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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맹지

by Aphraates 2014. 8. 20.

김(金) 스테파노 아우님 옥천(沃川) 회사를 방문했다.

조푸(趙F) 아우님이 주선했다.

회사에 볼 일이 있는데 잠깐이면 끝나니 함께 가서 매운탕이니 한 그릇 하고 오자 하여 따라간 것이었다.

 

언제 가봐도 별반 변화가 없어 보이는 옥천 고을이다.

회사 마당에 도착하여 회사 직원들 드린다고 갖고 간 수박을 주섬주섬 내리자 스테파노 아우님이 한두 통이면 충분한 걸 웬걸 이렇게 많이 갖고 왔느냐며 웃었다.

프란치스코 아우님이 도미니카 자매님이 실어준 것이라면서 남으면 직원들 하나씩 나눠주라고 하였다.

옆에서 지켜보던 내가 봐도 너무 많은 거 같아서 그럼 우리도 한 통씩 집으로 갖고 가자면서 두 통을 남겨 놨다.

 

환담을 좀 나누고는 경부고속도로 금강 휴게소 건너편으로 가서 빠가사리 매운탕으로 점심식사를 했다.

음식이 칼큼하고 맛있었다.

고속도로변 언덕배기에 있는 식당가는 고속도로를 오가면서도 봤고, 금강 휴게소에서 갔을 때도 봤지만 들어가 보긴 이번이 처음이었다.

들어가서 가까이 보니 주로 민물 매운탕을 위주로 영업하는 주차장을 겸비한 식당이 여러 개 있었다.

숨겨진 동네 같아서 아는 사람들이나 찾아오지 모르는 사람들은 거기에 식당들이 나보다 할 정도로 어설픈 곳에 위치해 있었다.

출입구도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통하여 금강 휴게소를 거쳐 들어가고 나오는 시스템이었다.

좀 복잡하고 번거롭게 느껴졌는 데 식당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편리를 봐주는 것인지 정해진 몇 시간인가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고 했다.

 

식사를 마치고는 대청호(大靑湖)로 물이 흘러 들어가는 금강 상류 일원의 강변도로를 드라이브했다.

산들은 뾰쪽 감처럼 우뚝 솟아있고, 그 아래로 굽이굽이 흐르는 강물이 있고, 보은 쪽으로 나 있는 외길의 강변로가 어우러져 다소 이국적인 풍경이기도 했다.

전에 현직에 있을 때 동료 직원의 본가이자 과수원이 있는 그 곳을 봉사활동차 몇 번 와보긴 했다.

하 그 노력 봉사는 봉사라고 하기에 미안할 정도로 일 조금 하고 먹고 노는 위주였기 때문에 좋은 풍경을 감상할 게재는 아니어서 이런 곳도 있구나 하던 한적한 곳이다.

 

전후좌우도 구별하기 힘들다.

보이는 것은 산과 강과 하늘뿐이다.

하늘에서 보면 푸르른 산 사이로 실낱같은 은빛 강물처럼 보일 것이다.

정말로 첩첩산중이다.

논 한 떼기 안보이고 가파른 언덕에 일군 밭들뿐이다.

 

예전 같으면 산 넘고 물 건너 몇 십리를 걸어 다녔을 맹지(盲地)다.

지금은 그런 맹지가 미완성의 요지(要地)로 변했다.

상수원 보호구역이라서 기존 동네 말고는 인가가 형상되기도 어려울 텐데 곳곳에 들어서 있는 별장 풍의 집들이 그럴 듯 했고, 낚시꾼이나 야영객도 듬성듬성 보였다.

호가(呼價)로는 땅값이 제법 나가지만 건물 신 증축에 상당한 제한이 있어 거래는 거의 없다는 것을 말해 주듯이 도로변에 “현지 이 곳 땅 급매. 연락처O1O-OOOO-OOOO” 라고 쓰인 팻말들이 간간이 보였다.

나야 원래 관심 밖의 일들이니 어떤 땅이든 귀촌(歸村)하는 의미에서는 생각하기를 싫으니 그렇다 치더라도 부동산에 일가견이 있는 아우님들도 그런 땅에 대한 것은 별로인지 좋다는 얘기는 없었다.

 

산자수려한 강변도로를 아우님들과 함께 정담(情談)을 나누며 한가로이 돌아보는 재미가 이만저만 좋은 것이 아니었고, 참 평화롭게 느껴졌다.

시끄러운 시국과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는 현상에 대해서 탄식과 조소를 보내면서 울분을 잠시 토로하기도 했지만 바로 넘어갔다.

각기 다른 수많은 사람들이 별의별 일을 다 겪으면서 살아가는 곳에 있을 수 있는 일들이고, 그런 아픔들을 통하여 성숙해가는 것이니 자신들 할 일들을 열심히 하면서 이렇게 짬짬이 오붓한 시간을 갖는 것이 행복이라는 것에 이의를 달 것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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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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