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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엉아나 아우의 덕좀 보자는데

by Aphraates 2014. 11. 13.

잘 된 엉아나 아우의 덕좀 보자는데 그게 뭐 그리 흠이 되나?

 

뭐 찢어지게 가난하던 시절 가족이나 친지의 누구 하나 잘 되면 줄줄이 사탕으로 데려다가 밥 먹게 해 주는 것은 당연한 것이자 미덕이라고 여겼는데 세상이 변했다고 하지만 지금처럼 야박하게 나와서야 어찌 사람 사는 세상이라고 할 수가 있나?

남성우위(男性優位)와 남아선호(男兒選好)의 유교적 발상이라던가 족벌체제 운영의 전근대적인 낡은 경영기법이라고 비판할지 모르지만 잘 키운 똘똘한 자식 하나 있으면 가문의 영광을 이루는 것은 일도 아닌지라 어매 아베는 못 먹고 못 입어도 자식들을 공부시키고, 그게 우리나라 국가발전의 원동력이 됐다는 것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테네데 그게 뭐 잘 못 됐나?

그리고 어려운 전투를 하여 승리했으면 전리품을 챙기는 것은 당연지사이고, 손은 안으로 굽는다고 했듯이 생판 모르는 사람 데려다가 일시키는 것보다는 평소 알던 사람이나 눈여겨 봐 뒀던 사람을 내 사람으로 만들어 일시키는 것이 아닌 사람 데려다가 쓰는 것보다 훨씬 더 효율적일 텐데 낙하산이니 정실 인사니 하면서 웬 야단이지?

생각을 같이 하는 사람이나, 줄을 잘 선 사람이나, 알게 모르게 덕을 보는 사람이 한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어제도 있었고, 오늘도 있고, 내일도 있을 터인데 뭐 그렇게 죽을죄를 졌다고 몰아치는 것이지?

 

그 이유는 간단하다.

그렇게 근절시키겠다고 해도 독버섯처럼 일어나는 낙하산과 정실 인사가 많은 폐해를 낳고 있기 때문에 시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 그런 것을 알고 있기에 무슨 일을 단단히 하기 위해서는 그런 비정상과 부적절한 것은 없애겠다고 호언장담을 했다.

그런데 막상 해 보면 잘 안 되는 것이다.

천하에 몹쓸 짓을 다 했다며 비판받던 사람들이 했던 대로 전철을 답습하게 되는 것이다.

격에 맞지 않는 사람들을 데려다 놓고는 그를 합리화시키기 위하여 무리수를 두며 자기 발등 자기가 스스로 찍는 모순을 범하고 있는 것이다.

 

언제, 어디의, 누구라도 비슷한 상황이다.

끊임없이 회자되고 있는 크고 작은 인사 잡음이다.

인사권자들이나 피인사권자들은 어떤지 모르지만 그 나물에 그 밥으로 돌아가는 것을 늘 접하며 사는 사람들은 뭘 빼앗긴 것 같은 박탈감과 함께 한 자리 차지한 그들이 무슨 사고를 치지나 않나 하는 우려감이 크다.

인사만사라 하지만 완벽한 인사를 지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보다 높고고 넓게 보면서 최선을 다 했으면 한다.

인사를 하는데 어려움이 많겠지만 잘 됐으면 좋겠고, 어차피 인사는 잘 해봐야 본전이라는데 너무 안 좋게 보고 붙잡고 늘어지는 일도 삼갔으면 한다.

 

며칠 전에는 고향에 갔다가 밭에서 일하시는 고향 선배님이신 촌로(村老) 부부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밭에서 뽑은 무거운 무 보따리를 차 있는 곳까지 들고 나가야 하는데 어떻게 할까 하고 망설이고 있었다.

난감해 하는 우리들을 보신 그 분이 다가오시더니 경운기로 날라다 줄 테니 실으라고 하시면서 어디서 많이 본 것처럼 눈이 익다고 하셨다.

나도 저는 벌터가 본가인 종연이고 미당학교 8회라고 하면서 혹시 동생 분들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만 함께 다니다가 기억이 가물가물한 친구의 형님이셨는데 이어서 말씀하시는 것을 듣고 놀랐다.

그 동생은 어디에서 근무하다가 나가서 사업을 하는데 돈을 많이 벌었고, 막내 동생은 고위공무원으로서 어디에서 무엇으로 있다고 하셨다.

그러시냐며 얘기는 몇 번 들었는데 형님은 여기서 죽 사셨냐고 물었더니 호적지(戶籍地)에서 그 대로 마냥 이렇게 살고 있다며 웃으셨다.

그만하게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시면 됐지 뭘 더 바라시냐고 했더니 하긴 그렇다면서 빙그레 웃으셨다.

그 형제들은 철저한 무슨 철학이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엉아나 아우의 도움 없이 각자 대로의 삶을 살다보니 부자로, 고관으로, 농부로 살고 있는 것 같았는데 그렇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지 어떤지는 누가 함부로 판단할 것이 아닐 것이다.

 

인사와 관련한 재미난 기사가 실렸다.

<‘친박’이거나 ‘가족’이거나 ‘황피아’거나… ‘3인의 인사’ 뒷말 무성 왜>이란 조간신문 기사다.

사실이 그런지 왜곡돼 알려진 것인지 알려고 할 필요도 없겠지만 그런 소리를 듣도록 만들어 가뜩이나 팽배한 불신풍조를 조장하는 측면이 없지 않은가 하면 잘 못 되는 것을 지적하여 고치게 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너무 반대를 위한 반대 양상으로 흘러가게 만드는 것도 맘이 들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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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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