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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남자가 술 취하면

by Aphraates 2010. 3. 26.

경제가 여유롭지 않다고 한다.

그리고 내 몸은 성치 않다.

그런데 술자리는 그 반대다.

반비례하는 정도는 아니지만 그리 팍 줄어들지 않고 심심치 않게 있는 형편인데 가급적이면 술자리를 피하려는 입장이다 보니 솔직히 말해서 예전처럼 달갑지는 않다.


오붓한 모임에서 몇 달 만에 한 잔 걸치고 있는데 이(李) 시인이 문단(文壇)과 관련하여 물어볼게 있다면서 전화를 하였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하더니......,

내 건강 상태가 안 좋다는 것을 알고 있고,  술은 일 모금도 못 하는 그 시인한테 딱 걸려 미안했다.

그런데 그에 대해서는 별 말이 없이 남자가 술에 취하면 어떠냐고 물어서 좀 당황스러웠다.

무엇이 궁금하고, 무슨 답을 원하는 것일까?

있는 그대로 대답해주면 되겠지만 평생 술을 마신 나도 잘 모른다.

좋은 사람들과 또는 업무적인 사람들과 어울리다 보니 기분 좋을 때, 기분 바쁠 때, 무료할 때, 특별한 건이 있을 때 그냥 마신다.

술에 취하면 그냥 기분이 좋거나, 나쁘거나, 무덤덤하거나 이다.


술 한 방울도 입에 대지 못하고, 부군도 술을 못 하는 집안 내력의 그 시인의 입장에서 사람이 술에 취하면 어떤지 자세한 것을 모르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그러나 아주 모를 리는 없을 것이다.

여태까지 술 취한 사람들을 많이 봐 와서 대충은 알 텐데 왜 새삼스럽게 물어보는 것인지 잠시 생각을 해 보았다.

아마도 같은 작가의 입장에서 내가 자기 작품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확인해보려는 좋은 의미의 질문인 거 같았다.


어찌됐던 간에 그런 막연한 질문에 명쾌한 답을 하기는 곤란하다.

술 취한 사람마다 다르고, 상대방에 따라 다르고, 상황과 여건에 따라 다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략적으로 답하기에 어려운 질문은 아니다.

사람마다 좋던 나쁘던 독특한 술버릇은 있고, 사람에게는 과장하여 침소봉대하거나 하거나 과소하여 죽는 소리를 하고 싶은 기본 심리를 갖고 있다.

하지만 상대방을 이용하려는 사심을 가진 경우가 아니라고 가정할 때 술 취하면 속내와 본심을 들어내기 마련이어서 취중진담(醉中眞談)이라는 말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술버릇은 타고난 성품이거나 술을 배울 때 형성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술버릇은 호감인 경우도 있고 비호감인 경우도 있을 텐데 술 안 마신 상태하고는 달리 알코올의 약발을 받아 뭔가는 이상 징후가 나타나게 되므로 그에 대한 평가도 각기 다를 것이다.


나는 내가 술꾼이어서 그런지 너그러운 편이다.

술은 필요악이라고 소극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공동체의 발전을 위하여 꼭 필요한 것이자 술 취한 사람치고 악한 사람은 없다고 적극적으로 생각한다.

심한 술주정이 아니면 이해를 한다.

비싼 돈을 주고 술을 마셨으면 비틀거리고 해롱거리는 맛이 있어야지 맨송맨송하려면 뭣 하러 술을 마시느냐는 식이어서 몸 버리고 돈 버리는 백해무익한 것이 술이어서 그로 인하여 문제를 야기시키는 것은 자승자박하는 행위라고 생각하는 사람들하고는 다르다.


남자들이 술에 취하면 비슷하다.

물론 여자들도 남자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대체적으로 말이 많아진다, 곯아 떨어져 잠잔다, 비실비실 웃는다, 엉엉 운다, 아무데서나 옷을 벗는다, 마구 춤춘다, 큰 소리로 노래한다, 누구하고든 싸운다, 닥치는대로 때려 부신다, 빈말로 칭찬한다, 사방을 쏴 다니며 방황한다, 아무 것도 아닌 일에 목숨걸고 고집을 부린다, 많은 사람을 안주로 올리며 험담한다, 여기저기 전화한다, 체면 안 가리고 스킨쉽한다, 나는 당신의 영원한 달랑달랑이라면서 아부한다, 별스럽지도 않은 주제에 큰소리 뻥뻥 친다, 삼불출 팔푼이 오반장이 되어 자랑을 일삼는다, 내일 아침이면 죽도록 후회할거면서 객기를 부린다, 장모가 따라도 술은 여자가 따라야 한다며 이성을 찾는다......, 천태만상이다.


나도 그 범주의 몇몇 경우를 벗어나지는 못하는 것 같다.

한 때는 우리 직장의 대전-충청권에서, 좀 넓게 잡아서는 중부권에서 알아주는 손꼽히는 주당 그룹의 멤버였다.

아무리 술을 마셔도 표가 안 나고 실수를 안 한다면서 어떻게 하면 그럴 수 있느냐고 하는 말을 많이 들었지만 실은 그게 아니고 술을 많이 마시면 지태하기 어렵고 실수도 한다.

그나저나 이제는 체력과 정신력이 한계점에 이르러 뒤편으로 물러 앉아 바라보며 다 지난 일로 치부하고 마는 신세가 되어 그런 얘기조차 할 수도 없는데 남자는 물론이고 여자도 적당하게 술을 마셔야 한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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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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