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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동대표 회장 선거

by Aphraates 2013. 10. 31.

 

어제는 경기 화성과 경북 포항 두 곳에서 국회의원 보궐 선거가 있었다.

새 당(黨)에서 압승했고, 민 당(黨)에서 완패했다는 보도다.

 

오늘은 우리 아파트 단지 동대표 회장 선거가 있었다.

무난하게 잘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현 회장이 단독 출마하여 찬반 투표로 진행 중인데 당선은 맡아 놓은 당상이다.

 

선거도 일종의 잔치인데 관심들이 없는지 쓸쓸하다.

출마한 당사자들이나 선거를 준비하고 치르는 담당자들은 자칫 잘 못 하면 구설수에 휘말릴 수 있어 엄청나게 바쁘고 초조한 것 같은데 보는 사람들은 유권자 여부를 떠나 초겨울에 부는 찬바람만큼이나 냉랭하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고, 소중한 국민(주민) 주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정치학자들을 위시한 전문가들은 선거에 대해서 그렇게 좋게 말들을 하지만 유권자들이나 관전자들 입장에서 보면 감이 잘 안 잡혀 이론상으로 그렇다는 것인지 실제상으로 그렇다는 것인지 아리송하다.

좋지 않은 선입견도 있다.

박빙으로 접전을 벌여 팽팽하면 너무 과열되어서 탈이다.

반대로 현격한 차이가 나 일방적이면 너무 침체되어서 탈이다.

어떤 상황이 되었든 간에 유권자들이 적절한 서비스를 받는다고 보기는 어려울 거 같다.

 

국회의원 선거야 남의 동네 이야기나 그만 두기로 하고 우리 동네 회장 선거 얘기를 해 보자.

내가 알기로는 다른 아파트들에서도 동대표와 동대표 회장하기를 무척 꺼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

누군가는 해야 하지만 실상을 알고 보면 사양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그만큼 어렵고 스트레스 받는 자리다.

주어진 역할에 200% 잘 해도 본전이 될까 말까 한 심난한 자리다.

 

며칠 전에는 안면이 있는 통장(統長)이 나를 찾아왔다.

지금 막 관리사무소에서 오는 길인데 우리 동 동대표를 선출해 달라는 간곡한 부탁을 받았다면서 한 번 해주면 어떠냐고 물었다.

통장의 말이 끝나기 전에 손사래를 치면서 나는 아파트 입주 초창기에 동대표 겸 감사를 한 적이 있으므로 다른 사람을 시키라고 했다.

이어서 어차피 동네일을 누군가는 해야 하는데 안 한 사람을 시켜야 한다고 했더니 도무지 하려고 들을 안 해서 문제라고 했다.

내가 다시 누군들 그만큼 안 바쁜 사람들이 어디 있느냐며 누가 해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니 동대표 하기를 원하는 사람이 없다면 안 해 본 집을 시켜 돌려가면서 해 봐야 동네 돌아가는 것도 알고 동대표들의 애로사항도 아는 것이라고 다시 말해줬다.

내가 워낙 세게 나오니까 통장은 더 이상 말은 못 하고 1년에 100억의 예산을 집행하는 막강한 권한을 가지 동대표 회의인데 왜들 그렇게 안 하겠다고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중얼거리며 갔다.

 

다달이 일정 보수(수고비)가 나오는 통장은 먹잘 것이 있어 서로 하려고 야단이고, 무일푼으로 죽도록 봉사하고서도 눈총만 받는 동대표는 먹잘 것이 없어 서로 사양해서 야단이고 그러니 선거가 선거다울 리가 없는 것이다.

우리 동네를 위해서 솔선수범하여 동대표로도 나서고 선거를 하자고 목이 터져라 하고 방송해도 우이독경(牛耳讀經)이자 마이동풍(馬耳東風)으로 무관심한 것이 선거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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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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