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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어디로 갈래?

by Aphraates 2009. 5. 17.

동창회나 계 모임등 특별한 모임에서 만나는 가까이 지내는 사람들 말고는 다른 고향 사람들은 만나기가 어렵다.

그럴 때 애경사가 좋은 고리 역할을 해 준다.

거기에 가면 멀리 나가 있거나 문제가 있는 사람이 아니고 잘 살고 못 살고에 관계없이 평범하게 살아가는 고향 사람들은 거의 다 만날 수가 있다.


그런데 집안 동네에 관한 일들은 형님과 동생들이 대신해 주는 나는 어쩌다가 고향의 애경사에 가면 난감하다.

내가 동네 윗분들과 아랫사람들을 잘 모르고 결례를 하기 때문이다.

능동의 조카 결혼식장에서 고향 사람들을 많이 만났는데 여러 번 결례를 하여 미안했다.


“자네, 종연이 아닌가? 나 모르겠어?”

“벌터 종연이 아니야?”

“형, 나 모르겠어요?”

“오빠, 나 생각나요?”

그들을 보면 여간 죄송스러운 것이 아니다.

어디서 본 듯한 얼굴이거나 처음 대하는 것 같은데 상대방은 나를 알아보고 반갑게 먼저 인사하시는데 아래(위) 사람으로 모르다니 그 만큼 왕래가 잦았다는 것이고 그는 내 책임이 크니 미안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난감하여 얼굴이 붉어지고 몸 둘 바를 모르면 그 것도 역시 상대방이 풀어주시니 나는 여태까지 뭘 했는지 하는 자책감이 든다.

“나, 도림의 OO이야. oo이 형 말이야”

“나, 새터의 누구 누나야”

“저, 율정에 살던 몇 회 누구요”

“저, 도림 누구 오빠 동생 누구예요”

하면 그제서야 “네, 그러시네요. 그간 별고 없으시고요? 먼저 인사를 드려야 하는데 죄송합니다. oo네도 별 일 없지요? 서울 어디서 사신다는 이갸기는 들었습니다만 기회 되면 언제 한 번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라는 식으로 얼굴을 펴며 인사를 한다.

그런데 그런 것은 만남으로 끝났고, 다음 다른 애경사 집에서도 만나면 좀 다른 방법으로 인사하는 것으로 끝났지 일부러 시간을 내서 찾아가거나 만난 적은 거의 없었다.

사는 게 다들 바빠서 그렇겠지만 인정은 메마른 것이다.

그 들이 큰 부자여서 내가 무슨 도움 받을 일이 있다거나 내가 고위직에 있어서 그들이 뭘 부탁할 일이 있어도 그런 빈 인사만 나누고 말 것인지를 생각해보면 그렇지는 않을테니 영 씁쓸하다.


식이 시작되기 전과 식이 끝난 후 식사를 하면서 초등학교 친구들을 만나 사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나누었다.

초등학교 친구들은 대부분이 경인지역에서 살고 있다.

그래서 고향과 지방에서 사는 나와 몇몇 친구들에 대해서 궁금한 것이 많아서 이것저것 물어보기 마련이다.

이야기 중에 친구 명희가 나보고 “어디로 갈래?” 하고 물었다.

뭘 물어보는 것인지 어리둥절해 하니까 직장이 끝나면 어디 가서 정착할 것인지를 묻는 것이라고 하였다.

그런 것을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아직 특별한 계획은 없는데 지금 사는 대전에서 살아야지 어디로 가겠어? 그러고 보니 나는 초등 학교 때까지만 빼고는 완전히 타향살이였다. 중학교는 공주, 고등학교는 대전, 군대는 임진강가, 대학은 서울, 직장은 청양과 대전인데 그래도 대전에 기반을 두고 산 것이 이십 여 년이니 제일 기네” 라고 하였다.

그러자 그 친구가 “아니, 네가 직장을 그만두고 나면 서울이나 청양으로 갈려나 해서 물어본 거야. 서울 친구들은 고향으로 내려간다는 생각들을 많이 하고 있고, 나도 하는 일과 애들 살림내주는 것만 다 끝나면 고향으로 내려가고 싶은데 잘 될 거 같지는 않은데 모르겠다” 라고 하였다.


너나 나나 고향에 대한 그리움은 마찬가지인 것 같다.

그러나 나중에 고향으로 돌아갈 것인지 어떨지는 생각들이 틀린 거 같다.

나 같은 경우는 시골 고향으로 돌아가 정착하기보다는 지근거리의 도시에서 살면서 왔다 갔다 하려는 편이다.

우리가 어렸을 적이야 대전에서 청양 고향까지 가려면 도로와 교통 사정도 안 좋고 시간도 많이 걸려 큰 맘 먹어야 했지만 지금이야 시내로 움직이는 것이나 별반 차이가 없으니 그렇게 해도 큰 불편은 없을 것이다.

거기에다가 대전-당진 고속도로와 공주-서천 고속도로가 이 번에 개통되면 거리와 시간이 더욱더 단축되어 우리가 다니던 미당 초등학교 앞에 난 청양 톨게이트를 통하여 본가에 갈 수 있게 됐으니 고향에 정착하지 않고 대전에 살아도 고향에 사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이다.

그렇지만 나이가 더 들면 생각이 바뀔지 어떨지는 장담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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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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