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자들은 그 분야에 참 박학다식(博學多識)하다.
운동경기, 오락 게임, 예술, 신문과 방송, 정치와 경제, 사회와 문화 등등 그 분야 전문가의 해설을 듣거나 보노라면 저 사람들이 밥만 먹으면 하는 일이 그 일이라고 한다지만 어쩌면 그렇게도 해박한지 혀가 내둘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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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에서 구성지게 바둑 해설을 하는 어느 프로 기사(碁師)가 현찰(現札)에 대한 얘기를 종종 한다.
반상(盤床)에서 현찰만큼 확실하고 기분 좋은 게 없다는 것이다.
그 현찰은 지폐 다발이 아니라 잡은 상대방 돌을 말하는 것이다.
현찰이 좋은 것이 어찌 바둑판뿐이겠는가?
다른 곳에서도 그럴 것이다.
현찰 박치기는 기분 좋은 것이다.
상거래에서 아무리 믿음직스럽고 영락없는 신용 거래일지라도 외상이나 어음보다는 현찰이 좋고, 경노효친(敬老孝親)의 선물에서 귀하디귀한 산삼 녹용도 좋지만 현찰도 그에 버금가고, 말로만 출산장려를 외쳐봐야 꿈쩍도 안 하지만 아이 낳는 대로 보육과 교육에 충분한 몇 억 원을 현찰을 준다고 하면 머지않아 산아제한 정책을 펼쳐야 할 정도로 역전 드라마를 펼칠 수 있는 것이고, 고스톱 판에서 돈을 좀 잃으면 지갑 호주머니에 넣고 “있어, 있어”를 연발하며 가리 하다가 오고 가는 현찰 속에 싹트는 우정이라는 노래를 듣다가 그래도 안 되면 추방당하는 무기가 되기도 하는 것이 현찰이다.
부동산 때문에 환하게 웃던 사람들이 코가 쭉 빠졌단다.
부자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았거나 부동산 열풍이 한창일 때 수단 좋게 재산을 일구어 낸 사람들 같은 경우는 덜 하단다.
하지만 직장생활하면서 아이들 업고 걸리며 허리띠를 졸라맨 채 올인하여 왈캉달캉 으로 필요한 부동산을 장만한 사람들이나 대대손손 이어 농사를 지으며 땅만 바라보고 사는 사람들은 추락하는 부동산으로 인하여 맘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란다.
아파트, 원투룸, 단독 주택, 토지, 상가 건물, 오피스 빌딩 등등 여태까지 죽 효자노릇을 하던 것들이 경기 침체로 인하여 애물단지로 전락되며서 언제 그 긴 터널을 빠져나올지 모른다고 하니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파트 지분 토지 말고는 송곳 하나 꽂을 땅 한 평 없고, 엉덩이 기대고 앉을 건물 구석 하나 없음을 한탄하며 부동산 부자들을 부러워했었는데 이럴 때는 없는 것이 이렇게 서럽지 않을 줄이야 꿈에도 생각 못 했다.
그렇다고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식으로 질투하거나 노후를 대비하여 임대수입이나 받아가면서 살려고 원투룸 하나 장만했는데 방이 모자란다면서 배 내밀고 다니더니 공실률(空室率)이 자꾸 올라간다며 기가 팍 죽다니 꼴좋다고 고소해 하는 식으로 시기하는 것은 아니다.
남들이 잘 돼야 훈훈한 분위기속에서 떡 하나라도 얻어먹지 남들이 잘 못 되면 흉흉한 인심 속에서 나까지도 삭막해진다는 것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
부동산 때문에 동동거리는 몇몇 지인들을 보고 세상만사는 좋을 때가 있으면 나쁠 때도 있는 것이고, 경기도 사이클이 있다는 것을 알 만한 사람들이 왜 그러느냐면서 그런 걱정조차도 없는 이 사람은 뭐냐고 위로했다.
당장 손 안의 현찰이 날아가는 것이 보이는 사람들한테 그런 얘기를 해봤자 들릴 리가 없겠지만 현찰 안전하게 짱박아 놓고 여유를 부리는 것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고 하는 말을 안 들을 수가 없는 것이 다행이긴 하다.
무엇이 문제이든 간에 그런 흐름도 되돌릴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것이니 어려우면 어려운 대로 살아가는 지혜와 슬기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
날아가는 현찰을 쫓아가며 손을 흔들어봐야 반갑다고 할 것도 아닐 테니 버스 지난 뒤에 손 흔들면 버스는 아니어도 택시는 선다는 말을 되새기며 새로운 것을 향하여 달려가는 것이 현명한 방법일 것이다.
어이, 김(金) 갑부!
졸부처럼 그러지 마.
축 늘어진 어깨 좀 활짝 펴고, 흐느적거리는 걸음 좀 씩씩하게 걸어봐.
안 그럼 돌아오던 복도 달아나니 그럴수록 더 심기일전(心機一轉)하자고.
얼굴을 씰룩거리며 억지웃음을 지을 것은 아니지만 소문만복래(笑門萬福來)를 잊지는 말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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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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