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밥에 그 나물이라는 부정적인 것을 이야기하려는 것이 아니다.
사랑이 철철 넘치고 지극히 모범적인 형님과 아우의 사례를 소개하는 팔불출 과의 이야기다.
미당 본가에서 김장을 해 갖고 싣고 왔다.
갑자기 추워 진 날씨였으나 풀렸다.
입시 한파가 계속 이어질까봐 걱정했지만 타지보다도 2-3도 내외로 더 내려가는 칠갑산 자락인데도 김장하는데 큰 지장이 없을 정도였다.
우리 동네에서도 우리 집이 제일 먼저 하는 첫 집이기 때문에 동네 김장 담그기며, 일 하는 것이며, 아주머니들 식사와 간식을 포함 대우문제며 올 해의 기준이 된다는데 예년과 마찬가지로 격식 없이 정성스럽게 평소 g라던 대로 하면 큰 문제가 없는 것 같았다.
나는 그런 일 하는 체질도 아니고, 할 일이 없었다.
서울에서 많이들 내려와서 어떤 핑계를 대고 사라졌다가 다 끝났으니 점심식사하게 빨리 오시라는 전화만 받아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옆에서 어정거려봐야 더 불편할 따름이다.
남자 형제들로는 막내 이지만 밑으로 여동생이 둘 있고, 그 휘하로 따르는 식솔들 수가 엄청난지라 나는 김장하는데 참석했다는 출근부 도장만 찍고 사라지면 되는 것이었다.
동네 주변이 많이 변했지만 기본 골격은 그대로다.
어렸을 적에 놀던 그리운 자리들을 돌아보았다.
정주 나무 아래, 앞산과 뒷산의 골짜기, 옹달샘 자리, 갓난 엄니 거리제 지내던 자리, 냇가와 징검다리, 농사 심부름하던 논 가, 밭매는 이웃집 아주머니 따라가서 놀던 곳, 우르르 몰려 마실 다니던 집과 헐린 집터, 과자 사먹던 학고방 자리, 방앗간 자리에 어렸을 적에는 없었던 신작로, 특용작물 비닐하우스, 산 밑에서 꼭대기까지 구불구불 길을 만들어 놓은 밤나무 밭, 시멘트 다리, 양옥집과 동네 회관 등등을 죽 돌다보니 밥 먹으러 오라고 전화가 왔다.
점심을 맛있게 먹었다.
어렸을 적에 먹어 입에 익은 큰 아주머니 솜씨다.
햅쌀 밥, 무 쇠고기 국, 배추쌈과 수육, 돼지고기와 두부찌개, 조기 찐 것, 방금 무쳐낸 겉절이, 총각김치, 고사리나물, 서울 애들이 해 온 오리 불고기, 김, 조개 젖과 어리굴 젖......, 배불러도 맛있어서 밥 두 그릇 먹었다고 하는 손녀 지원이 말마따나 할아비도 씩씩거려가며 배를 채웠다.
김장도 푸짐하게 끝나고, 밥도 배불리 먹었으니 이제 집으로 가면 된다.
동생이자, 삼촌이자, 작은 오빠이자, 외할아버지와 작은 외할아버지이자. 처남이 대전의 김(金) 선생이 가자고 서두르는 것이 관례처럼 되어 있으니 그에 충실하지 않은 안 됐다.
이제 집에 가자고 했더니 은박지로 표시해 놓은 대전의 김치 통을 차에 싣는 것을 보니 큰 것으로 열두 개 이었다.
서울 매제가 김치 공장 나가는 것 같다며 웃자 데보라는 그래도 통 2개는 남겨 두고 왔다고 하여 어지간하다고 했다.
다른 것도 갖고가라고 하셨지만 겉절이와 떡을 좀 갖고 가서 대전 성당과동네 사람들하고 나눠 먹게 달라고 하자 묵직하게 담아 주셨다.
아우인 데보라가 그만하면 충분하다고 했지만 큰형님인 형수님께서는 그래도 조금씩 나눠 먹으려면 이 정도는 있어야 한다며 자꾸 더 넣어주셨다.
갖고 가야 우리 두 식구가 먹는 것은 김치 한 보새기에 손바닥만 한 시루떡 두 쪽이면 족할 텐데 그 형님에 그 아우니 대전에 가면 주인마님 김치와 떡 배달하는데 하인은 가마꾼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예측거리이고, 대전에 와서 실지로 어제 저녁부터 오늘 새벽 미사까지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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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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