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쌈닭으로 키운 닭이 아닐지라도 쌈질하는 수틹은 맹랑하다.
자나 깨나 싸움질이다.
쌈닭을 풀어 놓으면 닭들 주변 분위기가 살벌하다.
사람들이 쌈을 하라고 부채질을 하는 것도 아닌데 쌈을 건다.
암탉이든 수탉이든, 큰 닭이든 작은 닭이든 안 가린다.
이기고 지는 것도 관계없는지 대개는 이기지만 어떤 때는 상대방으로부터 선혈이 낭자할 정도로 당하기도 한다.
제들이 그래봐야 닭이기 때문에 무서운 것은 없었지만 쌈닭이 싫었다.
사람만 만나면 시비를 걸고 쌈질을 해대는 쌈꾼을 보는 것 같아서였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약한 사람들을 괴롭히는가 하면 선한 사람들을 욕되게 하고, 시건방지게 까불다가 임자를 만나 된통 당하면서도 그 버릇을 버리지 못 하고 쌈을 걸어오는 쌈꾼들이 있다.
쌈닭은 무슨 얘기만 나오면 반대하며 각을 세우고 대든다.
완전 비호감이었다.
일생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다.
그렇게까지 안 해도 될 것 같은데 왜 그렇게 사사건건(事事件件) 트집을 잡고 부정적으로 나오는 것인지 암적인 존재들이라 여겼다.
많지는 곳곳에서 가끔 그런 사람들이 눈에 띤다.
사람 사는 세상에 그럴 수도 있다고 이해는 하면서도 인정은 하기 싫다.
나쁜 풍조가 만연되면 건전한 다른 사람들도 점점 물들어 무슨 일만 있으면 그게 아니라는 말부터 하고 보는 불신의 시대가 오고 말 것이다.
쌈닭의 모습도 이지가지로 다양하다.
트러블 메이커(Troublemaker:말썽꾸러기)들이 있다.
노이즈 마케팅(Noise Marketing:소란상술)을 펼치는 사람들도 있다.
진영 논리에 빠져 홍위병에 거수기 노릇을 자처하는 자들도 있다.
쌈닭들은 웃긴다.
커다란 벼슬을 높이 세우고 째진 눈으로 상대방을 노려본다.
눈싸움으로 상대방 기선을 제압하고는 날개깃을 팍 접고서는 전광석화 같은 발걸음으로 날렵하게 상대방을 향하여 돌진하여 일격을 가한다.
날카로운 부리와 예리한 발톱이 주 무기다.
미리 방어 준비를 하고 있었던 한 눈을 팔고 있었던 급습을 당한 상대방은 센 놈이든 약한 놈이든 가릴 거 없이 속수무책(束手無策)으로 당하여 피를 질질 흘리며 도망가기 바쁘다.
정상적인 보통 사람들 세계에는 초보의 쌈닭도 필요 없다.
비정상적인 광란의 투기꾼들 세계에는 노련한 쌈닭이 필요하다.
잘 돌아가는 세계라면 쌈닭은 없어야 한다.
쌈닭이 있으면 동네가 시끄럽고, 인심도 박하다.
쌈닭 무용론이 백 번 옳은 것 같은데 세상일이란 것이......,
꼭 그런 것만은 아닌가 보다.
쌈닭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왔다.
꼬인 정국을 풀어나가자는 시국 토론 방송에서였다.
하루가 멀다 하고 번갈아가면서 정쟁을 일삼지 말고 민생을 챙기자고 하면서도 맘은 콩밭에 가 있는 쌈닭들을 보면 모두에게 도움이 도지 않으니 퇴치되어야 한다는 볼멘소리가 보통이었다.
한데 오늘은 보통을 이반하는 다란 양상이 전개되었다.
조국과 민족을 사랑하는 충정으로 주로 새 당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당의 분발을 촉구하는 경향이던 보수적인 진보 인사가 존재감을 상실한 민 당에 대해서 혹독한 비판을 가했다.
야당이 야당답지 못 하다는 것이었다.
야당은 선명성을 내 세우는 투사 정신의 야성이 있어야 한단다.
앞뒤 안 가리며 비판하고 자신을 내 던지는 승부수를 던질 줄 알아얀단다.
지금처럼 주눅 들어 이해득실을 따져가면서 몸 사리고 조심조심해서야 어떻게 견제자로서 역할을 하겠느냐는 것이었다.
한 마디로 말해서 야당은 쌈닭이어야 한다는 논리였다.
분개하는 정치 평론 전문가의 얘기를 들으니 “아하, 쌈닭도 필요한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어떠한 경우일지라도 쌈닭은 절대로 필요 없다고 생각하였지만 그게 아니라 때로는 필요악으로서 쌈닭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변했다.
물론 평생을 쌈닭으로 지낸다면 제 명에 죽지 못 하고 쌈을 하다가 끝나는 비극이 일어나겠지만 알 잘 낳는 닭도 때로는 적절할 때에 쌈닭으로 나설 필요도 있는 것이다.
쌈닭도 일을 그르치기 위한 것이 아니 잘 되게 하기 위한 수단과 과정으로 평가받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11월은 천주교(天主敎) 위령성월(慰靈聖月)이다.
오늘은 위령의 날이다.
전국적으로 각 묘역에서 위령미사가 봉헌되는 날이다.
먼저 가신 분들께 영원한 안식을 주시라고 기도드리면서 살아 있는 우리들도 당신들의 뜻을 소중하게 여겨 잘 살게 해달라고 청하였다.
사악한 쌈닭으로 하나를 더 먹겠다고, 또는 하나를 안 내놓겠다고 지지고 볶아봐야 다 그게 그것이니 착한 쌈닭으로 하느님께서 주신대로 사이좋게 나누어 먹으며 사랑을 실천하는 아름다운 우리들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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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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