일치하여 삼박자가 잘 맞아야 보기가 좋고, 영양이 풍부하고, 맛이 좋은 곡식이 되는 것이다.

곡식 자라는 것에서도 인생을 배운다.

100%의 완벽에 가까워도 1%가 부족하고, 그 1%가 항상 문제인 것이다.

그 1%가 때로는 나머지 99%보다도 더 큰 역할을 하고,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던 99%가 간과했던 그 1% 때문에 되살아나는 역전 드라마가 펼쳐질 때도 있는 것이 곡식과 인생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1%라는 포션이 작다고 하여 무시할 수는 없는 것이고, 어쩌면 99%보다도 더 소중하게 다루어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L 작가가 추석 명절의 애환을 이야기 하며 살림이 지금보다 조금만 더 나아져서 돈이나 안 빌리고 살 정도만 되면 좋을 텐데 그 한 치가 부족하다며 뭘 해야 그를 메울 수 있을지 고민이라고 했다.

항상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는 그가 좋다.

그리고 그 작가도 자기 이야기를 부담 없이 들어주며, 이룩하기는 어렵지만 현실적이면서도 이상적인 문제 해결 방안을 이야기 해 주는 나를 좋게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니 탄식의 소리를 들었으니 들은 값을 하는 차원에서라도 일장 연설을 안 할 수가 없었다.

지금대로도 괜찮으니 너무 조바심하거나 깊이 생각하지 말아요.

그 한 치와 1%는 세상없는 누구일지라도 영원히 채워지지 않는 것이어서 거기에 매이면 인생이 불행해져요.

지금 부부 월수입이 000만원인데 거기에다가 한 이 백만 원 만 더 받았으면 좋겠다고 하지만 그 몇 배를 더 받아도 1%가 부족한 것은 내내 마찬가지일 걸요?

엊그제 농부 친구 이야기를 들으니 농사가 잘 되면 값이 하락하여 문제, 농사가 안 되면 소출이 적어서 문제로서 이래도 저래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라고 하며 웃더군요.

농사가 잘 되고 값도 좋으면 얼마나 좋겠어요?

그러나 물과 햇볕은 풍부한데 바람이 없는 날씨여서 곡식이 어찌될지는 거둬 들여 봐야 아는 것과 같고, 매부는 한 잔 찌그려서 기분이 좋아 분위기 잡으며 대들지만 누이는 하루 종일 일에 시달려 피곤하고 성가시어서 발로 차버리는 경우가 있듯이 매 번 누이 좋고 매부 좋을 수만은 없는 것이잖아요?

그러니 최선을 다 하며 열심히는 살 되 부족한 1%를 채워 완벽을 기하려고 신상 볶다가 나머지 99%마저도 훼손시키는 우를 범하지 말고 맘 편하고 여유롭게 살아요.


그렇게 이야기하는 이 입도 그 1%로부터 자유롭지 못 하고, 그런 이야기를 듣는 그 귀도 그 1%로부터 자유롭게 될 것이라고 장담하지는 못 하기 때문에 일과성을 지나치는 이야기에 불과하지만 언제 그 1%가 튀어나올지 모르는 것이 우리들 삶이니 항상 염두에 두기는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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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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