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왕 잡을 것이라면 튼튼한 동아줄을 잡아야 한다.
다급한 김에 썩은 동아줄을 잡았다가는 낭패다.
그나저나 튼튼한 것이든 썩은 것이든 동아줄을 구경하기도 힘들다고?
그런 불만을 토로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 것은 동아줄을 찾고 구분하는 사람의 능력에 한계가 있어서 그런 것이지 동아줄의 유무와는 관계가 적다.
튼튼한 동아줄과 썩은 동아줄의 “해와 달이 된 오누의” 전래 동화가 있던 까마득한 옛날이나 인간의 끈이 상상을 초월하는 무한궤도에까지 이어준다는 허블 우주 망원경으로 천문을 관측하는 시대인 지금이나 튼튼한 동아줄과 썩은 동아줄은 있어야 할 곳에 그대로 있다.
줄을 잘 서야 한다.
줄을 잘 잡아야 한다.
숱하게 들어 온 말이다.
그 말은 덜 성숙된 곳에서 나오는 말이다.
하지만 완벽한 곳에도 그런 것은 있다.
그런 것은 하나의 해프닝이자 일시적인 행운이라고 여길 수 없을 정도로 인간사회 저변에 깔려 있다.
군대 가서는 줄을 잘 서야 한다.
군대에서의 줄서기는 정해진 대로 서는 것이어서 자기가 잘 서고 싶다고 해서 잘 설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영어 한 마디도 모르는 동네 형이 줄을 잘 서서 카츄사로 뽑혀 가서 신식 서양식 군대생활을 했다는 것처럼 바로 내 앞까지는 편하고 끝빨 좋은 특과병으로 차출되었는데 나부터는 밥만 먹으면 박박 기는 훈련을 하거나 진지 작업을 하는 일반병으로 떨어졌다면 군대는 역시 줄을 잘 서야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낄 것이다.
출세하려면 줄을 잘 잡아야 한다.
생각만 갖고 있다고 해서 줄을 잘 잡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만한 노력과 투자가 있어야 하는 것이지만 내가 줄을 잡고 극진히 모시던 상사는 독직사건으로 큰집에 갇혀서 벽면 수도를 하고 있는데 나보다도 훨씬 뒤처진 사람이 잡았던 별 볼일 없는 줄은 승승장구하여 중앙 무대에서 큰소리 뻥뻥 치며 휘하들을 보살펴주는 것을 본다면 세상은 역시 튼튼한 비빌 언덕이 있는 줄을 잘 잡아야 한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낄 것이다.
아둔한 사람들은 튼튼한 동아줄은 여기저기에 다 내다 버리고 찾기도 힘든 썩은 동아줄을 찾아 헤맨다.
본인들이야 오죽 답답했으면 그랬겠는가 하는 것을 이해 못 하는 것이 아니지만 세상에는 돌아가는 이치가 있고 순서가 있는 것이다.
썩은 동아줄이 필요 없는 것은 아니지만 튼튼한 동아줄과 썩은 동아줄은 구분이 되고 쓰임새에 차이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식으로 한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닌데 왜 그렇게 튼튼한 동아줄을 활용하지 못 하고 썩은 동아줄을 찾아 매달리며 힘들게 만드는 것인지 보는 이들로 하여금 속 터지게 만든다.
여기 큰 돌멩이가 있다.
한 때는 시골집에 운치 있는 돌멩이로 인식됐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무 쓸모가 없어서 어디로든지 옮겨 처치를 해야 될 형편이다.
그를 처치하려면 어찌해야 하는가?
필요한 돌멩이라면 포크레인을 불러 끌어내고, 필요 없는 돌멩이라면 화약을 발라 폭파시켜버리면 될 것이다.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다면 인력으로 굴려야 한다.
그럴 경우에는 힘을 쓸 수 있는 젊은이들을 시켜 돌을 굴리게 하고, 힘을 쓸 수는 없지만 경험이 풍부한 늙은이들은 돌 굴리는 것을 지켜보면서 도와주는 것이 정상이자 그게 일이 되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게 아니고 힘 쎈 젊은이들은 그늘 아래 앉아서 술 마시며 니나노를 찾고, 힘없는 늙은이들이 돌에 당게당게 달라붙어 굴리려고 한다면 꿈쩍도 안할뿐더러 부상당한 늙은이들만 속출할 것이다.
스스로가 그런 상황을 만들어 놓고 사서 고생하면서 동방예의지국에서 경노사상이 땅에 떨어졌느니 일하다가 허리를 다쳐 꼼짝달싹할 수 없느니 하며 신세를 한탄해봐야 말짱 도루묵이다.
열 시에 기차는 여덟시에 떠난다고 해 봐야 아무 소용없다.
젊은 것도 아닌 것이, 늙은 것도 아닌 것이 그런 혜안을 가졌다는 것이 기특하기도 하다.
허나 그게 아니다.
누구라도 튼튼한 동아줄과 썩은 동아줄은 식별할 줄 알거늘 그런 것조차도 모르고 큰일을 해보겠다고 나선 것이 썩은 동아줄을 찾는 것이라니 참 안쓰러워서 그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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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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