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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떠오름에서 저물음으로

by Aphraates 2014. 11. 17.

우리가 처한 환경은 여러 면에서 강점보다는 약점이 많다.

불리한 조건을 극복하고 급속한 성장과 발전을 이루다 보니 그에 수반되는 반작용도 만만치가 않다.

외양적으로는 그럴 듯 한데 내용적으로는 미숙과 모순이 적지 않다.

그를 감내하면서 내실을 다져 진정한 도약을 이뤄야 하는 것 역시 우리들의 몫이건만 만족스럽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아픈 만큼 성숙하는 것이라고 하듯이 목표를 향해 나가다보면 별의별 일이 다 있는 것이지만 그 도를 넘어서는 것 같다.

아직은 불완전하고 비정상적인 우리들의 국가 사회적인 시스템이라는 것을 감안할지라도 이해하기 어려운 참사들이 너무 자주 발생하는 것을 보면 너무 안타깝고, 이제는 일정한 궤도 수정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인명은 재천이고, 세상 돌아가는 이치가 있는 것이다.

자의든 타의든 그런 천륜과 인륜을 어기거나 왜곡하면 큰일 난다.

하느님의 뜻과 영역을 인간의 불찰로 훼손시키는 것은 대죄(大罪)다.

죄를 지으면 언젠가는 어떤 방식으로든 그에 상응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인데 길어봐야 6개월이라는 식으로 우린 너무 쉽게 잊어버린다.

우리들이 어찌 할 수 없는 생과 사의 문제가 아니더라도 생사여탈 때문에 슬퍼해야 할 일들이 많으니 가당치도 않은 월권을 행사하려다가 화를 자초하는 일은 없어야 하는데 그게 맘대로 안 돼 역시 가슴이 아프다.

 

일월영측(日月盈昃)

해는 서쪽으로 기울고, 달도 차면 기울러진다.

 

천자문(千字文)을 배울 때 첫머리에 나오던 문구이고, 노랫가락으로도 듣던 소리다.

나이가 나이라서 그런지 요즈음은 어디를 가더라도 송구영신(送舊迎新)의 낭마도 없이 떠오름에서 저물음으로 가는 길이 역력함을 느낀다.

 

누가 아이를 낳고, 누구네 집 아이가 어느 학교에 가고, 누구 자식이 취직이 되고, 어느 댁 자식이 출세하고, 뉘 집 자식이 결혼을 하고......

하는 식으로 정점을 향해 출발하는 모습이 갈수록 즐어들고 있다.

그 대신에 그 사람이 무슨 병으로 입원했고, 누구는 풍에 걸려 반신불수가 되고, 누가 교통사고로 중태고, 그이는 암으로 투병하다가 손 한 번 제대로 써보지도 못 한 채 돌아가시고......,

하는 식으로 종점을 향해 도착하는 모습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인간의 힘으로는 어찌 할 수 없고, 마음가짐으로 극복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누구를 원망하거나 비통해 할 것은 아니지만 항상 새롭게 와 닿는 탄생과 죽음, 만남과 이별의 고통은 괴로운 것이다.

 

오늘 대전 종친회에서는 식사하는 동안 내내 건강하던 조카님이 몸 상태가 안 좋다는 소식에 걱정과 건강관리에 대한 이야기가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졌다.

사업을 하는 아우는 사업을 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접하는데 예전부터 함께 하던 사람들은 이승이던 저승이든 어디론가 거의 다 떠나가 버리고 손가락으로 셀 만큼의 사람들만 남아 있다면서 술잔이 일 순배 돌듯이 또는, 정권이 바뀌면 사람들 물갈이가 되듯이 되어 어떤 때는 허망하다고 하는데 공감이 되었다.

 

밀물처럼 밀려 왔다가 썰물처럼 빠져 나가는 것은 아니나 세월이 가면서 정든 사람들이 바뀌거나 떠나가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가 크다.

그게 잘 돼서 떠난다거나 정점을 향해서 가는 것이라면 언젠가는 다시 만날 수도 있으니 좀 덜 하겠지만 잘 못 됐거나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면 그 무엇도 기약할 수 없는 것인지라 슬픈 것이다.

 

가까이 하던 사람들 유명을 달리하는 경우가 전에 비해 잦다.

또한 저만큼 떨어져 있는 친숙한 이름의 저명인사들이나 유명 연예인들의 부음도 비슷하다.

가시는 그 분들의 잘 못이 아니라 떠오름에서 저물음으로 가는 세상 흐름을 순리적으로 따라가는 나의 연식(年式)이 그리 됐다는 것이어서 당신께 매달리는 수밖에 없다.

이 세상에서는 평화를, 저 세상에서는 평안을 주시라고 말이다.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온다는 예보였는데 대전(大田)은 아닌가 보다.

이제는 떨어지는 대로 그대로 둬 운치를 살리던 길가의 낙엽들도 산산히 부서져 지저분한 것이 치울 때가 된 것 같던데 서서히 마무리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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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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