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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정신일도하사불성이라지만

by Aphraates 2014. 11. 21.

정신일도하사불성(精神一到何事不成)이라지만 다 그런 것은 아니다.

맘은 굴뚝같아도 몸이 따라줘야 가능한 것이다.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 이야기다.

인적 자원이 풍부하여 입영 장병이 넘쳐나서 몸이 조금이라도 부실하다거나 학력이 좀 미진하면 징집을 면제하고 방위 소집으로 돌리던 1960년대 말에서 1970년대 초 시절이다.

그 때에도 지금처럼 안 갈 수 있으면 안 가려고 뺀들거리던 청춘들이 적지 않았는데 그 친구는 달랐다.

성이 허(許)인데 성 이름만큼이나 체력이 허(虛)하여 보통 이하로서 신체검사 결과 군대 징집 면제대상으로 분류됐다.

나라에서는 그렇게 너는 약골이니 국토방위는 신경 쓰지 말고 고향 집에서 부모님 공양이나 잘 하라는 판정을 받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게 아니어서 군대에 가려고 백방으로 수소문 해보는 등 노력을 했다.

노력을 했지만 허사였다.

결국은 군대 입영을 포기하고 고향에서 방위 근무를 하였다.

본인은 영 못 마땅했지만 군대에 갔거나 제대를 한 다른 친구들은 군대도 못 가고 동네에서 근무를 한답시고 어영부영하는 그 친구가 부러웠다.

어떤 다른 친구가 위로겸 야유하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던 중에 “야, 임마 다 그렇게 쉽게 되는 게 아니야. 아무리 정신일도하사불성이라고 하지만 몸과 건강이 뒷받침 돼야 뭘 할 수 있는 거야. 너처럼 비실거리는 사람들은 나라에 누를 끼치는 것이니 까불지 말고 향토방위에나 전념하는 것이 잘 하는 것이니 OO방위라고 서운해 하지 말고 근무나 잘 서” 라고 하였다.

 

그렇다.

40년 전이나, 400년 전이나, 4000년 전이나 맞는 것은 맞는 것이다.

정신과 신체가 함께 건강해야 뭐든 제대로 할 수 있는 것이다.

맘이 있어 의욕은 강한데 몸이 약해 행동이 뒤따르지 않거나 몸이 튼튼해 뭐든지 행동이 가능하지만 맘이 약하면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다.

그러니 몸이 먼저 앞서 나가거나 맘이 먼저 앞지른다면 심신일치(心身一致)가 안 되어 아무 것도 할 수 없으므로 둘의 적절한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것이 지혜롭게 사는 것이다.

 

이장(李張)이 눈이 휘둥그레지는 것을 넘어 눈이 아예 감겨버렸다.

이장은 중국 계림의 이장 지구 얘기가 아니다.

향촌의 이 씨와 장 씨 아줌마 얘기다.

 

이른 아침부터 시시덕거리며 오순도순 게장을 담그며 배달시킨 짬뽕으로 점심 식사를 할 때까지는 참 좋았는데 작업이 끝날 즈음에 한 방에 나가떨어지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게장을 맛있게 먹어야 할 당사자가 도중하차하여 보따리를 싸 갖고 나와 버렸기 때문에 모든 것이 다 헝클어졌다.

이장 둘 뿐이 아니라 아연실색할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고, 그 흐트러진 분위기는 안 봐도 뻔한 것이었다.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호랑이 아가리처럼 떡 벌어져 있으니 온 몸이 떨리고 머리가 띵했지만 그렇다고 주저앉아 아이고 땜을 할 수도 없는지라 서로 서로 힘을 모아 급박하게 돌아가는 국면을 수습했고, 모든 것은 여기서 끝나는 것이니 더 이상 거론할 것도 없다면서 그 후유증도 차단했다.

 

정신일도하사불성이라는 말이 공염불이 되어 날아가는 한 바탕 소용돌이치는 장면을 지켜보면서 하느님의 섭리대로 돌아가는 세상만사는 참 이해하기 어려운 기묘한 때도 다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장 아줌마들,

게장 담그다가 한 방에 나가 떨어지셨다고요?

윤 9월이 끝나고 새로운 달의 첫 주말이라서 결혼집도 많고, 이런저런 행사도 많아 등어리에 콩 튀듯이 정신 못 차리는 한 주일일 거 같은데 그런 큰일이 벌어져 당황하셨지요?

옆에서 이 김 작가가 볼 때는 글쓰기 좋은 소잿거리이고, 일어나 펼쳐지는 일들을 보니 재미있다고 하면 얄밉지만 함께 너털웃음을 지을 수는 있으시겠지요?

헐 소리가 절로 나오시지요?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있을 수도 있다 생각할 수 있는 일이고, 잘 하려고 하다가 벌어진 촌극이고, 게장 담글 때처럼 함박웃음은 안 나오겠지만 다 끝난 일이니 더 이상 맘에 두지 말고 평온하게 마무리하시는 것도 나쁘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시면 좋을 듯 합니다.

 

부탁 좀 하십시다, 예!

 

음력 생일을 세기 때문에 호적상의 양력 생일인 오늘은 별 의미를 안 두건만......, 각종 회사와 단체에서 보내는 축하 메시지가 고맙다기보다는 주책없고 성의도 없는 겉치레 인사라는 생각이 드는 아침이다.

빨리 밥 먹고 돌아가신 뽀식이 엄니 뵈로 황산벌로 달려가야 한다.

그리고 의미는 다르지만 불타는 금요일에, 기분 좋은 주말에, 평화로운 주일로 죽 이어지는 일정을 잘 소화해 내도록 심기일전해야 한다.

 

몸도 잘 만들고 정신도 잘 가다듬어야 모든 일이 잘 되는 것일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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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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