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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공(孔)

by Aphraates 2014. 11. 15.

 

중고(中古) 인터넷 책방을 통해 구입한 소설가 공지영 작가님의 산문 책 한 권을 이틀 째 보고 있다.

골몰하는 기색에 반항기가 역력한 저자 스스로의 책 표지 모델 사진이 말해 주듯이 고분고분한 글들은 아니었다.

30대 초반의 여자 나이에 쓴 것으로서 나름대로 방황하고 사색하는 제목과 내용들이었다.

문단에 등단은 했지만 아직은 새끼 작가로서 활동을 할 때라서 그런지 세련됐다거나 감흥이 큰 것도 아니었다.

그래도 전체적인 맥락은 원숙해진 후에 쓴 근래의 글들과 엇비슷하여 친근감이 있었다.

특히 어설픈 외국 체류를 하면서 쓴 글은 내가 40대 초반으로 외국 출장을 다닐 때와 비슷한 1990년대 초중반을 배경으로 하는 것이어서 더욱더 공감가는 바가 컸다.

 

나이 적어서는 풋풋해서 좋고, 나이 들어서는 푸근해서 좋고 한 것 나이에 상관없이 그 때 그 때의 낙이 있는 것이겠지만 아무래도 지난날을 그리워하는 것이 우리들의 본성이라는 것을 감안하지 않을지라도 시들어갈 때 보다는 파릇파릇할 때가 좋은 것이 아닌가 한다.

 

  

 

공 작가님과 오버랩 되는 귀공자가 나를 아련하게 만들었다.

우리들과 같은 연배, 우리나라 군번 1번인 장군의 아들, 우상까지는 몰라도 우리 세대들의 희망이었다.

그런 그가 그 때 그 시절과는 많이 다른 초췌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귀티 나고, 앳되고, 활발하던 모습은 간데없이 풍을 맞았는지 일그러진 얼굴로 나와 그 때 그 시절의 노래를 부르는 데 가슴이 찡했다.

그는 다름 아닌 가수 이현 씨다.

청양 미당 본가에 가서 김장을 해 오고 나서는 그 가수가 핸섬한 청년 가수와 함께 부른 “내 사랑 지금 어디” 라는 노래를 동영상을 통해 감상하고는 이어서 다른 노래들을 죽 들었다.

 

 

 

몇 시간 동안 책상에 앉아 꼼짝 안 하고 들었다.

 

1963 님이라 부르리까

1964 동백 아가씨 / 황포돛대

1965 흑산도 아가씨 / 지평선은 말이 없다/ 정동대감 / 홍콩의 왼손잡이

1966 섬마을 선생님 / 저 강은 알고 있다

1967 빙점 / 그리움은 가슴마다 / 잊을 수 없는 여인

1968 사랑했는데 / 서울이여 안녕 / 황혼의 블루스 / 아네모네 / 유달산아 말해다오 / 여자의 일생

1969 한번 준 마음인데 / 기러기 아빠 / 가슴 아프게 / 미워도 다시 한 번 / 떠나도 마음만은

1970 아씨 / 대답해 주세요

1972 여로 / 삼백 리 한려수도

1973 낭주골 처녀

 

여기 김(金) 작가 미당 선생이 1960-70년대 함께 하던 노래들이다.

생각만 해도 그리움에 눈물이 나고, 흘러 간 얼굴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면서 맘이 차분해진다.

간간이 남진과 나훈아와 문주란 씨가 틈새를 공략하기도 했지만 엘리지의 여왕 이미자 씨 만큼은 아니었다.

그 노래들과 함께 간직하고 싶은 것이 많은 그 때 그 시절이었다.

공주(公州) 중동 차부 뒤 사촌형 집에서 하숙 생활을 하면서 집이 그리워 밤마다 울었고, 공주 극장 앞 상훈 네서 친구들과 함께 하노라면 엄마 얼굴이 떠오르고, 해 떨어진 언덕배기 영명학교 운동장에서 목이 터져라 노래 불렀고, 공주의료원 앞 가게 앞을 지날 때 친구들이 생각났고......, 그 것이 대전(大田)으로 옮겨져 서대전 극장에서, 문화동 보문산 아래서, 유등교 위에서, 유천동 초가집 봉규네 집에서, 산성동 자취집에서, 신탄진 유원지와 유성 장병 휴양소에서......, 기나긴 역사로 이어져 오늘에 이르렀는데 그 때 아장아장 걸음마를 하던 큰 조카 아이의 아들 즉, 미당 선생의 큰집 외손자 해인이가 군대 제대를 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김장을 도와준다고 내려 와 함께 하였으니 그 세월 어찌 다 얘기할 것인지......,

 

적어도 이 짧은 시간만이라도 외롭고 쓸쓸한 미당 선생의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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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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