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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분란의 해결사 M

by Aphraates 2008. 10. 6.

총체적 위기, 총체적 부실, 총체적 난국, 총체적 이반, 총체적 실패, 총체적 딜레마, 총체적 난맥......, 라고들 많이 이야기 한다.

그렇게 총체적이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하는 곳은 주로 정치, 사회, 경제 분야인데 대개는 돈과 연결돼 있다.

갈등, 시위, 싸움과 전쟁, 범죄, 자해, 질병...... 등등이 표현되는 곳은 인류 국가사회의 분란이 있는 암울한 곳인데 역시 거기도 돈이 도사리고 있다.

케네스 월츠는 자신의 저서 “인간, 국가, 전쟁”에서 전쟁의 원인을 인간의 이기심, 오도된 공격적 본능, 인간적 어리석음 등과 같이 변화할 수 없는 인간의 본성과 연관하여 설명하였다.

분란의 결정판인 전쟁이 일어나는 원인으로 경제, 종교, 여자 문제를 꼽는데 속물근성인지는 모르지만 그런 원인들도 돈만 있으면 대부분이 해결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세상없는 싸움도 돈 앞에는 항복이다.

합리적인 이성으로 해결한다는 것은 애시당초부터 불가능한 일이고, 안 되고 못 하는 것이 천하 없는 것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아주 골치 아픈 싸움이 있는데 바로 종교전쟁과 사랑 감정싸움이다.

그런데 그 전쟁과 싸움도 돈 앞에서는 해결이 불가능하지 않고, 때로는 아장아장 걷기 시작한 아기에 불과할 때도 있다.


종교적인 갈등으로 수차례 전쟁을 치루고 아직도 언제 터질지 모르는 휴화산처럼 정동 중에 있는 두 나라가 있다.

최근 들어 두 나라 간에 전운이 감돌았다.

그 원인은 이해상관이 없는 나라에서 보면 별 것도 아니지만 종교적인 문제가 연관되어 서로 감정이 상하여 일촉즉발의 위기에 처한 것이었다.

그 때 금은보화를 국고에 가득히 쌓아 놓고 있는 A 국에서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B 국한테 “얘들아, 네들 먹고 살기 어려워 국교 지켜내기도 힘들지? 그래서야 어디 정통 종교국가인 네들 체면이 서고, 조상님들과 절대자님을 대할 면목이 있겠니? 벌써부터 생각하던 것인데 우리가 네들을 도와줄게. 백억 달러를 아무런 조건 없이 무상으로 제공할 테니 국교 진흥과 흉흉한 민심을 달래는데 네들 맘대로 써라. 대신 지금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종교문제는 백날 따져봐야 답이 안 나오니 네 들 자존심이 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조금만 양보하고 눈 감아 줘라.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니?” 라고 제안했다.

일순간 전쟁은 멎었다.

주변국은 물론이고 지구촌 경찰 역할을 자처하는 강대국들도 모두 숨죽이고 B국이 어떻게 나올지 예의주시하였다.

그러나 그런 복잡 미묘한 문제가 돈으로 해결되겠느냐며 대체적으로 부정적인 시각들이었다.

하지만 예외 없는 예외는 없다고 하였던가?

다들 B국에서 무슨 소리냐며 눈을 부라리고 그 것만은 절대로 안 된다고 할 줄 알았는데 예외적으로 아주 유연한 자세로 나왔다.

절대자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우선 먹고 기운을 차려야 하는데 다들 기아선상에 허덕이고 있으니 그를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이고 그 것이 곧 가르침을 실천하는 것이 아니더냐?

그런 논리를 내 세우며 한 발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 종교와 이념은 달라도 사랑과 자비를 실천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같으니 자기희생과 함께 한다는 취지에서 그 제안을 슬며시 받아들이고, 정부 대변인을 통한 종교적인 분쟁은 대승적인 차원에서 종결되었다는 짤막한 논평으로 마무리하였다.

전쟁을 불식시킨 명분은 종교적인 차원이라고 하였지만 실제는 경제적인 원조로서 돈을 제공한 것이 결정타가 된 것이었다.


한 여자를 두고 두 남자가 매달린 삼각관계인 세 사람이 있다.

그 여자가 두 남자를 저울질 해 봤더니 막상막하였다.

한 남자는 똑똑하기로 으뜸이고, 다른 한 사람은 최고의 부자여서 두 남자를 다 소유하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미풍양속상 그럴 수는 없었다.

그 중에서 누구라도 오케이이기 때문에 “누구든지 승리하는 자 나에게 오너라” 하는 생각으로 저만큼 떨어져서 두 남자의 경쟁과 암투를 지켜보고 있었다.

두 남자는 안달이었다.

그 여자 본인도 명석한 머리에 출중한 미모를 자신하고, 내놔라 하는 명문가의 여자들도 그렇다고 인정하고 있는 고관대작의 여식인 그 여자를 어떻게든 차지해야지 안 그러면 살 수 없을 것 같았다.

두 남자는 여자의 낙점을 받으려고 불철주야로 혼신의 힘을 다하며 있는 공을 다 들였다.

두 남자는 사랑을 쟁취하기 위하여 때로는 동네가 불 달아오를 정도의 열기로, 때로는 살을 에는 듯한 냉기로 처절하리만큼 끈질긴 싸움을 하였다.

그렇게 예측불허인 삼각관계의 전쟁에 관중들도 흥미진진하여 편을 갈라 내기를 하며 제들끼리 한 바탕씩 붙어 주먹이 오고 가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그 전쟁은 어느 순간에 너무 쉽게 끝났고, 승리는 부자인 남자한테로 돌아갔다.

그 사연인 즉은 이랬다.

가난한 집의 아버지가 대형 사고를 일으켰다.

그 사고를 수습하려면 합의금이 필요했는데 그 금액은 갖고 있는 재산은 물론이고 온 가족들이 평생 종살이를 해도 감당하지 못할만한 거액이었다.

그 돈을 해결한 것은 아들이었고, 매개체는 그 여자였다.

그 여자를 두고 밀고 당기며 별의별 수단을 다 동원하던 차에 일어난 가난한 집의 사건은 사랑싸움에 종지부를 찍게 만들었다.

부잣집 남자가 “이것은 사랑싸움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이니 절대로 연관 지어서 생각하지 말라” 는 무언의 압박을 가하며 거액의 합의금을 대불 해줬다.

가난한 집의 남자는 그를 싫다고 할 형편이 아니었고 그럴 겨를도 없었다.

그 제안을 고맙다는 인사로 순순히 받아들이면서 그 대신에 목숨을 걸고서라도 지켜내겠다던 그 여자를 포기하였다.

돈 보다는 사람과 사랑이 먼저라고 큰소리치던 기개는 어디로 사라지고 돈 때문에 사랑싸움에 완패를 한 것이었다.

부잣집 남자는 간접적이긴 하지만 돈으로 사람을 매수한 것이나 다름없는 부도덕한 행위라는 비난을 좀 받긴 했지만 지나치는 일시적인 것이었다.

그런 비난이 그 여자를 자기 사람으로 만들어 사랑을 쟁취하는데 있어서 아무런 장애가 될 수가 없었고, 오히려 비 온 뒤에 더 단단해진고 하듯이 여자한테 더 잘 해주며 다복한 가정을 꾸려가고 있다.

결국은 선심도, 사랑도, 가정의 행복도 돈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고, 그런 곳에서 분란이 일어날 조짐이 있는 것은 다 돈과 연결이 되어 있는 것이다.


나는 절대로 그런 게 아니라고 하면서도 분란을 일으키고 그 중심에 서 있는 경우를 보면 결국은 돈과 연관되어 있다.

그런 경우에 처한 사람은 체면이고 뭐고 없다.

돈만 보면 불가사리처럼 먹어버릴 듯한 태도로 눈이 번쩍이는 것을 넘어 이글거린다.

그런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사람이 살면 얼마나 살고, 얼마나 잘살려고 저러는 것이 저런 사람과 함께 한다는 것이 창피하고 추접스럽다고 피한다.

그러나 돈의 노예가 되지 않은 평범한 사람도 그런 유혹에 빠지지 않는다고 장담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나는 그런 거 필요 없다며 싫다고 도망가지만 돈이 띠라오고 짝사랑하자는데 그를 싫다고 할 사람이 얼마나 될 것인지......, 일일이 다 테스트해 볼 수는 없는 일이지만 99.9% 아니, 그 이상은......, 각자가 판단하고 미루어 짐작할 사안이니 노코멘트이지만 힌트를 주자면 분란의 해결사는 돈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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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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