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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밥상 집어 던지는 아버지를 어떻게 볼 것인가?

by Aphraates 2008. 9. 24.

지금은 생활 패턴이 서구 형으로 바뀌어 도시나 시골이나 식탁에 앉아 식사하는 것이 대부분이어서 밥상을 구경하기가 힘들다.

그 식탁은 메이커 제품이던 수제품이던 견고하여 만년무끼다.

신접살림을 시작하면서 하나 만 사면 일부러 망치로 때려 부수지 않는 한 평생을 질리게 쓰고 대물림해도 좋을 정도로 튼튼하다.

그리고 상다리가 부러지도록 푸짐하고 거하게 차렸다는 말처럼 식탁에 아무리 음식을 겹겹으로 쌓아도 집이 무너지면 무너졌지 식탁 다리가 부러질 염려는 없으니 걱정 안 해도 된다.

그러나 밥상은 그게 아니라 약하다.

보물단지처럼 아끼고 조심스럽게 써도 어느 정도 세월이 가면 퇴색되고 삐거덕거려 쓸 수 없으므로 새로운 것으로 바꿔야 한다.

검은 머리 새내기 싱싱 부부가 머리 파뿌리 노부부가 될 때까지 밥상을 사용한다면 모르면 몰라도 아마 수 십 개는 갈아치워야 할 것이다.

거기에다가 성질빼기가 지랄 맞아서 밥상을 잘 집어 던지는 바깥양반이라면 일 년에 몇 개의 밥상을 새로 사야할 것이다.

다른 일로 스트레스를 받고 집에 들어와 밥상에 화풀이 하는 남정네도 보이고, 본래 성질이 못돼서 걸핏하면 밥상을 집어 던지는 놈팡이도 있다는 요즈음 밥상을 식탁으로 대치하기를 다행이지 밥상을 그대로 고집했다면 집어 던진 밥 상 값도 만만치가 않았을 것이다.


밥상을 집어 던지면 복 달아난다고 하였다.

그런 것을 알고 약삭빠르게 행동하는 현대인이어서 그런지 제 손해나는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몰상식하게 밥상을 집어던지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런 사람이 아주 없어진 것은 아니다.

밥상을 집어 던지는 사람 특히, 가장이 가끔 나타나 사람들을 실망시키는데 지금 세상에 그런다는 것은 정신과적 치료의 대상이 아닌가 한다.

그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누가 뭐라고 하든 말든 나는 밥 상 집어 던지는 가오다시를 잡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하는 데는 할 말을 잊었다.


여기 이 집안을 볼까나?


자식새끼는 줄줄이 사탕이고, 착한 아내는 죽으라면 죽는 시늉까지 하지만 아버지는 밖에 나가서는 말 한 마디 못하면서 집에 만 오면 호랑이로 변하여 가족들을 잡들이며 주제 파악 못 하고 체통 없이 굴어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

가족들이 착하고, 살림살이도 구차하지 않아 그런대로 꾸려갈 만 해서 아버지만 조신하게 지내면 남부럽지 않게 재미있게 살 수 있는 집이다.

그런데 아버지가 백수 신세로 가장 역할도 제대로 못 하면서 허구한 날 분란만 일으켜 가족들을 어렵게 하며 남들의 동정을 사고 있다.

가족들은 가능하다면 혈연관계를 의절하고 차라리 모르는 사이라 하고도 싶지만 억지로 그렇게 만들 수도 없는 것이다.

그래서 아버지를 붙잡고 제발 일 하고 돈 벌어 오라 소리 안 할 테니 주는 밥이나 잘 드시면서 친구들하고 놀러나 다니라고 달래 봐도 소용이 없다.

고집은 왜 그렇게 세고 개도 안 물어 가는 쓸데없는 개폼 잡는 그 놈의 프라이드는 왜 그렇게도 높은 것인지 자기 잘난 맛으로 독불장군처럼 사니 같이 하려는 사람이 없다.

아버지는 가족들을 괴롭히는 낙으로 살아가는 것 같은데 못된 성질머리는 갈수록 더 못 돼져 가는 것 같다.


아버지는 오늘도 한 껀 했다.

그 동안 여러 가지로 심사가 뒤틀리는 것 같더니 뜻 깊은 조상님들의 제삿날에 정성이 부족하고 자기 입맛에 안 맞는다는 핑계를 대며 밥상을 마당에 집어던졌다.

살아있는 가족들한테야 그렇다 치더라도 돌아가셔 제삿날만 기다리시는 조상님들한테는 천인공노할 죄를 짓는 일인지라 가족들은 할 말을 잊은 채 망연자실하였다.

그런데도 아버지는 뭐 잘 났다고 곱게 차려입고 마당에 어슬렁거리고 있으니 참 꼴 볼견이다.


밥상을 집어 던지는 그런 아버지를 어떻게 봐야 할 것인지 가족들과 친지들의 생각은 복잡하다.

어머니는 가타부타 말없이 깨진 그릇을 줍고 나서는 다시 밥상을 차려 아버지한테 갖다 주면서 노여움 풀고 한 술 뜨라고 간청하였다.

큰 딸은 깨진 그릇을 줍는 어머니를 도우면서 아버지를 향하여 표독스러운 눈을 뜨고 도대체 아버지가 우리들한테 해 놓은 것이 뭐냐며 대들었다.

큰 아들은 밥상을 집어 던지고서도 아무런 표정 없는 아버지를 바라보며 뭐라고 하지는 못 하고 속으로 “차라리 우리 아버지가 아니었으면 좋겠다” 라고 하며 돌아 섰다.

논일 하러 나갔다가 돌아온 작은 아들은 우리 집에서는 일상적으로 있는 일이어서 관심이 없다는 표정으로 내 팽개쳐진 밥상을 한번 힐끗 쳐다보고는 밖으로 나갔다.

아버지가 귀여워하며 해달라는 거 다 해 주는 막내딸은 학교에서 돌아오다가 오늘 또다시 사건을 벌인 아버지를 보고도 달려가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종알거리며 다 이야기하고는 방으로 들어갔다.

집안일을 상의하러 큰 집에 들렀던 큰 삼촌은 그 광경을 목격하고는 아버지한테로 달려가 남들한테 보이지 않게 험악한 인상을 써가면서 도대체 언제까지 이럴 거냐며 일침을 가하고는 뒤도 안 돌아보고 나가버렸다.

누나 집에 놀러왔던 외삼촌은 누나한테 모지락스럽게 구는 매형이 미워서 “뭐가 그렇게 못 마땅해서 걸핏하면 밥상을 집어 던지고 그러는 거요? 맞짱 한 번 뛰어보고 볼짱 다 보자는 거요 뭐요?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으니 이제 그만 좀 하십시다” 라고 하며 사정 겸 협박성 경고를 했다.

읍내에 함께 가기로 약속한 아버지가 안 나타나자 무슨 변고라도 있는 줄 알고 걱정이 되어 찾아온 아버지 친구들은 한 건 벌리고 씩씩거리는 아버지를 그러지 말라고 끌고 나가더니 아버지 귀에 대고 “우리 같으면 당장 집에서 쫓겨날 판인데 자네는 그러고서도 큰소리 뻥뻥 치다니 참 대단하고 그 용기가 부럽네” 하면서 부추겼다.

담 너머로 밥상을 집어 던지는 사건의 처음부터 끝까지 훔쳐보던 이웃 집 사람들은 착한 가족을 둔 아버지가 늘어진 개 팔자이지만 계속 저러다가 언젠가는 된통 당할 텐데 왜 속 못 차리는 것인지 인생 헛살았다고 혀를 차면서 가족들을 동정하는 마음에 눈시울을 적셨다.

길 지나던 길손이 밥상 집어 던지는 기막힌 모습을 보더니 남의 일에 간섭할 수는 없는지 분개한 표정으로 “아니, 요즈음도 저런 한심한 작태를 부리는 사람이 다 있네. 저 사람 제 명 재촉하는 것을 보니 얼마 못 살겠구먼” 하면서 혀를 찼다.

도둑놈을 잡으러 동네에 왔다가 발광하는 아버지를 본 경찰관은 어이없어 하면서도 내심으로는 “저 놈도 독버섯 같은 자로서 반사회적인 것은 도둑놈이나 다를 바 없으니 괘씸죄로 다스려야겠다. 조금 두고 보다가 더 심해지면 함께 엮어서 감방에 보내고야 말겠다” 라고 벼르고 있다.

하늘에서 그런 걸 다 내려다보시는 조상님들께서는 우울하시지만 허가된 종손이니 단번에 내 칠 수는 없는 일이었다.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기다리면서 “우리들의 후손이 그러는 것을 우리들이 무슨 할 말이 있겠느냐? 남자라면 성깔은 있어야 하지만 그 것도 적당히 해야 하고, 부려야 할 여지와 구멍이 있어야 하는 것인데 너처럼 그렇게 막무가내여서야 조상들이 어디 응원을 할 수 있겠느냐? 얘야, 그러지 말고 자중해라. 그리고 이것이 마지막 충고이다. 네 사람들 좀 그만 괴롭혀라. 충고를 가볍게 듣다가 나중에 밥상 다리 부러지듯이 네 발 부러지고 나서야 가슴 치지 말고 이제부터라도 반성하면서 잘 살도록 해라” 라는 계시를 하였다.


 밥상을 집어던지는 아버지를 어떻게 볼 것인지는 그렇게 다들 의견이 분분하다.

그렇지만 의견일치가 되는 것도 있다.

그 중의 하나가 밥상을 집어던지는 것은 인간말종의 파렴치한 짓거리로서 그 누구라도 어떤 이유에서든 인정할 수 없는 복 달아나는 일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시련도 보통 시련이 아니다.

썩 쓸 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실망스러운 사람인 줄은 미처 몰랐는데 그런 모습을 확인시켜 주는 것을 직접 목격하고 일말이나마 가졌던 기대가 와르르 무너져 허망하기 그지없는 사람들이 얼마일까?

그리고 그런 사람과 함께 어떻게 세상을 살아야 할 것인지 걱정하는 사람들이 얼마일까?

그런저런 것들이 무서운 것이 아니라 당신 본인 자신의 문제라는 것을 알고 밥상 집어던지는 복 달아나는 짓은 이제 그만해야 할 텐데 저 나이에 아직도 저러고 있어 막 말들 만 나오니 이를 어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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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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